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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동학농민혁명사 14> 앉으면 죽산(竹山)이요, 서면 백산(白山)이라-백산대회 ③
  • 박대길(부안군/문학박사
  • 승인 2019.11.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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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에 실린 백산 격문

1894년 3월 26일(5. 1), 고부봉기와 무장기포를 주도한 전봉준과 손화중은 물론 이미 혁명에 동참하기로 한 김덕명과 김개남 등이 백산에 모여 비로소 혁명군의 체계를 갖추고, 혁명의 대의를 밝히며, 강령과 군율을 천명하였다.
혁명의 대의는 다음과 같았다.

격문(檄文)
우리가 의(義)를 들어 여기에 이르렀음은 그 본의가 결코 다른데 있지 아니하고, 창생(蒼生)을 도탄(塗炭) 중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盤石․磐泰山)의 위에 두고자 함이라.
안으로는 탐학(貪虐)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는 강폭(强暴)한 도적(强賊)의 무리를 쫓아 내몰고자 함이라. 양반(兩班)과 부호(富豪)의 앞에서 고통을 받는 민중과 방백수령의 밑에서 굴욕(屈辱)을 받는 소리(小吏)들은 우리와 같이 원한이 깊은 자이라.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 만일 기회를 잃으면 후회하여도 돌이키지 못하리라.
甲午 正月 十七日
湖南倡義所 在古阜白山

이 격문은 오지영이 1940년에 쓴 『동학사』에만 나온다는 이유로 한 때 무시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 당시 사용되던 용어나 단어가 아니라 1930년대 용어와 단어라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학농민혁명의 성격을 가장 간결하고 명확하게 밝힌 명문(名文)으로 평가된다. 즉 세상의 모든 백성을 압박과 수탈에서 구하고, 나라의 존립에 필요한 견고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서 안으로는 탐욕스럽고 포학한 관리를 처단하고, 밖으로는 외세를 몰아내겠다는 반봉건(反封建)․반침략(反侵略)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으며, 신분제 지배질서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민중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 격문에 대해서 신용하는 그의 저서 『동학과 갑오농민전쟁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이 격문은 뒤의 집강소의 행정개혁 12개조와 함께 농민군의 사상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격문이다. 무장기포의 창의문에서는 봉기가 국왕에 대한 반역이 아님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에 급급하여 봉기의 본뜻을 충분히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유교의 용어를 분식(粉飾)한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고부 점령에 성공하고 백산에서 1만 명의 농민군을 편성하는데 성공한 동학농민군 지도부는 거릴 것이 없이 자유로운 조건 위에서 대담하고 솔직하게 봉기의 목표를 밝히고 있다. 백산의 격문은 농민혁명 선언의 성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첫째,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고 가축을 잡아먹지 말라. 一曰不殺人不殺物
둘째, 충효(忠孝)를 다하여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라. 二曰忠孝雙全濟世安民
셋째, 일본 오랑캐를 몰아내고 나라의 정치를 바로잡는다. 三曰逐滅倭夷澄淸聖道
넷째, 군사를 몰아 서울로 쳐들어가 권귀(權貴)를 모두 없앤다. 四曰驅兵入京盡滅權貴

이와 함께 혁명의 강령(綱領)에 해당하는 4가지 항목이 발표되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내용은 『대한계년사』와 일본의 「시사신보」에 실려 있다.]

일본 「시사신보(時事新報)」 6월 8일자에 실린 사대명의

이를 4개명의(四個名義) 또는 사대명의(四大名義)라 부르는데, 인륜의 보편적 의미를 담고 있는 생명 존중과 충효, 격문에서 이미 밝힌 바 있는 것처럼 낡은 제도의 개혁과 탐관오리의 제거, 그리고 외세의 침탈을 막아내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첫째 항목은 동학사상의 핵심인 삼경사상(三敬思想)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옛부터 내려오는 인본주의(人本主義)에 근거한다. 특히 살아있는 생물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불살물(不殺物)’은 해월 최시형의 ‘하늘을 경배하는 경천(敬天)․사람은 존중하는 경인(敬人)․사물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경물(敬物)’의 경물사상(敬物思想)을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항목의 충과 효는 유교적 윤리 덕목이지만, 이 역시 옛부터 전승되어 온 인간의 기본적 덕목이다. 성리학이 주류를 이루던 조선사회에서 보다 강조되었지만, 동학에서도 강조된 덕목이었다.
셋째 항목은 반침략의 요소를 담고 있다. 즉 ‘광폭한 도적의 무리를 쫓아 내몰고자 함’을 행동강령으로 나타낸 것으로,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주의를 배격하고, 민족자주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이다.
넷째 항목은 반봉건적 요소를 담고 있다. 즉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는 조정의 부패한 권세가와 위정자를 제거하고 도탄에 빠져있는 창생을 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따라서 4대명의는 동학의 생명존중사상과 인간 본연의 윤리, 그리고 사회개혁과 외세의 침략에 반대하는 반침략 성격을 담고 있다. 더 나아가 국가와 사회, 그리고 백성을 구하려는 동학농민혁명의 정당성을 밝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대길(부안군/문학박사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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