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고려청자

나라가 기울어져 가
마음 둘 곳 없는 도공들
유천리에 모여 물레를 돌리고 있다
물에 가라앉은 흙의 분말들
발로 짓이겨
틀 위에 앉혀 놓고
음각, 양각, 상감을 더해
연꽃, 국화, 파초 잎에
유약을 고르게 발라
접시와 술병, 연적과 매병을 굽는다
비취의 하늘빛 올려다보며
가마에 장작 불 지피고 있다
하루, 이틀, 사흘 밤낮 지키고 앉아
눈빛보다 맑은 순백의 영혼으로
고려청자를 빚고 있다
천년이 지나도 잃지 않을 빛
상감을 굽고 있다
깨어져 흩어진 도자의 파편들
가만 들여다보면
백옥 같은 도공의 숨결이 들어있다

 

강민숙 전북 부안 백산에서 태어나 백산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숭의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를 했고, 이어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박사 공부를 했다. 1991년 등단해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가 34만부 정도 팔려 스터디셀러가 되었고, 이어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와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외에 10여권의 저서가 있으며, 몽골의 울란바터르대학교에서 현대시를 강의했다. 현재는 동학농민혁명 백산대회 역사공원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예창작과, 극작과, 영화과, 연출과, 방송영상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각 대학 문창과 입학을 위한 아이클라(icla) 문예창작원을 운영하고 있다(010-4213-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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