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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보다 힘 센 부안군 체육회장 취임식…꼭 열었어야 했나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생활체육팀이 식전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 / 부안군 제공

대보름 행사 대부분 취소했는데 체육회장 취임식은 강행
군수, 군의원, 각 읍면 체육회 인사 등 300명 대거 참석
없다던 마스크 수백 장 무료 배부, 받는 이도 “어이없어”
고령의 생활공연단이 식전공연, 기념 촬영까지 모두 진행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위가 ‘위기’에서 ‘경계’로 격상되고 확산 방지를 위한 국민적 동참 요구가 뜨거웠던 지난 5일, 군민의 건강증진을 도모한다는 부안군체육회가 회장 이·취임식을 성대하게 치르면서 개운치 않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이취임식에는 전임 회장인 권익현 부안군수를 비롯해 안길호 신임회장, 다수의 군의원, 사회단체장 및 체육회 인사 등 무려 300여 명이 참석했다. 다년간 행사를 치러본 경험 있는 단체답게 3개 공연으로 이뤄진 1부 식전행사와 이임사, 취임사, 축사, 기념 촬영 등의 2부 공식행사로 나뉘어 진행됐다.
5000여 명의 체육인을 대변하는 체육회의 수장이기도 하거니와 투표로 선출된 최초의 민선 회장으로서 정치와 체육의 분리를 알린다는 점에서 취임식의 필요성은 있었을 것이고 그에 맞는 행사 계획도 세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전 국민이 감염 방지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기에 취임식을 강행할 정도로 필요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마을의 안녕을 위해 수백 년간 치러오던 정월대보름 행사를 비롯해 각종 정책회의나 토론회 등 공공행사가 간소화 또는 취소되는 마당에 이취임식만 강행됐다는 점에서 군민들 사이에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영향력 있는 조직일수록 자중하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다수 군민은 최초의 민선회장이라는 명분보다 체육회의 명칭 앞에 붙는 ‘부안군’이라는 단어가 갖는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고 행동하길 바라고 있다.
이 같은 집단 행사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보건소나 행정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군민 보건을 위한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체육회 보조금 지급 결정권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진 행정이 행사를 축소 시키거나 연기시키지는 못할망정 장단에 발맞춰 공무원 10여 명을 행사장에 투입하는가 하면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기에도 부족하다는 마스크 수백 장을 참석자에게 무료로 배포한 것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요컨대 체육회의 전임 회장이 현직 군수인 탓인지는 몰라도 체육회 눈치 보기가 도를 넘어 감염병 매뉴얼 등 갖고 있는 권한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의 강한 전염성에 비춰볼 때 13개 읍면에 골고루 분포한 체육회 회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인식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현상에 구하기도 어렵다는 마스크를 한 단체의 행사장에서 마치 사은품처럼 무료 지급한 것을 두고도 군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보건소가 보유하고 있던 마스크를 공공기관, 다중이용시설 및 취약계층을 일 순위로 배포하겠다는 자신들의 계획을 스스로 어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생명을 다루는 위기 상황에서 권력이나 자본 등 힘의 크기와 관계없이 공평하게 배분될 것이라는 행정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도 산산조각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가력항 풍어제 행사에도 마스크가 무료 배포됐다”며 행사의 형태와 무관하게 무료 배부 전체를 동일시 하고 있지만, 풍어제는 매년 해오던 전통 행사일 뿐만 아니라 특정인 대상이 아닌 공공적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체육회장 이취임식과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행사내용도 거북했다. 식전행사에서 고고장구, 생활체조, 트램폴린 3팀의 공연이 펼쳐졌는데, 이들 공연단이 주로 중장년 주부층으로 구성돼 감염에 취약한 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춤추고 점핑하고 북 치며 난타 공연을 펼치게 한 것이다. 특히나 생활체육팀은 대부분이 고령의 할머니들로 구성돼 있어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젊은 체육인들 눈에는 중요하게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행사에 참석한 최 아무개 씨는 “노란 민방위복을 입은 공무원 여러 명이 길게 도열해 마스크도 주고 열도 재더라”며 “어색하기보다는 유난을 떤다는 느낌이 커 어이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열을 잰다고 하는데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재냐”며 “그냥 형식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해 하나마나 한 보건대응에 지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직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은 부안군은 신종 코로나 청정지역이다. 보건 공무원의 노력과 행정의 발 빠른 대처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거대한 댐이 작은 구멍에 무너지듯 어느 때보다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게 군민들의 목소리다. 

 

김종철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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