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슬금슬금 그 자취를 감추고 서늘한 바람이 등줄기를 탈 때쯤이면 벌써 추운 겨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안초등학교 전교생이 사랑의 연탄 배달 봉사를 결심한 것도 이 즈음이다.
행안초등학교(교장 은미숙)는 해마다 봉사활동을 실시해왔다. 일제 강점기 가슴 아픈 역사를 공부하고 나눔 장터를 열어 위안부 나눔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하였고,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들고 송산효도마을과 학교 앞 요양시설을 찾아가 착한 손주가 되기도 했다.
2학기 들어 전교생이 함께 모여 올해는 누구에게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전달할지 치열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 지역 행안면에 홀로 계시는 어르신을 찾아 연탄을 배달하기로 결정이 됐다. 교직원들은 묵묵히 뒤에서 돕기로 하고 모든 과정을 아이들이 스스로 해나가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기를 바랐다.

손편지를 쓴 행안초 백승주학생

학생들은 우선 우유팩을 재활용하여 만든 모금함을 모든 행안초 학생과 교직원에 배부하여 기금을 모금했다. 또 집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들을 학교로 가져와 착한장터를 열었다. 고사리 손으로 직접 쓴 봉사활동 모금 편지(사진 참고)는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 모든 활동 결과 자그마치 1,279,410원의 기금이 마련되었다. 학생들은 이 기금으로 총1600장의 연탄을 구입해 행안면사무소에서 연결해 준 세 가정에 기부했다.

지난 11월 20일 오전, 사랑팀, 나눔팀으로 나뉘어 연탄배달이 진행됐다.손바닥 위에 놓인 연탄이 조금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깃털보다 가벼웠고, 까만 연탄으로 그을린 아이들의 얼굴은 햇살보다 밝아 보였다. 봉사활동 내내 끊이지 않았던 환한 미소는 석 달간의 긴 여정 동안 아이들 스스로의 노력과 배려, 희생의 마음에서 절로 나온 것이었다.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해 모든 교육공동체가 함께 뿌듯했던 이번 봉사활동에서 행안초 아이들이 배달한 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연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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