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열린 부안군의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김정기 의원이 민원과장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사진 / 우병길 기자

부안군 “친절도·주민만족도 향상과 행정효율 증대 위해 필요”
김정기 “콜센터 직원은 친절한데 공무원은 왜 못하나” 질타
장은아 찬성 “사업 해보니 직원들 전화 받느라 업무 못 봐”
정보유출 등 ‘운영방식’ 고민 없고, 벤치마킹 보고서조차 없어
여론과 동떨어진 의정활동에 상임위 ‘짬짜미’ 회의방식도 문제

부안군이 추진 중인 민원 콜센터가 논란 끝에 군의회의 승인을 얻어 내년부터 시행되게 됐다.
부안군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지난 16일 콜센터 설치의 근거가 되는 ‘부안군 민원콜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상정하고 5명의 위원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콜센터 설치문제는 1차 년도 4억여 원, 그 후 매년 2억 원의 고비용이 드는 데다, 효율적 운영에 대한 구체적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우선 조례부터 제정하고 보자는 부안군의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로 논란이 돼 왔다. (본지 10월 11자 2면 ‘부안군, 매년 2억 드는 ‘콜센터’ 추진…“꼭 필요한가”’ 참고)
첫 질의에 나선 김정기 의원(다선거구. 보안·진서·상서·줄포면)은 우선 개인정보와 각종 행정정보 유출 문제를 짚었다. 김 의원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CCTV통합관제실이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공무원이 상근하는 점을 예로 들며 “콜센터도 센터장 등 모든 직원들이 민간위탁기관 소속인데 개인정보나 군의 중요 문서·서류 보안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부안군청 기세을 민원과장은 “콜센터는 행정전산망에 접속할 수 없다”며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행정망에 접속 할 수 없다는 것은 자세한 업무내용을 알 수 없어 실질적인 민원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뜻 아니냐”며 재차 문제를 제기했고, 민원과장은 “센터장이 각 부서의 새로운 업무를 매일 숙지해 직원에게 교육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역시 ‘매일 모든 업무 숙지’가 말처럼 그리 쉽게 되겠느냐는 점에서 제대로 된 답변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부안군 업무가 한 사람이 숙지할 정도의 규모에 불과하다면 공무원을 대폭 줄여도 무방하겠다는 비야냥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 의원은 이어 공무원들 간의 핑퐁(전화돌림) 문제는 직원들의 책임감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며, 전화 응대만을 위해 매년 2억 원 넘는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의원은 아울러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느냐, 또 주민들이 만족도가 높으냐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집행부가 내놓은 안은 주민을 위한 콜센터가 아니라 공무원을 위한 콜센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주민만족도 조사를 위해 의회 차원에서 선진지 벤치마킹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강세 의원(가선거구. 부안읍·행안면)은 “타지자체에 벤치마킹을 다녀온 것으로 아는데 주민 만족도는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고, 민원과장은 “주민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고 센터장과 직원들의 얘기를 듣고 왔다”고 답변했다. 벤치마킹 보고서 역시 의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문찬기 의원(다선거구. 보안·진서·상서·줄포면)은 “주택·건축 등 복합민원에 대한 응대를 제대로 하려면 공무원 생활 최소 5년 이상 10년 쯤 돼야 가능하다”면서도 “운영의 문제점과 인력 문제를 확실해 해서 운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연식 의원(나선거구. 주산·동진·백산면)은 “여러 문제점에 대한 논란이 있어 민원과장·팀장 등과 사전에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소개하며 “친절도를 올리기 위한 방책으로 많은 세금이 들어가는데도 시도하는 만큼 성공적인 콜센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장은아 의원(가선거구. 부안읍·행안면)은 다른 의원들과 견해차를 드러내며 가장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표했다. “의원 되기 전에 사업을 해봐서 아는데, 직원들이 전화 받다가 업무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공감한다”면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논란 속에 조례안이 가결되긴 했지만, 무엇보다 ‘일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새로운 부서를 설치할 때는 운영방식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예상되는 기대 효과 등에 대한 데이터가 제시돼야 하는데 부안군은 어떠한 선행 연구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여러 지자체를 방문해 벤치마킹 했다지만 문서화된 보고서조차 의회에 제출하지 않았고, 주민을 직접 접촉하는 대략적인 만족도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타 지자체 콜센터 직원들과 면담을 해보니 “잘 되고 있다고 하더라” 정도의 내용을 전하는 수준이었다.
또 콜센터가 일차적으로 민원을 걸러냄으로써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논리도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의 행정은 다양하고 복잡한 민원 해결이 지자체의 가장 중요한 업무의 하나로 떠오르는 추세이고, 따라서 콜센터로서는 이 같은 민원을 직접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정작 민원업무에서 비껴나 있다면 존재 이유가 뭐냐는 근본적인 질문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친절도를 올리기 위해 콜센터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김정기 의원의 “콜센터 직원들은 친절한데 공무원들은 그렇게 못한다는 얘기냐”라는 질책처럼, 공무원의 친절도 향상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보다 새로운 기구를 설치해 해결하려는 자세는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부안군의원들의 자세도 문제로 꼽힌다. 논란이 되는 사안이 발생하면 지역구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해야 함에도 자신의 개인적인 사업 경험 따위를 늘어놓으며 찬반 의사를 표하는 행위는 대의정치의 작동원리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견해와 이해관계를 행정에 관철시키기 위해 투표에 나선다. 따라서 의원들은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지역구에 충실히 설명하고 또 그에 대한 여론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바닥 민심과는 동떨어진 ‘나 홀로’ 의정활동에 그치고 만다는 지적이다.
상임위원회 진행방식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자치행정위원회는 1명의 위원장과 4명의 위원 등 모두 5명이 참석하는데, 이번 조례의 경우 다양한 질의응답을 통해 격론이 벌어졌지만, 정작 가부를 결정하는 순간에는 아무도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물론 표결에 부치지도 않은 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는 김연식 위원장이 “사전에 해당 부서와 심도있는 논의를 거쳤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미 의원들 사이에 가부간에 결정을 내렸다고 유추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의회가 일명 ‘짬짜미 회의’로 진행된대서야 다양하고 열린 토론은 기대 난망이거니와 특히 유권자들의 각 의원들에 대한 평가 근거도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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