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원으로 한달 생활...가족과 생이별

보안면의 ㅇ업체, 이주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들어간 그곳은 벽돌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부안에는 온지 얼마 안돼 할 수 있는 한국말이라고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밖에 없다고 주위 사람들이 귀뜸했지만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그렇게 만난 3명의 얼굴은 의외로 밝았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자 너무나 반갑게 자신들의 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이름은 루스탐존(36), 롤라(34), 아흐메드(27)라고 했다. 모두 올해 1월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 루스탐존은 우즈벡에서 아내와 딸 셋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번 씩 1시간 가량 전화를 하는데 언제나 “아버지 언제와요. 빨리 오세요. 보고싶어요”라고 한다고 떠듬떠듬 말한다. 그도 무척 아이들이 보고 싶은 모양이다. 말 속에, 표정에 애틋함이 묻어난다.
롤라는 그래도 지척에 남편이 있다. 그의 남편은 경기도 안산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진첩을 하나 가져오더니 아이들과 동료들, 올해 추석 때 남편과 서울랜드에 가서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남편은 한 달에 한번씩 만난다고 했다. 보고 싶어서 매일매일 전화를 한다지만 이런 생이별이 없다. 우즈벡에 있는 아들과 딸은 부모님 집에 맡겨 놓았단다.
돈 벌어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이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돈 많이 벌어서 공부시키고 결혼시킬 거예요.”
“여기 사는 게 좋아요. 지금 (일이)조금밖에 없어요. 조금밖에 일이 없어서 돈을 많이 못 벌어요. 한국 다 힘들어요.” 아흐메드도 우즈벡에서 애인이 기다리고 있다며 얼굴을 붉힌다.
그들은 여기서 번 돈을 모두 고향으로 부치고 한 달을 8만원 정도의 돈으로 견뎌낸다. 2시간 20분 동안 통화할 수 있는 전화카드 1만3천원짜리 두 장을 사고 나면 5만원가량 남는다.
그래도 그 돈으로 쉬는 날(일요일)에 전주에도 가고 부안, 곰소, 줄포에도 간다고 한다. 바다가 있으니 좋고 회도 좋아한다고 했다. “물고기 많이 먹었다”는 말을 기자가 해석한 것이지만.
일상은 단순하다. 아침 8시30분에 일을 시작해서 오후 6시에 끝나고 나면 저녁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한 후 전화하고 텔레비전 보는 게 전부란다.
그래도 3년 일하고 다시 계약을 갱신해 한국에 다시 들어오길 바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70년대 억척스럽던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다.
떠나올 때 루스탐존의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우즈벡에 있는 아내에게 보내주겠노라 약속했다. 사진을 찍자고 하니 얼른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긴장된 표정이 풀리지 않는다. 그리고는 또박또박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이메일 주소를 알아 연락하겠노라고 몇 번을 다짐한다. 그리곤 또 얘기한다. “딸과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내, 많이 많이 보고 싶어요.”/한계희 기자 ghh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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