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에 참석한 장신초 전교생과 교사, 학부모들.

하서면 내 장신초·백련초·하서초 모두 통폐합 예정
조촐한 마지막 졸업식…아이들 덕에 즐겁고 따뜻해
폐교 이후 학교시설 활용은 지역 주민들의 몫으로

드넓은 운동장도, 사람들로 들어찬 강당도 아닌 작은 교실에서 장신초등학교의 졸업식이 열렸다. 스무 명 남짓한 어른들이 둘러앉은 가운데 학사모를 쓴 학생 하나,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유치원생 셋, 그리고 재학생 둘, 전교생 6명이 의자에 줄지어 앉았다. 지난 7일 장신초 50회 마지막 졸업식의 풍경이다. 이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학교는 문을 닫는다.
장신초는 1967년 의복국민학교 장신분교로 설립돼 50년 동안 146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어림잡아 해마다 30여 명의 장신 지역 아이들의 배움터 역할을 해온 것이다.
2회 졸업생인 서정택 총동문회장은 “전교생이 의복국민학교에 걸어가서 뽀푸라 나무를 한 그루씩 가져와 울타리로 심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라며 학교에 어린 추억을 되짚었다. 지난 50년 동안 장신초는 그의 말처럼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의 손길 속에 지금껏 그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감소라는 막을 수 없는 파도는 시골 지역일수록 더욱 세차게 쓸고 지나가 쓸쓸함을 남긴다. 이제 장신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재잘거리고 뛰노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학생 수의 감소로 장신초는 하서면 내의 다른 초등학교들과 통폐합이 결정됐다. 장신초 병설유치원도 통합돼 뿔뿔이 흩어지게 된 세 명의 유치원생도 함께 졸업했다.

 

졸업장을 받고 있는 유일한 졸업생 이연희 양.

이날 졸업식은 전교생과 교직원 그리고 내빈을 비롯한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졸업장 및 장학금 수여, 교장의 회고사, 아이들의 축하공연, 교육감 축하 메시지, 선물 증정 순으로 진행됐다.
다소 쓸쓸하고 차분할 것만 같았던 졸업식 내내 사람들의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유치원생들은 매 순간 꼼지락거리는가 하면 졸업식 진행에 훈수를 두기 일쑤였다. 졸업장과 선물은 받는 순서도 뒤죽박죽,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졸업하는 선배를 위해 유치원생들이 준비한 앙증맞은 노래와 율동은 교실을 따뜻함으로 가득 채웠고, 재학생들도 선배 언니의 졸업을 축하하며 고사리손으로 리코더 연주를 해 감동을 안겼다.
졸업생이 한 명이다 보니 모든 상장과 장학금을 독차지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졸업장에 이어 각종 상장과 장학금을 받던 졸업생은 결국 손이 모자라 자리에 왔다 갔다 하며 받아야 했다. 우왕좌왕하는 학생과 선생님들의 서툰 모습이 졸업식의 분위기를 더 푸근하게 만들었다.
식을 마치고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 순간도 마치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듯했다. 여러 카메라가 등장하자 어딜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누군가 소리치는가 하면, 지나가는 직원들을 불러 모아 함께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막대사탕과 초콜렛으로 만든 꽃다발을 저마다 하나씩 품에 안고 온갖 선물을 손에 쥔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자기 것과 친구 것을 비교하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이 이 학교에서의 마지막이라는 서글픔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언니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율동을 하는 유치원생들.

하지만 이날 졸업한 이연희 학생은 “우리 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이라서 마음이 너무 쓸쓸해요. 학교가 계속 있으면 좋을 텐데”라며 모교가 문을 닫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장신초는 하서면 내의 백련초와 우선 통합되고 이후 백련초와 하서초가 통합돼 하서면 내에는 하나의 초등학교만 남게 된다. 통폐합이 완료되면 기존 세 학교의 자리가 아닌 별도의 부지에 새로운 초등학교가 만들어질 계획이다.
장신초의 재학생들은 올해부터 백련초로 등교한다. 그리고 선생님들을 비롯한 장신초의 직원들은 각자 다른 곳으로 발령받아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 간다. 남겨질 텅 빈 학교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남겨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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