"바이러스와 기생충과 정치인의 공통점은?"

겨울 내내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났다. 이제 한 주가 지나면 3월이다. 봄의 전령이 남쪽 바닷가에 상륙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마음 설레며 봄처녀를 맞을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발 황사처럼 온 나라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간의 관심은 단연 코로나 바이러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대세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마스크를 통해 들고 나는 갑갑한 호흡에 한줄기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21대 총선이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으나 정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기생충에 이어 관심사 3위로 밀려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질환은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주로 중국인들의 왕래가 빈번한 아시아 각국으로 퍼지고 있다. 현재 중국을 제외하고 28개국에 걸쳐 약 1천여 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B형 독감바이러스에 의해 약 1만5천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월부터 중동과 유럽에서 가짜뉴스 대접을 받으며 미국 독감 괴담(?)이 돌더니, 미국 언론에서 드디어 사실로 확인하는 보도가 나왔다.
만약 인류라는 포유류 동물이 멸종한다면 원인은 바이러스 때문일 거라는 의학계 일부 주장도 있는데 드디어 바이러스의 반란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와도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화제를 바꿔보자.
아카데미(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한국영화 <기생충>을 선택했다.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만들어진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또한 <기생충>이 아시아인이 만든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았다. 그동안 아카데미상은 미국인, 백인, 남성들의 잔치였다. 미국인이라도 여성영화인은 장식품에 불과했으며, 흑인은 찬밥 신세 정도가 아니라 철저히 배제되어 왔으니, 이번에 한국영화 <기생충>이 여러 부문에서 상을 받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극히 이례적이긴 했으나 영화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영화 <기생충>은 이미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 했었고, 영국아카데미에서는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미국아카데미 직전에 할리우드 각 전문단체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미국배우조합 앙상블상, 미국영화작가조합의 각본상, 미술감독조합의 미술상. 편집자회의의 편집상 등을 그야말로 싹쓸이했다. 유럽의 영화제는 주로 작품성과 예술성을 높이 사는 경향이 있으며, 미국아카데미는 흥행성과 대중성 위주로 수상작을 선정해 왔다. 영화 <기생충>은 예술성과 오락성을 두루 갖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박근혜정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배우와 감독이 역시 박근혜에 의해 외국으로 쫓겨난 투자자와 손잡고 만든 영화가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으니 촛불 민중이 그녀를 탄핵을 시키지 않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일이다.
한국영화 <기생충>의 선풍적인 인기와 전 세계 영화계의 호평과는 반대로 한국정치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일어나는 빈부격차 등 사회 불평등을 정면으로 고발하는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는데 반하여 한국정치는 여전히 나라와 민족을 걱정하기는커녕 자신의 당선을 위해 이합집산과 억지 편법을 구사하며 유권자를 우롱하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의 선거자금을 국민의 혈세로 메꿔주는 것은 후진적 정치인들이 지도자 혹은 봉사자가 아닌 국민들의 등골을 파먹고 사는 한갓 기생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바이러스와 기생충과 정치인의 공통점을 살펴보자.
첫째, 이들은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여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려면 숙주가 필요하다.
둘째, 이들은 숙주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시키거나 영양분을 가로채어 숙주를 해친다.
셋째, 이들은 자신의 번식을 위해 끊임없이 다른 숙주를 찾아 나선다. 이러한 현상을 의학에서는 전염이라 하고 정치인들은 지지세 확산이라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날이 풀리면 급속히 약해질 것이다. 조만간 극복할 날이 온다.
약자들의 몫을 가로채어 제 배를 불리는 기생충과 같은 불평등 사회구조를 영화 <기생충>이 고발했다. 이로써 세계 각국의 민중들이 각성하여 기생충 박멸에 나설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퇴행적인 정치인들은 어찌할 것인가?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은영 (전북민주동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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