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거리에 걸린 일방통행 반대 플래카드 사진 / 김종철 기자

부안군, “충분한 의견수렴 거쳐 일방통행 결정”
부안농협, “한 차례도 의견 묻지 않았다” 주장
일방통행 설명하는 자리서 양방통행 주장 나와
공청회선 침묵하다 결정 후 반대하는 행태 고쳐야

설문조사와 공청회, 이장 회의 등 1년여간의 절차를 거쳐 일방통행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물의 거리 정비사업이 부안농협 측의 갑작스런 ‘반대’ 목소리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물의 거리 내 상인들 의견을 중시했다는 부안군의 설명과 달리 부안농협 하나로마트 측에는 한 차례도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간의 의견 수렴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부안군은 지난 23일 행복한웨딩홀에서 ‘물의 거리 정비사업 주민설명회’를 갖고 부풍로에서 보건소 쪽으로 향하는 일방통행 정비계획 설명에 나섰다. 이날 설명회장에는 무려 170여 명의 군민이 참석했다. 앞서 7월에 열린 공청회 자리에 40여 명만 참석한 것에 비하면 무려 4배 이상 많은 숫자다.
부안군 담당자는 지난 2018년도 설문조사 결과와 7월 18일 공청회, 7월 25일 이장단 회의 등 그간의 의견 수렴과정을 보고하고, 이를 통해 얻은 결과와 함께 가장 좋은 방안으로 일방통행이 선택됐음을 설명했다. 또 목포냉동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하이마트 방향 소방도로를 개설해 차량 소통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는 설명회가 아닌 논쟁과 성토의 자리가 됐다. 질의·응답시간이 되자 일방통행을 반대하는 의견이 거세게 터져 나온 것이다.
서외리에 산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주민은 “일방도로는 대단히 잘못됐다”며 “보건소와 농협, 터미널, 수산시장을 통하는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양방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물의 거리 인근에 사는 농협 이사라는 주민도 “전임 군수가 째 낸다고 만들어 놨다”고 꼬집으며 “행정이 왜 군민을 괴롭히느냐, 그것도 설계라고 내놨느냐, 누가 설계했는지 궁금하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부안군 담당자가 “제가 했습니다”라고 답하면서 어색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어 동진면에서 왔다는 한 농협 회원은 “좁은 도로는 넓히고 없는 도로도 일부러 만드는 판국에 일방통행으로 좁힌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을, 주산의 한 농협 이사는 “물줄기를 없애야 한다. 농협 조합원이 6400명인데 마트 이용에 불편하다. 마트 앞 주차봉도 철거하라”는 요구를, 봉덕리의 한 농협 회원은 “싹 뒤집어 아스콘 깔고 양방향 통행도로로 만들어야 한다”며 “전임자 흔적 지우기로만 볼 것이 아니다”는 등 반대 주장을 잇따라 내놨다.
이처럼 다수 참석자가 반대 주장을 펴는 가운데, 이들 대부분이 농협 조합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부안농협이 매출 하락을 우려해 조합원을 동원, 실력행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안농협 관계자는 “일방통행으로 재정비되는 사실을 이사들과 공유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부안읍에 사는 다수 회원도 일방통행으로 바뀌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도대체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고 의견을 수렴했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일방통행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부안군에 찾아가 농협 측 입장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했다”며 “겉핥기식 의견수렴에 불통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간 공청회를 수차례 열고 지역신문에도 보도된 사실을 농협이 모를 리 없다”며 “일방통행으로 한다고 하니 손익을 따져본 후 괜한 트집을 잡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행정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어야 한다는 데 힘이 더해진다. 애초 물의 거리를 조성한 것도 행정이고 풀어야 할 것도 행정이기 때문에 결자해지의 마음가짐으로 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안군 담당자는 “일방통행으로 하던, 양방향 통행으로 하던, 차 없는 거리로 하던, 반대 의견을 가진 군민은 나오기 마련”이라며 “반대 의견 때문에 차일피일 미룬 결과가 지금의 물의 거리인 만큼 그간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한 결과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강행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부안군이 인근 상인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냈고 부안경찰서의 일방통행 심의도 통과하는 등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명회장에서 나온 의견이 농협의 일방적인 주장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어 행정이 이를 무시한 채 강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공청회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거나 의견도 제시하지 않다가 결과가 나온 후에야 이렇다저렇다, 다 된 밥에 재 뿌리듯 반대 의견을 내는 행태도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려나 다수의 군민이 물의 거리가 서둘러 정비되기를 희망하고 있어 시간이 지연될 뿐 행정과 농협 간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고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26억 원의 군비가 들어가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행정과 농협이라는 두 기관이 사전 논의조차 없이 외부적으로 갈등을 표출하는 모습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다수 주민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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