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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해창의 장승과 기도터를 그대로 놔둬라
  • 주용기(전북대 전임연구원)
  • 승인 2019.12.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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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이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가 개최될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새만금 간척지내 하서지구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조성부지에 장승 20여개가 세워져 있는 부안 해창지역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한다. 결국 장승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해 이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시민사회종교단체와 활동가들은 이같은 계획이 그대로 추진되도록 놔둘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장승이 세워진 곳 바로 인근에는 해창산과 해창마을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 갯벌을 해창갯벌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해창산은 새만금 방조제를 만드는데 필요한 바위와 흙을 파가던 토석채취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그러다 보니 산봉우리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안쪽이 푹 파져 버렸다. 지금은 산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낮아진 상태로 도로변만 일부 남겨져 있을 뿐이다. 이렇게 산이 파괴되기 이전만 하더라도 변산반도국립공원에 포함된 산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1991년에 시작된 새만금 방조제를 쌓기 위해 토석채취장 허가를 내 준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해창산과 해창교가 만나는 지점에는 10여 가구가 살던 해창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 앞 갯벌에 나가 바지락 등 조개와 뱀장어 등 물고기를 잡는 어업을 하면서 살았다. 바로 옆에 직소천 하구가 있어서 농토가 없더라도 어업만 하더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91년 11월 새만금사업이 시작되면서 어업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이후 몇 년간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다가 토석채취로 인해 거주하던 주택이 붕괴위험에 처하자 보상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 나갔던 것이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1994년에 본인이 속해 있던 전주의 환경단체가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을 시작하였고, 1998년에는 서울에 있던 여러 환경단체들이 연대하여 ‘새만금 백지화 시민회의’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였다. 본인이 1997년 부안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해 농민운동가와 몇몇 분들에게 새만금사업 반대운동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가 2000년이 되면서 부안지역에는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조직적인 반대운동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부안사람들’에 임원이던 주민 2명이 내가 속해 있던 전주의 사무실에 들러 해창갯벌에서 ‘매향제’를 진행하자고 제안을 하였고, 본인도 이에 적극 동의하였다. ‘부안사람들’이 서울의 단체들에게도 제안을 하였고, 공동 참가단체가 1백만원씩 돈을 모아 2000년 1월 30일에 해창갯벌에서 ‘새만금갯벌 살리기를 위한 매향제’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같은 해 3월 30일에는 해창갯벌에서 부안사람들, 전국의 시민사회환경단체들이 모여 ‘장승제’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2002년에는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 등 4개 종교단체가 새만금갯벌 살리기를 위한 기도회 및 종교행사를 이곳에서 진행하였고, 4개 종단이 콘테이너 박스를 각각 설치해 기도처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3년 3월 28일부터 5월 31일까지 4개 종단을 대표한 4분의 성직자가 이곳 해창갯벌에서 청와대 및 서울광장까지 65일 동안 새만금갯벌 살리기를 위한 삼보일배를 진행하였다. 곧 바로 4개 종단의 여성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삼보일배가 행해진 길을 10일 동안 반대방향으로 진행을 한 후 해창갯벌에서 마무리 기도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후 2006년 4월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해창갯벌에서 새만금갯벌을 살리자고 하는 마음들이 모여서 다양한 행사와 기도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2006년 4월 21일,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이후 예전처럼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지 않자 해안가를 접한 새만금갯벌의 해양생물이 죽어갔고, 이곳 해창갯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나무로 된 장승이 썩어서 쓰러지거나 부러졌고,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깍아 보내준 상징물도 누군가 훔쳐가 버렸다. 해가 거듭하면서 염분기가 빠진 자리에 육상식물이 점령해 들어왔다.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해 함께 했던 마음들도 하나 둘 찾지 않게 되었다. 2006년 1월 당시 노무현 정부의 새만금사업 강행 발표, 같은 해 3월 15일 대법원의 새만금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정부쪽 승소 판결,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완료와 준공, 그리고 내부 개발사업이 계속되고 있어서 개발이익을 얻겠다는 개발업자들, 정치적인 이해득실에 앞장선 정치인들, 거대한 토목사업이 발전이라는 환상에 빠진 사람들이 이긴 것으로 보일 것이다. 잠시 이들이 이긴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자연의 역사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도 새만금갯벌 살리려는 마음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지금이라도 해수유통을 확대해 새만금 방조제 내외측의 생물들이 사람과 함께 공존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최근 새만금에 해수유통을 바라는 전북의 시민사회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이 해창갯벌에 다시 모여 장승을 세웠다. 정부와 정치권, 개발세력들이 새만금사업을 계속 하다고 해서 갯벌을 살리기를 위한 양심의 목소리를 짓누를 수 없다. 단지 10일간 개최되는 세계잼버리대회를 빌미로 만약 해창의 장승과 기도터를 없애려 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이곳을 깔아 뭉개고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리라 장담하지 마라. 더 이상 부안 해창의 장승과 기도터를 없애려는 흑심을 부리지 마라. 재발! 그대로 놔 둬라.

주용기(전북대 전임연구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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