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이번 수학여행은
낙조를 보러 간다며
쌀 한 봉지씩 담아 오라고 한다
나는 순간 타조를 생각하면서
낙조에게 줄 모이가 쌀인 줄 알고
두 봉지나 넣어 학교로 갔다
선생님은 낙조가 정말 아름답다며
계속 산을 오르고 있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것은 낙조가 아니라
월명암이라는 절이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가지고 온 쌀 봉투를
대웅전 시주함 위에 올려놓고
낙조를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절을 하라고 했다
공손히 절하고 일어서니
멀리 서해가 눈앞에 펼쳐지고
노을 속으로 해가 떨어지는
낙조가 보였다
월명암에서 만난 낙조는 아직도
내 가슴 위로 날고 있다
지워지지 않는 새가 되어.

 

강민숙 전북 부안 백산에서 태어나 백산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숭의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를 했고, 이어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박사 공부를 했다. 1991년 등단해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가 34만부 정도 팔려 스터디셀러가 되었고, 이어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와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외에 10여권의 저서가 있으며, 몽골의 울란바터르대학교에서 현대시를 강의했다. 현재는 동학농민혁명 백산대회 역사공원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예창작과, 극작과, 영화과, 연출과, 방송영상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각 대학 문창과 입학을 위한 아이클라(icla) 문예창작원을 운영하고 있다(010-4213-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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