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고등학생들이 제 90주년 학생독립의 날을 맞아 지역의 역사와 아픔을 찾아 보자는 의미에서 '동진강에 흐르는 아리랑 역사기행'을 떠났습니다. 임실 옥정호, 동진강의 발원지인 빈시암, 칠보수력발전소와 무성서원, 동학의 역사를 간직한 백산성지를 둘러본 학생들이 느꼈던 소감을 보내왔기에 싣습니다.    편집자 말

‘동진강에 흐르는 아리랑’ 기행 보고서

부안고 2학연 안엽

우리의 고장 부안지역에 흐르는 ‘동진강 여행’을 11월 2일 토요일에 여러 중·고등학교 선생님들, 고등학생들과 함께 다녀왔다. 여행 도중 선생님들께서 하시는 설명을 이해할 수 있게 여행 전날 금요일에 교육청에서 ‘동진강에 흐르는 아리랑’ (섬진강 운암제에서 동진강과 만경강의 새만금방조제에 이르는 자연지리와 역사, 문화의 교과통합적 내용을 담은 책)을 직접 편찬하신 장현근 선생님께서 책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 주시고 간단한 실습을 통해 동진강의 지리까지 설명해 주셨다.
토요일에 여행을 떠났다. 처음에 도착한 옥정호는 인상적이었다. 도착한 시각이 아침 9시쯤이라 비몽사몽한 상태로 잠에 취해 버스에 내려 앞을 보았다. 따뜻한 아침 햇살에 비친 옥정호의 모습이 솜사탕 같은 옅은 안개에 살짝 가린 모습은 아름다워 잠이 바로 깰 정도였다. 옥정호는 섬진강 다목적댐의 건설로 생겼다. 옥정호에서는 나래산, 묵방산을 볼 수 있다. 날씨가 맑고 좋은 날에는 모악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다음으로 우리 전라도 지역에 물이 왜 없는가에 대해 직접 버스를 타고 지형도 관찰하며 이동하는 도중 설명을 들었다. 과거엔 전라도 지역의 암석이 대부분 화강암인데 화산폭발로 인해 응회암이 생성되어 그 응회암이 전라도로 오는 물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단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사는 곳은 넓은 평야에 비해 물이 부족했다. 이 설명을 학생이 직접 하니 더욱 잘 기억되는 것 같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운암발전소에 갔다. 운암발전소를 처음 보고 오래된 폐가 느낌이 나서 너무 무서웠다. 이 발전소는 고지대의 저수지에서 지대가 낮은 동진강 유역으로 수계를 바꾸고 낙차를 이용하여 수력발전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였다. 이 낙차는 77.02m에 이른다. 다음으로 현재 가동 중인 ‘칠보수력발전소’에 갔다. 서림고 학생의 설명을 들었다. 물을 막은 댐은 섬진강에 있는데 그 물의 낙차를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발전소이다. ‘칠보수력발전소’는 운암발전소와 비교할 때 낙차는 약 1.8배, 발전효율은 2배, 발전용량은 5.6배 큰 규모였다. ‘섬진강수력발전소’로 불렸던 ‘칠보발전소’의 출발은 칠보 수로와 함께 일제강점기인 1945년 4월에 완성되었다. ‘칠보수력발전소’는 건설 초기에 ‘칠보발전소’ 이름으로 출발하였다가 중간에 ‘섬진강수력발전소’로 변경되었고 지난 2018년 4월 다시 ‘칠보수력발전소’로 거듭났다. 우리가 ‘칠보수력발전소’에 도착했을 때 아쉽게도 그날은 발전소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발전소 안에 들어가면 좀더 실감나게 발전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산에 터널을 뚫어 댐에서부터 물을 끌어오는 수로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칠보수력발전소’에서 끌어온 물은 동진강 도수로를 통해 동진강으로 흘러간다. 또 동진강에서 계화도 간척지로 보내진다. 이로써 우리나라 쌀 생산의 대전환을 갖게 한 동진강 도수로이니 정말 자랑스럽다.
무성서원에 갔다. 무성서원은 조선 시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서 살아남은 전북 유일의 서원이다. 여기서 ‘태인 의병’이 창의를 하였다. ‘태인 의병’은 을사늑약 체결 이후 조직되었다. ‘태인 의병’은 정읍으로 진군하여 정읍 군수의 항복을 받아냈다. 그 후 총 등 여러 무기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무기들을 확보한 뒤 내장산에서 좌익과 우익으로 나누어 훈련을 실시하고, 순창으로 진격하여 순창군수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었다. 또 곡성으로 행군하여 곡성 군수 송진옥이 최익현을 맞이하였다. 다시 순창으로 귀환하였는데 바로 다음날 진위대들이 ‘태인 의병’을 압박하여 모두 체포되었다. 선비, 백성들이 모여 봉기를 일으켰다는 점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점심을 먹고 ‘피향정’에 갔다. ‘피향정’은 상연지와 하연지라는 두 연못에 핀 연꽃의 향기가 주변에 가득하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상연지는 일제강점기에 메워지고 현재는 하연지만 남았다. 피향정 앞에는 비석들이 있다. 이 중 홍범식 군수의 비석도 있다. 홍범식은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의 부친이다. 홍범식은 자결하면서 아들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친일은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조병갑의 아버지 조규순의 비석도 있었다. 우리가 피향정에 갔을 때에는 하연지 연못의 물이 없었던 상태여서 연꽃 냄새는 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비석들도 살피고 피향정 내부에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화호리에 있는 일본인 대지주인 구마모토 리헤이의 농장, 가옥 등을 구경했다. 구마모토는 넓은 땅에 조선인들을 투입시켜 강제로 벼농사를 짓게 하고, 생산된 대부분의 쌀들을 일본에 수출하였다. 이로 인하여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은 쌀을 먹지도 못하고 바로 뺏기니 굶주린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백산성’에 죽창을 들고 올라가 당시의 동학농민혁명에 가담은 못하였지만 내가 김개남 장군의 역할도 해보고 ‘앉으면 죽산 서면 백산‘이라는 뜻의 기원도 알았다. 흰옷을 입고 있는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창을 들고 백산성에서 앉으면 죽산이 되는 것이고, 서면 흰옷이 백산성을 가득 채우니 하얀 산이라 해서 백산이 된 것이다.
이번 동진강을 따라가는 여행을 통해서 나는 우리 지역이지만 모르는 정보들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았고 이런 역사 프로그램을 더욱 자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좀 더 확장 시켜 부안의 모든 사람들이 부안의 역사, 전라도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여행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확실히 직접 여행하며 만지고 보고 들으면 간접적으로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생생하게 와닿는다. 후에 기회가 있다면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내가 부안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고 싶다.

 

현재 그리고 과거

백산고 김유진

과거와 현재, 이 둘을 비교하며 기행을 했다. 현재 나에게 강이란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해주는 그러한 존재이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 가보면 누구에게는 생사의 길을 가르는 존재이었고 누구에게는 자신의 더 많은 이익을 위해 필요한 존재가 강이었다는 사실을 이번 기행을 통해 깨달았다.
우선 다녀온 곳들을 소개하려 한다. ‘동진강에 흐르는 아리랑’이라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강이 가지고 있는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옥정호, 운암 발전소, 칠보 수력 발전소, 화호리, 백산성 순서로 둘러 보았다.
옥정호는 섬진강 다목적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호수인데 가서 봤을 때는 인공호수라는 것이 믿겨 지지 않을 정도로 크다. 이곳에서 호남정맥, 산줄기, 지질 등 다양한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이러한 당연한 이치를 가지고 산맥을 기준으로 하여 그 밑으로는 물줄기가 어떻게 흐르고 나는지 또한 알 수 있었다. 운암 발전소, 칠보 수력 발전소, 화호리 등을 다니면서 일제 강점기의 수탈현장을 떠올려 봤는데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려 벼농사에 중요한 물을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학농민혁명 시 동학 농민군들이 이곳에 집결하여 전주 방면으로 진격한 역사가 담겨있는 곳인 백산성에 들렀을 때는 백산고등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많이 가보았던 경험이 있어 역사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번 기행을 통해 얻어간 것 중 제일 값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공감, 이해”라는 주제로 하여 역사를 이해하려는 시간을 가져본 것이다. 기행 중에 그 당시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학교에 앉아 교과서로 그들을 들여다보는 것과 현장에 와서 보는 것은 아주 아니 매우 달랐다. 선생님들께서 “지리와 그 주변 환경을 보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될 뿐 아니라 쉬워질 것”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이 말대로 현재 나의 시선에서 말고 과거 선조들의 입장에서 보니 상황이 이해가 되었고 이어서 공감할 수 있는 상황까지 올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당시 농민군들의 모습도 군수의 횡포에 화가 나 싸우는 것만이 아닌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 벼랑 끝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보였다.
먼 옛날이야기를 공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알고 이해해야 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동진강에 흐르는 아리랑’ 기행을 통해 생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강에 흐르는 역사를 찬찬히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동진강의 푸른 역사를 좇아가다

서림고 2학년 이세라

이번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 역사기행에서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은 임실군 운암면 마을이 가라앉아 만들어진 댐, 옥정호이다. 이번 기행의 처음 방문 공간이기도 하고 전에 두 번 와봤던 곳이라 굉장히 반가운 곳이었다. 배운 내용도 있었지만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도 많아 흥미로웠다. 산맥도와 산경도는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라 나에게는 생소했다. 그리고 섬진강 유역과 동진강 유역을 나누는 근원지인 분수계에 다녀오니, 마치 나라 사이의 국경에 다녀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분수계를 따라 사투리도, 지방 문화들도 다르다고 하니 좁은 분수계가 다시 보였다.
옥정호에 다녀온 뒤에 방문한 곳은 동진강의 시작이라는 여우치 마을 표지판 앞이었다. 정읍시 산외면 여우치 마을은 동진강의 발원지 빈시암이 있는 곳이다. 그 뒤로 조금 걸어간 곳에 있는 운암취수공과 조압수조를 보며 그때 당시 소수력발전소의 역할과 가치, 그리고 그 물의 근원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고, 이어서 운암발전소에 방문하였다. 운암발전소는 1925년 기공하여 1929년 11월에 준공된 수력발전소이다. 운암발전소의 첫 인상은 솔직히 겉모습부터가 오싹했던 것 같다. 운암발전소의 안쪽에 들어가면 운암발전소 뒷산으로 연결된 두 개의 큰 송수관이 보인다. 겉모습에 오싹했던 것과는 달리 안쪽 운암발전소의 송수관을 보았을 때는 ‘수력발전소의 송수관을 그렇게 직접 볼 기회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에 신기했다. 그 옛날에 지어졌다는 운암발전소 송수관은 생각보다 컸고 수력발전소를 통해 이루어진 일에 대해 많은 상상을 가능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근처 암석들을 살펴보러 갔다. 옥정호 주변의 암석을 분석해 본 결과 동진강 유역 본류의 수자원이 부족한 이유는 동진강 유역의 남동부에 화산활동에 의한 화산쇄설물이 쌓이면서 고지대가 형성되어 서부평야 쪽으로 급격한 경사를 이루며 바로 평야로 이어지기 때문에 물이 그쪽으로 다 흘러내리고, 또한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토산보다 물을 많이 머금고 있지 못하여 남동부 쪽은 수자원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암석을 통해 지역의 문화들과 역사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 방문한 칠보 수력발전소에서는 남한 최초의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라는 것에 놀라고 건설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었던 수력발전소인데 수력발전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면서 아무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 부끄러웠다. 또한, 칠보 수력발전소의 전기생산량이 연간 1억 2000만kWh에 달하고 이 전기가 호남지역 전체에 보내진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 휴일이라 실제 칠보 수력발전소의 발전기를 보지는 못해서 아쉬웠지만 멀리서라도 산 위에서 내려오는 송수관을 볼 수 있어 신기했다.
이번 기행에서 무성서원으로의 방문을 통해 정극인을 배우게 되었다. 정극인은 그냥 유배를 당해 자연만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고 있었는데, <상춘곡>에서 속세는 부정적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몇 번이나 속세에 갔다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기행에 갔다 온 뒤 <상춘곡>과 같이 높이 평가받는다는 <불우헌가>와 <불우헌곡>을 찾아보았다. 근데 사실 내용이 스스로 현명함을 과장한 것 같아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사실 정극인에 관한 이야기보다 마음 깊이 와닿았던 이야기는 태인 의병 이야기였다. 내가 앉아있던 그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각오를 한 사람들의 창의 선언이 이루어졌다니 그때 당시의 그들의 모습이 가슴 밖까지 차올랐다. 밖에 새워진 비석들을 보고 그곳에서 태인 의병의 과정을 들으며 다시 한번 그들의 불처럼 뜨거웠던 의지를 가슴에 새겼다.
그다음 옛 화호 병원 적산 가옥에서 처음 배운 부분은 일제 쌀 수탈 전략이었다. 우리와 굉장히 가까운 화호리에 가서 수탈당했던 현장들을 보니 마치 내 일처럼 분했고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잘 알게 되었다.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고 있어야 앞으로도 똑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마지막 백산 성지에서 배운 내용은 항일의병운동이다. 동학농민운동은 사실 친숙한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백산 창의문과 동학운동의 인물들에 관한 것은 교과서에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부안의 백산이 농민혁명 1차 기병 때 호남 창의소가 설치되었음에도 백산을 직접 방문해본 적도 궁금해했던 적도 없었다. 이번 기회로 동학농민운동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백산을 배울 수 있어서 의미 있었고 자랑스러웠던 것 같다.
이번 기행을 준비하고 다녀오니 내가 관심 없었던 과목에도 흥미가 생기고 다양한 분야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니 한 부분에서만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이해가 잘 가고 신기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고 항상 다른 데에만 눈을 돌렸던 것 같은데 내가 사는 지역의 한 부분, 한 부분을 교과별로 관찰하고 조사하니 우리 지역에 대해 몰랐던 많은 신기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이번 기행을 통해 알게 되었던 과거 동진강에서 일어난 많은 역사적인 일들을 많이 알리고 기억해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우리 지역에 대해 역사적으로 깊이 이해하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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