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들 피땀으로 소방서 건물 짓고…군에 양도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화재철이 다가옴에 따라 소방서 자치조직인 의용소방대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부안읍 의용소방대를 비롯한 지역내 13개 의용소방대는 오는 20일부터 화재예방을 위해 야간 비상근무에 들어갈 계획이다.
부안 의용소방대 출범은 지난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도에야 부안소방서가 설치되면서 뒤늦게 소방행정이 뿌리내린 부안군은 그전까지는 의용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비롯한 인명구조를 도맡아 했다. 25년째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고 있는 부안읍 소방대 김법준 대장은 “70년대 새마을운동 이전에는 마을마다 초가에 슬레트를 얹고 군불 때는 집이 많아서 불이 나면 의용소방대원들이 모두 진압했다”고 회고했다. 또 당시만 해도 화재장비가 거의 없었다. 김대장은 “격포나 변산에 겨울철에 산불이 나면 차가 두 대 뿐이어서 대원들이 차에 매달려 다녔다. 큰 사고가 나진 않았지만 손이 꽝꽝 얼어서 손잡이를 놓쳐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부안읍 행복예식장 증축공사 중 용접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부안읍 의용소방대 27명이 화재진압을 함께 해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한 의용소방대는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를 돕는 일 외에 자원봉사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안읍 소방대 80여명은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부안읍 동중리에 있는 장례식장 뒷산의 총 6천여평 규모의 공동묘지 벌초를 해 미담이 되기도 했다. 여성의용소방대원(대장 채옥경)들도 2000년도부터 활동을 시작해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년까지는 구 동초등학교 앞 건널목에서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맞춰 한 시간동안 교통정리를 하는 한편, 새벽에 읍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부안읍 부풍로에 위치한 2층짜리 부안소방서 건물 앞에는 공적비가 세워져있다. 이 공적비는 소방서 건물이 당시 의용소방대원들의 피땀으로 지어진 건물임을 증명하고 있다. 김법준 대장은 “ 제 7대 이희람 대장 때 포크레인도 없는 상황에서 터파기 공사에서 벽돌 올리는 일까지 대원들이 돈을 내어 지었다”고 밝혔다. 81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7백만원의 예산 부족으로 인해 군청에 양도했다.
의용소방대는 94년에서 99년까지 큰 시련을 겪었다. 김 대장은 “민선 1기 강수원 군수가 의용소방대원들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마찰을 빚어 96년 초에 전대원을 무단 해임시키고, 새로 소방대를 조직했지만, 대원들은 굴복하지 않고 전북도의 행정심판과 법정투쟁까지 불사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이후 강군수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자, 최규환 군수가 부안읍장을 지낸 김갑곤씨를 대장으로 임명하고 구대와 신대의 분쟁을 해소하고 통합을 시도했다. 김대장은 “한동안은 군청 근처에도 못갔다. 그런 시련이 잠잠해질려고 하니까 핵폐기장 문제가 터졌다”고 밝혔다.
지역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서온 의용소방대원들은 반핵싸움과정에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당시를 기억하며 반핵투쟁도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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