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농정의 틀 전환’ 어떻게 가고 있나?

‘농정의 틀 전환’을 위한 1보 - 농어촌 특별위원회(농특위)
생산주의 농정 탈피, 다원적기능 공익적 가치의 실현
공익기여지불 확대, 지방분권과 새로운 민,관 협치, 통합적 먹거리정책

지난 2019년 12월 12일 전주 혁신도시 농수산대학에서 ‘대통령 직속 농어업 농어촌 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 주최로 ‘다듣고 다함께 농정전환 2019 타운홀 미팅 보고대회’(이하 보고대회)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지난 3개월 동안 농특위가 전국을 돌며 청취한 농민들의 농업 정책에 대한 요구를 모아 정리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농정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혁신과 성장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도록 농정의 틀을 과감히 전환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문재인정부 농정의 핵심과제는 ‘농정의 틀’ 전환이다. 농업·농민·농촌의 정의에서부터 농정의 목표와 대상 추진방식 등 모든 면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부서의 의견 교환 및 예산부서, 전략부서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며 그에 걸맞는 권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농특위이다. 기획재정부장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양수산부장관, 국무조정실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되어있다,
농특위는 이번 정권에만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농특위가 있었다. 이명박 정권 때는 농림부 직속 기관으로 강등되어 유명무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특위 설치를 대통령 공약으로 내걸었고 박진도 전) 지역재단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지난해 4월 출범했다. 박진도 농특위원장은 오랫동안 현장 농민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농정에 관한 소통을 해 왔으며, 충청남도 삼락농정의 설계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현장 농정에 대해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현장의 농정에 대한 의견청취 내용을 정리 보고하는 ‘보고대회’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힘을 실어 줌으로써 농특위의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농특위는 ‘농정의 틀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정의 틀을 바꾼다는 것은 제도와 예산을 바꾼다는 것이다. 제도와 예산을 바꾼다는 것은 농업과 관련된 법령의 전반적인 개편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농정의 틀 전환’은 농정의 기본 방향을 효율과 경쟁력 중심의 생산주의 정책에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방향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분과위원회별로 핵심의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핵심적인 의제에 대한 접근방식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직불제 개편을 예로 들어보자. 직불제는 그동안 WTO 가입으로 발생하는 농업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득보장 정책이었다. 따라서 그 기본 설계는 생산하는 만큼 발생하는 피해, 즉 면적 단위의 피해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또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의 하나로 하한가를 국가가 보장하는 방식인 목표가격제도와 변동직불금제도를 도입했던 것이다.
그런데 새롭게 도입되는 직불제는 소득보장 정책이 아니라, 농업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보상이라는 성격으로 출발한다. 따라서 농업을 구성하는 농민, 특히 그동안 직불제에서 소외되었던 소농에 대한 직불금을 도입하고, 구간별 역진제를 도입함으로써 소득격차 완화라는 공익성을 실현하고자 하였다. (부안독립신문 지난호 참조)
또한 논, 밭의 사회적 기여를 동일하게 평가하여 단가 차이를 없앴다. 특히 수도작 전업 대농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하한 소득 보장의 유력한 장치였던 변동 직불금을 없애고 직불금 총액을 상향시킴으로써 공익형 직불의 목적을 분명히 하였다. 매5년마다 사회 경제적 여건을 반영하여 구체적인 단가와 구성을 변경해 나가기로 하였는 바, 공익형 직불제는 확대의 방향으로 갈 전망이다.
좀 더 들어가 농특위에서 생각하고 있는 농업예산제도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2019년 9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농특위 주최 ‘농정예산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박진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지속 가능한 농어업, 농어촌을 위해서는 생산주의 농정에서 벗어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농정을 바꿔야 합니다. 따라서 그동안 농업보조금과 지역개발에 사용되던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다원적 기능을 키울 수 있는 분야로 돌려야 합니다. 농특위는 공익기여지불이 장기적으로 농업예산의 50%이상이 되도록 정책을 설계하려고 합니다.”라고 하였다.
주제토론 내용을 요약하면 그동안 ‘○○사업 보조금’의 형태로 지급되던 대부분의 보조금을 점차 줄여 나가고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 또는 단체에게 그 보상을 지불하는 형식의 기여지불금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환경기여지불, 공동체유지 활성화지불, 지속가능지불과 같은 직불금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볏집환원사업이 그 유사한 형태로 보여진다.
이렇게 되면 보조금의 명목으로 업자에게 빨려나가는 자금도 대폭 줄게 될 것이다. 또한 자치단체의 각종 사업도 직접지불의 방식으로 변화될 것이다. 이러한 보조금의 목적과 지원방식의 변화는 자치단체와 정부의 협력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자치단체의 민, 관 협치체제의 구축 등 농정의 추진체계와 방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러한 지불방식의 변화는 상당히 고도화된 정책이해와 부정방지를 위한 민,관 의식의 변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푸드플랜이 2020년 농업계 최대의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그동안 자치단체 푸드플랜이 실험 중에 있고 부안군도 지난 1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푸드플랜 연관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자치단체 푸드플랜을 기반으로 국가 푸드플랜이 그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국가 푸드플랜은 안보, 안전, 생산, 유통·소비, 폐기 감축, 복지 기본권, 건강·영양, 교육정보, 문화 전통 등을 주요 영역으로 설정할 예정이다. 즉 앞으로의 농정이 농업, 농촌, 농민의 영역에서 국민건강과 안보를 아우르는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됨을 의미한다.(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보다 상세하게 검토하도록 하겠다)
문재인정부의 후반기 농업정책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농특위의 활동과 논의를 통해 대략적인 방향을 검토해 보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문재인 정부 농특위는 지난 정권의 농특위에 비해 상당한 변화를 추진하며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직불제와 푸드플랜에서 그 변화의 수준이 짐작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농지제도의 변화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투기적 목적이나 직불금 부정수급을 노린 농지의 소유, 이용에 관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지는 지가 문재인정부 ‘농정의 틀 전환’의 최종 모습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