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대의 명예 위해 경중 따지는 것은 잘못된 일
3월 기포는 무장이 아닌 백산대회라는 주장도
기념일 제정 논란, 창조적인 결과로 이어져야

지난 20일 부안읍 행정복지센터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을 되돌아보다-사발통문부터 백산대회까지’를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부안군이 주최하고 역사와 교육학회가 주관한 이번 학술대회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제정과정의 문제점을 짚고 백산대회의 위상을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열렸다.
대회는 유영렬 안중근의사기념관장의 ‘동학농민혁명을 되돌아보다-동학농민운동의 전개와 의의’라는 기조 강연으로 시작됐다.
유 관장은 1894년의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학계의 다양한 시각을 서론으로 열고 동학농민운동의 배경, 운동의 전개, 의의로 정리해 나가면서 결론에서는 고부봉기, 무장기포, 백산대회는 지도자와 목표가 동일한 연속선 상의 사건으로 동학농민혁명전쟁에서 어느 하나도 결여돼서는 안 되는 삼위일체의 불가분 관계에 있다고 밝히며 후대 사람들이 지역의 명예를 위해 3자를 분리해 경중을 따지는 것은 역사를 거스르는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숭실대학교 성주현 교수의 ‘교조신원운동과 사발통문, 그리고 동학혁명의 전조(前兆)’라는 제1발표가 있었다.
교조신원운동과 척양왜양운동 등 19세기 조선의 상황에 대한 서론으로 시작해 공주와 삼례, 광화문의 교조신원운동, 보은과 금구의 척왜양운동, 척왜양운동과 동학농민혁명 순으로 진행하며 이들 운동이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내세운 동학농민혁명을 여는 서장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동국대 역사교과서연구소 조성운 박사의 ‘고부농민봉기 주도세력 연구’발표가 있었으며 이에 대해 조건 중앙대학교 강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어 부안군청 전문위원인 박대길 문학박사의 ‘동학농민혁명 초기 전개과정에서 백산대회의 위상’을 주제로 한 제3발표가 있었다.
이 발표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기념일 제정과정은 물론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 초기 전개과정에 대한 집중적인 발표가 있었다.
서론에 이어 고부에서 무장으로, 무장에서 백산으로, 백산에서 황토현이라는 소제목 순으로 진행했으며 모두 부안 백산대회를 초점에 두고 있다.
박 위원은 1894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동학농민혁명은 고부에서 시작한 것으로 인식된 점을 들어 당시 고부군에 속한 백산에서 3월에 열린 백산대회가 핵심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1985년에 무장(고창군)기포가 혁명의 시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2004년 제정된 ‘동학농민혁명 특별법’에서 ‘1984년 3월 봉기 이후’로 혁명의 범위를 정하면서 1월에 봉기한 고부봉기는 제외되고 3월에 봉기한 무장기포를 시작으로 해석함으로써 백산대회는 실체마저 부정당하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오랫동안 3월 봉기가 백산대회를 가리켜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백산대회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박 위원은 ‘앉으면 죽산, 서면 백산’으로 상징되는 백산대회는 명실공이 동학농민혁명 초기 전개과정의 정점으로 혁명의 시작이라고 적시하며 백산대회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것이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박 위원의 발표는 동학농민혁명의 직접적인 배경과 전사(全史), 그리고 본격적인 시작에 관한 전개과정을 시기별로 검토하고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에 관한 공론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4발표는 경희대학교 임형진 교수의 ‘동학기념일 지정과 앞으로의 과제’가 진행됐다. 임 교수는 국가기념식 거행의 의미를 시작으로 동학농민혁명과 특별법, 동학농민혁명 기념식, 국가기념일 제정과정, 탈락한 기념일들의 의의, 남은 과제들 순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특히 탈락한 기념일들의 의의에서 3월 20일 무장기포와 황토현 전승일, 1월 10일 고부기포일, 4월 27일 전주성 점령일, 11월 9일 공주 우금치 전투일, 3월 8일의 금산포 기포일 등을 나열하고 하나하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면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임 교수는 학계 목소리가 다수결이나 대세론에 휩쓸릴 수 없고 지자체 간의 갈등이 전국적인 여망을 벗어날 수 없으며 관련 단체 간 이해관계가 125년 전 선배들의 고귀한 희생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에서 국가기념일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창조적인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일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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