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는 부안교육지원청의 ‘틈새놀이터’가 틈새가 아닌 ‘마당’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청소년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시작된 틈새놀이터가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참여로 인해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면서 청소년의 새로운 소통의 공간이자 꿈을 기르는 마당으로 조명 받고 있다.
최근 중학교 1학년 학생이 틈새놀이터를 이용해 제빵기능사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답답한 교실에서 벗어나 제과제빵사라는 꿈을 키운 놀이터 ‘오븐이야기’의 최인영 대표와 부안여중 장서현 학생을 만나봤다.
물의 거리 내 골목 한쪽에 자리 잡은 ‘오븐 이야기’를 찾아간 때는 빵 굽는 수업이 진행되기 30분 전이었다. 빵 굽는 냄새가 아쉬웠지만 공방에 들어서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최 대표가 반갑게 인사한다.
“어서오세요. 생각보다 좁죠” 공방은 약 10여 평 남짓으로 좁지만 실습장과 주방, 오븐 등이 가지런히 정비돼 있고 아기자기한 각종 소품들이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한다.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 직접 빵을 굽기 시작했다는 최 대표의 빵 경력은 올해로 15년을 넘어서고 있다.
2016년에 자리를 잡아 다음해부터 틈새놀이터 사업을 시작해 벌써 3년차 졸업생을 배출했다. 최 대표는 “이곳은 단순히 빵 기술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 주관으로 열린 지역공동체 특화사업에 ‘빵빵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한 해 동안 다섯 번 마을 어르신들에게 빵 봉사를 펼쳤다. 뿐만 아니라 마실축제에서 체험활동을 펼쳐 그 수익금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개암사 벚꽃축제나 국화축제도 빠지지 않았다. 이 같은 참여가 아이들에게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다양한 과목을 배우는 공부가 아닌 자신들이 희망하는 빵이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소통하면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최 대표는 잘 굽고 못 굽고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저마다 특색이 있어 어떤 것이 맛있다고 재단할 수 없다는 데 큰 매력이 있다고 한다. 즉 1등, 2등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라 아이들 각자의 개성, 그대로의 가치를 인정해 줘 자존감 향상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손에 국가기술자격증을 들고 있는 부안여중 1학년 장서현 학생은 격포가 집이다. 일주일에 한번뿐인 빵 굽는 수업으로 지난 11월 14일 제빵기능사를 취득했다.
쉽게 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필기시험이라는 관문도 통과해야 하지만 대부분이 실패의 쓴 맛을 본다는 실기는 서너 번은 떨어져 봐야 감을 잡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총 25가지의 빵 중 그날 정해진 빵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전문적인 기술을 가져야 한다. 서현 학생이 가장 잘 만드는 빵은 ‘식빵’이다. 하지만 이날은 ‘버터롤’이 나왔다. 적당량의 버터를 넣고 반죽해 길게 밀어 말아야 하는 수준 높은 빵이지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규격으로 구워내면서 합격의 기쁨을 얻었다.
“내년에는 제과기능사에 도전할 거예요”. 제빵을 땄으니 파이나 쿠키, 마카롱 같은 것을 만드는 제과에도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서현 학생은 지금의 꿈을 실현시킬 전문 고등학교로 입학을 희망하고 있다. 성적도 상위 20% 이내를 유지해야 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장서현 학생(좌)과 최인영 대표(우)

이 곳 오븐이야기에서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은 서현 학생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중학생 4명, 고등학생 4명으로 졸업하는 3학년 언니들 숫자만큼 내년에도 틈새놀이터에서 놀 학생들을 모집 중에 있다. 신청은 무엇을 하겠다고 마음이 통한 친구 5명만 있으면 된다. 모두 자율이기 때문에 수업하는 요일도 학생들이 결정한다. 일주일에 1번씩이며 4교시로 구성돼 있다.
부안교육지원청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이메일(kmabopoi@jbedu.kr)을 통해 2020년 1기 틈새놀이터 지원서를 받는다고 밝혔다. 직접 방문 제출도 할 수 있으며, 교육지원과 이윤재 장학사에게 제출하면 된다. 이후 26일과 27일에 걸쳐 면접을 갖고 31일 선정결과를 발표한다. 1기는 3월 2일부터 7월 25일까지 진행된다.
부안교육지원청은 최소인원 5명 이상이 200만원 이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스스로 계획해 신청하면 약 25개의 틈새놀이터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틈새놀이터 사업은 청소년들에게 놀 틈, 쉴 틈, 꿈 꿀 틈을 제공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소질과 꿈을 키워나가도록 지원하는 청소년 문화사업으로 지역과 함께 아이들을 보살피고 키우는 부안교육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