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 만적사 이야기

늘 먼 산만 바라보다
아버지가 간 곳은
우리 집 마당보다
더 넓은 마당바위였다
마당바위 아래
배롱나무 한 그루 심어 놓고
집 한 채 지었다
어느 날 나무꾼이 산을 내려오다
마당바위에서
두 노인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마을도 동네 사람도 다 사라졌다는
전설이 있는 우금산 마당바위
그 아래에서 아버지는
신선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상서 뜰이나 바라보며
가끔, 신선과 함께
바둑 두며 살고 싶었던 것일까
누가 이름이 왜 만적사(萬積寺)냐고 물으면
입 꾹 다물고
미소만 지었던 아버지
오늘은 미륵불 앞에서
내가 묻고 있다
쌓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를.

 

강민숙 전북 부안 백산에서 태어나 백산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숭의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를 했고, 이어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박사 공부를 했다. 1991년 등단해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가 34만부 정도 팔려 스터디셀러가 되었고, 이어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와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외에 10여권의 저서가 있으며, 몽골의 울란바터르대학교에서 현대시를 강의했다. 현재는 동학농민혁명 백산대회 역사공원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예창작과, 극작과, 영화과, 연출과, 방송영상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각 대학 문창과 입학을 위한 아이클라(icla) 문예창작원을 운영하고 있다(010-4213-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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