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열린 부안군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청소년영어캠프. 곰소아동센터 학생들도 이 캠프에 참여했다.

교회와의 갈등이 원인, 3월부터 새로운 자리 물색
‘줄포문화의 집’ 주민 반대로 부결되면서 ‘폐업 신고’
부안군, 공립형 지역아동센타 건립으로 돌파구 찾아
새 자리 마련해 29일 ‘폐업철회’ 신청, 다시 원점으로 

교회와의 갈등으로 폐업을 신청한 곰소지역아동센터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내 지난 29일 ‘폐업 철회’를 신청하면서 곰소가 아닌 줄포에 새 둥지를 틀 전망이다. (본지 9월 27일자 1면 “줄포 문화의 집에 아동센터 추진, 주민들 “안 돼!”…아이들은 어디로” 참고)
아직은 접수 단계에 그치지만 폐업 결정일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소식이라 가슴을 졸이며 앞날을 걱정해왔던 19명의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깜짝 선물과 다름없다.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의 미래인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공부방으로서 함께 울고, 웃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공동체 사회를 배워가는 공간이다. 또한 빈곤가정이나 한 부모 등 부모의 손길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대신하면서 올바른 성장을 유도하는 공익적 기능을 하고 있다.
이렇듯 미래를 책임질 사회 구성원 양성이라는 역할을 해오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폐업과 철회를 반복하고 각종 소문과 우려 속에서 존폐를 논의하게 된 것은 일부 어른들의 권한다툼과 손익논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곰소지역아동센터는 곰소의 모 교회 내에서 운영돼 왔다. 교회 내부사정이 바뀌면서 교회와 아동센터 운영자 간의 갈등이 생겼고 수개월이 지나도록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급기야 정상 운영 중인 아동센터를 폐업하는 결정을 했다. 이를 두고 서로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만 눈이 팔린 나머지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어른의 도덕적 책임마저 버렸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폐업을 신청한 날짜는 9월 11일이다. 제도상 폐업을 신청했다하더라도 이후 3개월간은 의무적으로 운영해야하기에 실제 폐업일은 12월 12일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아이들과 부모들 그리고 행정이다. 3개월 내에 새로운 아동센터를 개설하거나 현재의 곰소 아동센터가 교회가 아닌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아 이전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집으로 돌려보내지거나 좀 더 먼 아동센터로 분산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태를 행정이 예견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부안군은 잡음이 일던 3월경부터 센터장과 함께 새로운 자리 물색에 나섰다. 그 결과 작년 말까지 줄포면사무소 임시사무소로 이용됐고 현재는 공실인 줄포 서빈마을에 있는 ‘줄포문화의 집’을 물망에 올리게 됐다.
이곳은 공용재산일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 ‘작은도서관’ 공모사업에 선정되기도 해 아동센터가 들어서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게다가 공용 재산을 아동센터가 사용할 경우 임대료를 감면해 줄 수도 있어 열악한 사업비로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동센터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어 손색없는 장소로 꼽혔다.
부안군은 절차를 서둘러 7월 4일 공공목적 및 지역아동센터, 소외계층 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줄포문화의 집 운영지원 사업신청 공고를 내고 사업운영자를 찾아 나섰다. 이 공고에 곰소 지역아동센터가 사업신청을 했고 무리 없이 선정되면서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예견했다. 하지만 걸림돌은 주민들의 동의였다.
공용재산을 절차에 따라 이용하는 데 왜 주민들 동의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군민도 있을 수 있지만 줄포 서빈마을 사람들은 달랐다. 주민들은 ‘줄포문화의 집’이 공용재산이다 하더라도 마을 소유라 사용할 권리와 임대할 권한도 모두 마을에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부안군은 서빈마을이 ‘줄포문화의 집’을 개인에게 임대해 주거나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숙박시설로 이용하는 등 취지에 맞지 않게 이용돼 폐쇄 조치된 경험을 들어 마을에서 이용하고자 한다면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서빈마을은 몇 차례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약 5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납부할 만한 수익성이 있는 사업도 아니고 공익적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되기를 반복했다.
당시 서빈마을은 “군에서 직접 운영 관리할 경우 집회 신고, 농성 및 행정심판을 실시하겠다”며 협박에 가까운 압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 손익논리에 빠진 마을의 도 넘는 집단행동에 대한 비난이 일기도 했다. 또한 이곳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부모들의 요청에 “(애들 다 키워서) 아이들 문제는 관심이 없다”, “줄포에는 아이들이 얼마 없고 있어도 다른 곳에 다 보내고 있기 때문에 굳이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서 세대갈등을 넘어 세대별 이기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납득이 가지 않은 소유와 이용권 주장, 이기적 손익논리가 오가는 사이 곰소 지역아동센터는 폐업을 신청했고 서빈마을과 실랑이도 10월 중순을 넘겼다.
부안군이 조사한 자료한 따르면 지역아동센터를 필요로 하는 줄포 아이들은 무려 49명에 달해 어느 곳 못지않게 필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마냥 동의만 구할 수 없던 부안군은 지난 23일 지역 의원들과 관계자들 간 간담회를 갖는 등 최악의 사태를 막아보겠다며 적극적으로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 때 나온 방안은 ‘공립형 지역아동센터’다. 당시 모인 관계자들이 모두 찬성했다는 후문이다.
공립형 지역아동센터는 자치단체에서 설치한 후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것으로서 보조금이나 후원금 등 모든 회계서류를 공개함으로서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고창도 농어촌아동지원사업에 공모돼 지난 1월에 설립을 마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안군은 관내 최초의 공립형 지역아동센터 설립을 위한 세부계획 마련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설립절차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곰소 지역아동센터가 교회도 아니고 ‘줄포문화의 집’도 아닌 새로운 장소를 마련, 지난 29일 ‘폐업 철회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태의 원인인 곰소 지역아동센터 스스로가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잘 된 일이지만 공립형 아동센터를 원하는 수요도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이를 두고 센터장인 백 아무개 씨는 “부안군이 공립형 센터를 적극 추진할 계획인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새로 마련한 장소로 갈 것인지 공립형 센터 모집 공모에 참여할 것인지 한번 정도 고민해봤을 것”이라며 소통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곰소 지역아동센터가 새로운 자리로 옮긴다고는 하지만 임대료나 관리비 등을 감당하며 센터를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현재의 제도상 아동센터의 임차료는 지원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임차료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쌓인다.
행정이 전향적인 검토를 통해 공립형 아동센터 안을 내놓은 마당에 폐업철회신고가 됐다고 해서 당장 없던 일로 할 것이 아니라, 백 센터장과 행정을 비롯해 학부모들까지 참여하는 논의체를 통해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 절실해 보인다. 핵심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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