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부가 박살나서 떨어져 나간 조명설치물 사진 / 김정민 기자

각종 조명설치물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저급한 조형물 투성이
쓰레기 넘쳐나는데 달랑 한 명이 청소 도맡아

변산 해수욕장이 온갖 쓰레기와 저급한 조형물들에 파묻혀 있다. 한때 전국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히며 사랑을 받던 변산 해수욕장의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부안군은 변산 해수욕장을 대표 관광지로 육성하려고 한다. 권익현 군수는 올해 신년사에서 “대표 관광지인 변산 해수욕장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며 “곧 옛날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군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근 상인 김아무개씨는 “변산 해수욕장은 정말 관리가 안 된다. 아무렇게나 설치된 조형물들부터 시작해서 쓰레기는 물론 관리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해 그간의 부실한 관리를 지적했다.

 

쓰레기에 둘러 쌓인 부안군 호박마차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결과 변산 해수욕장의 상황은 참담하다.
해변 산책로엔 조명 설치물이 함부로 방치돼있다. 일부 전선은 노출된 채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또 어떤 조명은 통째로 설치물에서 떨어져 나왔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길’이라는 간판이 붙은 산책로 입구는 ‘이루어지는 길’ 부분이 떨어져 ‘사랑이’만 남아 우스꽝스러운 상태다.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 보면 하트 조명이 겹겹이 설치된 러브로드(LOVE ROAD)라는 구간이 있다. 이 구간은 통로 폭이 너무 좁아 두 사람이 나란히 통과할 수조차 없다. 더군다나 조명의 상단부가 너무 낮아 머리를 숙이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지나가야 하는 불편을 주고 있다. 부안군 간판이 달린 호박 마차 조명은 각종 쓰레기에 둘러싸여 볼품없이 방치돼있다. 해변 이곳저곳에 파손되어 떨어진 조명들 천지다. 이렇게 관리가 안 될 조명들을 설치하는데 60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하트 조명

산책로를 따라 솔숲으로 가보면 모래사장에 무슨 목적으로 거기에 쌓여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거대한 모래더미가 있다. 모래더미 주변으로는 이용 안내판조차 없다. 간혹 용기 있는 어린이들이 더미 위에 올라가 미끄럼을 탄다. 부안군 관계자는 “모래 미끄럼틀로 만들어 둔 것인데 인근 주민들의 요구로 그대로 두고 있다”며 “부안군의 입장에선 사실 치워버리고 싶어 앞으로 안전수칙이나 이용방법을 안내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모래더미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임에도 안전수칙이나 대책 등은 전혀 없이 무책임하게 방치되고 있다.
 

선정적인데다 우리 고장의 역사와 어떤 연관도 없는 포토존 조형물

바로 근처의 모래사장에 설치된 각종 포토존 입간판 들도 해변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입간판 들의 그림은 변산 해수욕장과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중엔 다소 선정적이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아 도리어 해변 자체의 아름다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해넘이 축제 당시 해변이 밋밋하다는 이유로 지역 주민들이 요구해 포토존을 만들었다”고 말하며 행정은 관여한 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해산물 모양의 낮은 조형물들은 돌무더기 위에 위험한 형태로 설치돼 있거나 바닥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있다. 다행히 부안군 관계자는 ‘해산물 조형물’들을 곧 수거해 보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책로 옆으로 바닥에 뉘인 채 방치된 조형물들

가장 큰 문제는 해변 곳곳에 널린 쓰레기다. 해수욕장을 다녀간 사람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만 해도 상당한데 바다에서 밀려온 해양쓰레기까지 넘쳐난다. 그러나 변산 해수욕장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인원은 고작 한 명이다. 변산면지역발전협의회 회장 김안석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안군이 해수욕장 관리에 큰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청소하는 사람이 달랑 한 명인데 그마저도 9개월 밖에 고용하지 않아서 나머지 기간은 관리가 안 된다”며 “협의회에서 청소하는 분에게 임금을 주고 동절기 동안 자체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부안군의 변산 해수욕장 관리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지적이다.
 

모래 유실을 막기위해 세워둔 방벽 사이로 어구 쓰레기가 가득하다

주민들은 지금의 변산 해수욕장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발길을 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변산면의 주민 임 아무개 씨는 “부안군은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인프라 가지고 말로만 대표 관광지를 떠들 것이 아니라 청소나 좀 깨끗이 해야 한다”며 “난삽한 조형물들은 다 치우고 변산 해수욕장 전체의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환경 조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부안군은 지금이라도 주민들의 걱정과 불만 가득한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