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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사람-베트남 쌀국수 식당 투향관 이수정 씨

“이제 바빠서 드라마 잘 못 봐요. 일도 하고 애들이랑도 놀아줘야 되고” 다부진 표정의 투향관의 젊은 사장님 이수정(31)씨는 먼저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국에 오기 전 그녀는 한국드라마를 좋아했고, TV에 나오는 예쁘고 잘생긴 한국 연예인들을 보며 한국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니 그럴 만도 했다.
또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에서 나고 자란 탓에 눈 내리는 것도 보고 싶었다고 한다. “부안에 와서 눈 많이 봤는데 처음엔 신기하고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몇 년 지나니까 이제 안 오면 좋겠어요. 추운 건 괜찮은데 눈 오면 운전하기 무서워요. 차가 미끄러져서 우리 집 입구를 박은 적도 있어요” 눈 내리는 고즈넉한 풍경과 눈 속에 삶을 꾸리는 것과의 차이를 깨달았다는 말이다.
최근 서부터미널 인근에 베트남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베트남 쌀국수집이 생겼다고 해서 찾았다. 부안 남자와 결혼하면서 부안에 정착한 뒤 이수정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불리며 아들 둘 낳고 알콩달콩 살던 그녀는 시아버지와 남편의 도움으로 어엿한 식당 사장님이 됐다. 식당 자리를 시아버지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돈 얼마 안 드니 건물 짓고 마음 편히 장사를 해 보라”는 권유가 그녀를 움직인 것이다. 그녀가 하는 일이라면 사랑과 지원을 아끼지 않던 시아버지는 이수정 씨가 투향관을 열고 한 달쯤 지나 별세했다. “시아버지가 남편한텐 어릴 때도 돈을 적게 주시던 분인데 며느리 예쁘다고 저한테는 정말 잘해주고 돈도 잘 쓰셨어요”라며 “남편이 아버지가 어떻게 자기한테는 차도 사주고 건물도 지어주고 하시냐며 신기해 해요”라고 한다.
가장 자신 있는 메뉴가 무엇인지 물으니 “쌀국수 집이니까 역시 쌀국수죠”라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베트남 음식은 고수를 비롯한 특유의 향이 강해서 먹기 어려워하는 한국 사람이 많다. 그래서 다른 가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어떤 국물 맛을 내는지 알아보고, 되도록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을 내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한다. 쌀국수를 좋아하지 않을 손님들을 위해 볶음밥 메뉴도 만들었다.

 

고향에서 식당을 운영한 어머니를 도우며 어릴 때부터 음식을 배운 덕도 톡톡히 봤다. 투향관이라는 이름을 지을 때도 어머니가 한몫했다. 그녀가 어릴 적 불리던 이름인 ‘투향’에 베트남에서 식당에 흔히 쓰는 ‘~관’을 붙여 투향관이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보이는 주인이나 자녀의 이름을 딴 식당들과 비슷한 셈이다. 손님들이 발음하고 기억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머니가 “베트남 사람이 쌀국수집을 여는 것이니 베트남식의 이름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선뜻 받아들였다.
단골손님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일주일에 서너 번 오는 손님은 부부인데 베트남에도 자주 가는 분들이라 책도 선물하고 서로 교류가 많다고 했다. 또 어떤 분은 하루에 점심 저녁 두 번 오기도 했는데 그 손님은 “집보다 여길 더 자주 온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고. 기억에 남는 엉뚱한 손님도 있다. “여기 와서 짜장면을 찾더라구요. 베트남 식당엔 짜장면 없다고 했죠”라며 밝게 웃었다.

 

투향관의 간판메뉴 쌀국수(오른쪽)와 비빔국수(왼쪽)

다른 쌀국수집과는 다르게 투향관의 국물은 뽀얗고 독특한 맛이 있다. 어떤 이는 국물 맛이 베트남 쌀국수 느낌이 좀 부족하다고도 하지만, 친숙하면서도 충분히 깊은 맛을 가진 따뜻한 맛이라는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수정 씨의 식당운영 목표는 단 하나, 투향관의 맛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이 맛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이수정 씨는 아이들을 키우는 몇 년 동안 한국어 방문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만난 선생님 덕분에 한국어도 많이 늘고 다른 좋은 분들도 알게 돼 한국생활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후 아이들이 자라고는 복지관과 다문화센터를 다니며 그곳에서 만난 베트남 여성들과 함께 공부하며 어울릴 기회가 많았고, 그때 만난 이들과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단다.
그녀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자기 사업을 하는 언니들도 많아요”라며 많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이주여성들이 기피 업종에서 힘든 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많은 이주여성들이 사회에서 각자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얘기다. “제가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것을 부러워하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저는 모든 이주여성들이 각자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테니 그걸 이루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응원의 말도 덧붙인다.
이수정 씨가 기사에 꼭 실어주길 당부한 것이 있다. “와주시는 분들 맛있게 드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주방에 와서 일부러 맛있게 잘 먹었다고 친절하게 인사해주시는 분들 많아서 참 좋았는데, 때로는 바쁘고 시끄러워서 손님들에게 충분히 감사 인사를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김정민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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