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저조한 참석율을 보인 줄포면 연초방문 현장 모습. 사진 / 김종철 기자

참석 인원 60여 명에 그치고 질문도 달랑 3개 뿐
시내 주민들, “연초방문 몰랐다” 홍보문제 제기해
보고는 성공적이지만 자화자찬뿐 공감 확산은 ‘글쎄’

권익현 부안군수가 지난 13일 ‘공감 확산’을 내세우며 줄포면을 찾아 연초방문에 나섰지만 정작 다수 주민은 방문 사실조차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여 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부 나오고 있다.
참석인원이 적은 탓에 지역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에 대한 다양하고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지 않았고, 성과나 계획, 신규 사업 등 자화자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지역 방문의 의미가 퇴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행사는 앞자리를 다 메우지도 못한 채 시작할 정도로 참석률이 저조했다. 100명 남짓 들어갈 정도의 작은 회의실이었지만 절반 수준인 60여 명의 주민이 전부였다. 이날 오전에 가진 주산면이나 전날의 행안면은 들어설 공간이 없을 정도로 많았던 것에 비하면 줄포면은 참패 수준이었다. 원인은 줄포 시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내 한 상인은 “연초방문을 한다는 말을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며 “여기가 줄포의 명동거리인데 내가 모르면 홍보가 전혀 안 된 것이다”고 귀뜸했다.
생선 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방문한다고 했으면 얘기가 많이 돌았을 텐데 뭔가 잘못됐네, 들은 바가 전혀 없어”라고 말했다.
지역 여론의 통로라 할 수 있는 슈퍼나 마트, 미용실 등 주변 상가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문자도 한 통 없고 전혀 몰랐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남편이 한 사회단체의 회장이라 연초방문을 알고 있었다는 한 주부는 “그래도 이번엔 홍보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지나가는 주민을 대상으로도 물었지만, 방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
이렇다 보니 연초 보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질의 시간에 나온 질의가 3가지에 그쳤고 국·관·과에서 나온 공무원들이나 보고를 준비한 군수 모두 효과를 거뒀다기보다 한차례 치르는 단순한 행사수준에 그친 꼴이 됐다.
줄포는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큰 현안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공원이라는 개발 자원이 있는 지역이다. 때문에 줄포는 민과 관의 소통 필요성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홍보 부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초방문을 앞두고 정기인사가 있어 면장이 교체되는 등의 과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행정이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하면서 권익현 군수가 펼친 자율행정에도 흠집이 난 셈이 됐다.
거기에 질문시간이 짧다 보니 상대적으로 보고가 도드라졌고 결국 자화자찬 식 보고회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행사는 지역 아동들의 오카리나 연주와 춤으로 시작됐다. 작년 연초방문에는 없었던 공연으로 올해부터 시작했다. 연초방문을 하나의 축제로 인식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방학 기간이고 접대성 공연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공연이 끝난 후 줄포면장의 줄포면 주요 업무보고가 이어졌다. 잘 만들어진 PPT가 눈에 띄지만, 여전히 작년에 잘한 것은 무엇이고 올해 잘 할 것은 무엇이라는 내용으로서 칭찬으로 가득 찬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후 권익현 군수의 2019년 성과와 2020년 계획 발표가 있었다.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권 군수는 줄포에게 줄 선물을 던졌다. 줄포생태공원을 제3호 국가정원으로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라며 된다고만 하면 추진했겠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권 군수는 부안군이 국가예산 5400억 시대를 맞이했다며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현미 국토부장관을 찾아가 면담한 애기로 2019년 성과보고를 시작했다.
이어 수소산업, 농업정책, 어촌 뉴딜사업, 읍내 터미널 신축사업 등 굵직굵직한 그간의 성과를 보고했다. 줄포국민체육센터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을 할 때는 “부안군과 큰 협의를 해야한다”며 우회적으로 매립장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협의만 잘 된다면 여기저기에 시설물을 지을 게 아니라 한 곳에 몰아서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비전을 보여 주기도 했다.
매니페스토 수상 부분에서는 “이제 제 자랑 좀 하겠습니다”라며 “돈 주고받는 상은 안 받겠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며 자신의 공약 69건 중 64건이 정상 진행되고 있어 공약내용과 진행과정 두 부분에서 수상한 결과를 자찬했다.
특유의 ‘…구요체’도 종종 사용했다. “마실축제 이번에 괜찮았지요”라며 “행정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구요, 그 결과가 축제 성공으로 나오 것이구요”이라고 말했다. 또한, 꽉 틀어잡고 하면 1사람의 머리지만 1000의 공무원이 자유롭게 일하면 아이디어가 1000개가 나온다는 논리도 폈다. 나아가 자율행정을 넘어 자발행정을 펼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올해에는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 발표도 있었다. 수소산업의 확대, 잼버리 대회와 체험공간, 나래청소년수련관과 국민체육시설 등이 단골로 소개됐다.
특히 반값등록금으로 불리는 근농인재육성재단에 대해서는 앞선 군수님이 잘 만들어 놓은 것으로 평가한다며 좋은 정책은 계승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력항 확장, 변산해수욕장 교원 수련원 건립, 격포항 정비, 궁항 마리나 항구 조성 등 다양한 사업 설명도 있었다.
이어 질문시간이 시작됐고 권 군수는 질문은 간단하게, 어디에 누구신지 밝혀야 통보 해 드린다며 질문 방법을 설명했다.
첫 번째 질문은 줄포면 박설아 행정인턴이 했다. 잼버리 행사 때 줄포에도 과정 활동이 진행되는지를 물었고 줄포는 100% 과정활동이 이뤄진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 마을의 김 아무개 이장은 농촌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며 베트남 인력문제를 고민해 달라는 질문을 했으며 공감하고 있다. 베트남 인력하고 MOU체결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마지막 세 번째 질문은 줄포 윗쪽에 산다는 한 아주머니가 했다. 동네가 너무 죽어가고 있다며 목욕탕이 됐든 무슨 건물이라도 지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관에서 계획을 수립할 때 꼭 참고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쓰레기 매립장 관련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 세 질문을 끝으로 면사무소를 나선 권 군수는 2곳의 경로당과 1곳의 축산시설을 돌아보고 줄포면 연초방문을 마무리했다.
보고는 성공적이었다는 게 다수 주민의 평가였다. 금동마을 A 주민은 “잘했는데 아직은 경험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며 “100가지 보고가 청산유수지만 줄포에 맞는 몇 가지에 집중해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본동에서 왔다는 주민은 “줄포생태공원을 넓혀서 꽃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시간에 왜 건의하지 않았냐는 기자의 물음에 “분위기가 질문하기에 껄끄러웠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공감 확산의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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