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를 보며

관내에 있는 파리를 모두 없애라는 군수의 지시에 파리가 없으면 사람도 살기 힘들다고 말대꾸를 한 공무원을 직위해제하여 부안군이 전국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감사결과 발표에서 밝혀진 이 사건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에 감사원은 부안군수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감사원의 조치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말 한마디 때문에 부하직원을 직위해제한 것이 훨씬 더 지나친 것만은 사실이다.

그 공무원이 어떤 이유에서 또는 어떤 상황에서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상상컨대, 해당 공무원이 어려서 그런 실수를 했거나 소신으로 말했거나 또는 긴장된 분위기를 풀려고 했거나 군수에게 감정이 있어서 그랬거나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말 한마디가 직위해제를 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만일 이런 조치가 적절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 직원은 명령을 이행하려 했어도 결국 직위해제나 다른 징계를 당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관내의 파리를 모두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명령을 불이행한 것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징계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군수의 말 한마디로 인사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인사와 관련된 각종 위원회 및 절차가 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처리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범죄로 인하여 재판을 받는 사람도 변론의 기회가 주어지고, 행정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들도 청문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부하직원의 별 의미없는 말 한마디에 즉각적으로 직위해제 처분을 내린다는 것은 아무리 양보해서 생각해봐도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결국 그 공무원은 파리 때문에 파리목숨이 돼버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부안군 공무원은 졸지에 파리가 된 셈이다. 이렇게 되면 파리를 모두 없애라는 군수의 지시가 참으로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번 감사 결과, 부안군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들과 단체장들의 부정부패, 무능, 도덕적 해이 등 총체적인 난맥상이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들이 계속 누적되면 지방자치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지렛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후진기어가 될 것이다. 즉, 현대적인 풀뿌리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봉건적인 제후 또는 세력을 양성하는 장치로 전락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일회적인 뉴스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건강한 지방자치제도가 이루어지려면 단체장, 공무원, 지방의회, 시민사회단체, 지역언론이 상호 감시와 견제 역할을 균형적으로 이루어야 할 것이다. 강력한 단체장을 중심으로 서로 유착하거나 일방적인 수직적 권력관계 속에 놓이게 되면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독재 내지 봉건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역행하게 될 것이다. 단체장은 막강한 제후가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파리로 인해 빚어진 이 사건 소식을 접하면서 과거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었던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 떠오른다. 지방자치가 포악한 잭이 지배하는 무인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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