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님들, 좋은 일하며 살아보게여”

지난 2일 저녁 개암사 인근의 한식집에서 10개월여만의 소중한 재회가 있었다. 지난 30일 출소한 강양수씨와 그가 속해 활동하던 반핵노래패 ‘노랑고무신’ 회원들이 만남의 주인공이다.
굵고 투박스런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살인미소’라는 별명을 가진 강씨는 지난 1월초 바둑대회 관련 ‘업무방해’로 구속돼 지난 달 30일 석방됐다. 그가 갇히게 된 것은 예술회관 주변 전경들의 밥을 엎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앞선 지난 여름 그의 불 같은 성격을 드러내는 ‘게릴라’ 기질은 다시 한번 발휘됐다. 한 지역신문사 주최의 핵폐기장 유치 관련 토론회에서 그는 갑자기 연단에 뛰어올라 “나 격포 뱃놈이여!”라고 고함치며 행사를 ‘망쳐 놓은 전적’이 이미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빵 생활’이 지루하기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일 듯 싶다. 그는 “평생 걸쳐도 못 읽은” 많은 분량의 ‘독서수행’을 무사히 치러냈고 그 중에서도 어렵고 딱딱하다는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정말 눈이 감기데여. 근디 꾸욱 참고 읽고 또 읽다 보니 나중에는 찬찬히 이해가 가데요”라며 노랑고무신 ‘형수님’들에게 ‘학습투쟁’을 겸연쩍게 설명했다. 말이 형수님이지 나이뻘로 따지면 그는 어린 축에 끼지는 않는다. 술 잔이 오가고 자리가 무르익자 양수씨에게 ‘출소사’의 기회가 돌아왔다. 그는 원래 그랬는지 아니면 ‘빵’에서 익힌 것인지는 모르지만 ‘첫째’, ‘둘째’라고 어두에 또박 또박 서수사를 붙여가며 각오와 계획을 밝혔다. 바다오염을 막기위해 바다지킴이 활동을 할 것이고 핵폐기장 반대싸움 끝까지 지켜낼 것이고....
하지만 양수씨에게 보내는 회원들의 환한 웃음과 박수 뒤에는 그에 대한 애정 어린 ‘걱정’도 묻어나왔다. “양수씨 이제 어디서 살아여?”라는 물음에 그는 즉답을 못하며 머뭇거리다 “일단은 성당에 있어여”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양수씨에게는 생계나 거처보다 ‘핵폐기장 반대투쟁’과 ‘김종규 퇴진’이 지상과제인가 보다. 아니 그보다는 ‘싸움’과 ‘우리 부안 군민들을 위한 좋은 일’이 그의 생계인지도 모르겠다. /서복원기자bwsuh@ibuan.com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