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바람꽃

봄은
출발선이 없다는 것을
아는 꽃이 있다
발이 얼어붙어
떨어지지 않는다고
다들 호들갑 떨 때
봄내음보다 먼저
달려 나오는 꽃
변산반도 양지바른 산등성이에
납작 엎드렸다가
지나가는 바람의 등짝에
훌쩍 뛰어 올라
가쁘게 달려 나온 꽃
뽀얀 연둣빛 얼굴로
살짝 웃으며
바람 타고 왔다가
바람 따라 가버리는
덧없는 사랑처럼
그렇게 피었다 진다
내 안
온통 흔들어 놓고.

 

강민숙 전북 부안 백산에서 태어나 백산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숭의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를 했고, 이어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박사 공부를 했다. 1991년 등단해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가 34만부 정도 팔려 스터디셀러가 되었고, 이어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와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둥지는 없다』 외에 10여권의 저서가 있으며, 몽골의 울란바터르대학교에서 현대시를 강의했고, 현재는 문예창작과, 극작과, 영화과, 연출과, 방송영상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각 대학 문창과 입학을 위한 아이클라(icla) 문예창작원을 운영하고 있다(010-4213-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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