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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축사 거리제한 토론회…‘이대로’ vs ‘완화해야’ 팽팽

150여 명 참석…애초 예정 인원 100명 훌쩍 넘어
축산농가, “일정기간 거주 군민에 한해 거리제한 완화”
일반 군민, 악취 고통 호소하며 “현행대로 유지해야”

축사의 거리 제한 완화 여부를 놓고 벌어진 토론회에서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의견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관련 조례 개정은 장기 과제로 남게 됐다.

부안군은 지난 20일 부안예술회관 1층 다목적강당에서 군민과 축산농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안군 가축사육 제한 조례’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2월 18일 자로 강화된 소, 젖소, 말, 사슴 등 축사 거리 제한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애로사항과 축사 인근 주민의 민원 증가로 인한 갈등 등 양측의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부안군은 소, 젖소, 닭, 오리의 경우 5호 이상 밀집된 마을로부터 1km, 돼지의 경우 2km의 거리 제한을 두고 있다.

토론회는 ▲부안 군민에 한해 가축사육 거리 제한 완화의 필요성 여부 ▲축사를 신축 또는 증축하기 위한 주민동의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 등 두 가지 주제를 놓고 10개 분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거리 제한 완화를 요구한 축산농가들은 부안군에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자나 현재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자 등 허가조건을 조례에 명시해 가축사육 거리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주 기간은 5년부터 10년 이상까지 다양하게 제안됐다. 특히 현재 부안군에 대규모로 축사를 신축하는 농가는 대부분 정읍 등 타 지역 거주자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내 거주요건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관내 거주자 중 허가를 얻은 뒤 바로 타지인에게 매도하는 경우도 있어 매매·증여 역시 일정 기간 축사를 경영한 뒤 가능하도록 못 박자는 제안도 나왔다.

귀농인들이 축산에 도전하거나 축사를 자녀에게 물려 줄 경우에도 증축이 필요한데 이때도 부안 군민에 한해 일정 기간 거주요건을 만족할 경우에만 허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지난 2월 조례가 제정될 당시 군민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이 조례가 축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반한다는 논리를 펴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축산농가의 완화 요구가 거센 가운데 일반 군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강하게 표출됐다.

이들은 매년 여름 발생하는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전체 부안 인구의 4%에 불과한 축산농가에 대한 배려 이전에 96% 주민의 삶의 질을 위해 현행 유지를 강조했다. 특히 악취저감장치와 미생물제재 등 냄새를 없애는 방법이 널리 보급됐음에도 축산업자들이 비용을 핑계로 이를 도외시 한다며 의무 사용을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현재 마을 내에 있는 축사가 마을 밖으로 이전하는 경우에 한해 거리 제한을 두지 말고 이전할 수 있도록 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마을 안에 축사가 있는 지역은 제한거리 내라 해도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악취를 다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부안군이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일부에서는 악취가 심한 축사의 경우 유효기간을 설정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 민가가 없는 곳에 대규모 축산단지를 조성해 관내 모든 축사를 이전하라는 극단적인 요구도 제기됐다.

두 번째 주제인 주민동의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축산인들 대부분이 주민동의 비율을 현행 100%에서 60%~90% 선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반 군민은 현행 유지를 요구했다.

한 군민은 일부 지역에서 동의서가 허위로 작성되거나 내용도 모른 채 날인하는 경우가 있다며 위조 시 처벌에 대한 경고를 동의서에 명시해 피해를 예방하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축산농가들이 안고 있는 다양한 애로점을 기탄없이 풀어놓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또 일반 주민들이 겪고 있는 악취 문제 등 불만을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양측 다 이번 토론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찬반 양론이 격화되는 등 큰 소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대부분의 참석자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개진하고 상대 의견을 경청하는 등 수준 높은 토론이 이뤄짐에 따라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와 함께 축산농가 위주로 참여가 예상됐던 이번 토론회에 평범한 군민들이 대거 참석해 자신의 주장을 개진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자발적 참여자가 애초 신청자인 100명을 훌쩍 넘어서는 바람에 수십 명의 주민이 즉석에서 참가 등록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매년 여름 반복되는 악취에 더는 못 참겠다는 정서가 표출된 부분도 있지만 주민의 참여의식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토론회 석상에서 한 축산업자가 “(축산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돈을 벌어서도 안 된다”고 한 말은 이 날의 분위기를 함축한다. 축산업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부안 군민과 행정의 숙제로 남은 셈이다.

우병길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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