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개 갯벌의 하나로 불리던 새만금이 간척사업으로 죽음의 땅이 된지 벌써 30여년이 지났습니다. 갯벌이 그대로 보존되었다면 지금쯤 년간 5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 가까운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복장 터질 일이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습니다. 새만금에 해수유통을 하면 갯벌의 50~70%는 되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안독립신문은 창간 15주년을 맞아 미래를 대비하는 의미에서 안면도 갯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동체 운동을 2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취재는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이 맡았으며, 지역주간신문 ‘뉴스서천’과 잡지 ‘함께사는 길’이 공동 보도합니다.         편집자 말

 

안면도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고 있는 만수동 주민들

마을연금제도를 시행하고 나서 마을에서 달라진 점이 무엇입니까?

-마을연금제도를 하다 보니까 일찍 갯벌에 내려가서 불가사리를 줍는 할머니도 있고,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할 것 없이 어장(갯벌)을 스스로 깨끗이 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젊은 사람들하고 나이 드신 분들 간에 갈등이 없어졌어요. 그거 하나 제일 성공했어요. 또 한 가지는 연금받기가 미안하다는 분들이 있어서 그만 받겠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미안할 것 하나 없다. 어르신 자손이 또 마을에 와서 작업을 하면 또 다른 어르신 분들이 혜택을 보니까 괜찮다. 똑같이 돌아가면서 혜택을 본다”고 말을 하죠. 또 나이 드신 할머니 세 분은 1년 정도 쉬었다가 “내가 아직 힘이 있으니까 내가 바지락을 캐서 일하지 못하는 분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걱정되는 부분은 없나요?

-보령하고 안면도 사이가 불과 2.7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연육교를 놓는다고 큰 교각을 수십 개 박아 봐서 유속이 그만큼 느려졌어요. 그래서 펄 성분의 갯벌이 많이 유입됐어요. 그 전에는 여기가 다 모래밭이었는데 교각이 들어서면서 인근 어촌계까지 다 피해를 입고 있어요. 펄이 많아지다 보니까 쏙이 많이 생겨요. 4, 5년 전부터 펄이 쌓이기 시작해서 모래를 살포하기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올해는 자율관리사업비 4천만 원하고, 환경개선사업비 5천만 원 해서 전체 9천만 원을 지원 받아서 마을양식장 갯벌에 모래 1200루베(㎥)를 뿌렸어요. 

보령~안면도 연육교 건설로 유속이 느려지는 바람에 펄 성분의 갯벌이 많이 유입됐다.

공동양식장은 펄이 쌓이지 않습니까? 

-공동양식장에는 펄이 쌓이는 문제가 덜해요. 육지에 접해 있지 않고 바다 가운데 있기 때문이에요. 공동양식장은 바닷물이 빠져야 드러나고, 1221명(공동양식장을 이용하는 어촌계원 총수)이 작업을 할 수 있어요. 바지락 채취 허가가 난 지역이 120헥타르인데 허가 나지 않은 지역까지 합하면 200헥타르가 될 거에요. 그런데 200헥타르 모두에서 바지락을 잡고 있죠. 어촌계별로 나누어져 있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다 캘 수가 있어요. 그런데 공동양식장이 4군데의 풀등(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갯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어촌계장님들이 회의를 해서 매일 4군데를 하나씩 돌아가면서 작업을 해요. 한 사리(15일)에 4일 정도 작업을 해요. 그런데도 바지락이 엄청나게 많이 나와요.
 
마을연금제도를 벤치마킹하고픈 마을에 전하고 싶은 말?

-우리 마을은 2016년 6월 30일부터 어촌계원이 되는 자격조건을 완화해서 1인당 1만원씩만 내면 다 어촌개원으로 받아주었어요. 어촌계원으로서 정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1만 원을 행사계약료로 내는 거예요. 젊은 사람들이 바지락을 캐는 작업을 잘 하지 못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많이 해요. 사무장도 귀어하신 분이예요. 기존 주민을 사무장으로 채용하지 않고 귀어하신 분을 사무장으로 두자고 했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마을 주민들의 나이를 보면 65세 미만이 50명 정도 되고, 나머지는 70대, 80대, 90대예요. 처음에는 18명의 젊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기존 어촌계원들이 말도 못하게 반발을 심하게 해서 제가 반대하시는 아주머니에게 “아줌마. 평생 젊으신 것이 아니다. 저 젊은이들을 받아줘야 30퍼센트 수급자가 계속 유지될 것이 아니냐. 계속 30퍼센트를 나누어 받으려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마을로 들어와야 한다. 아주머니들도 5년 내지 10년이 지나서 갯벌을 못 나가면 자동적으로 마을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귀어인들이 많아져도 우리 마을에는 빈 집이 없어요. 사무장 같은 경우도 집이 없어서 우리 집으로 퇴거만 해 놓고 고남면소재지에 (임대를 한) 집을 마련해서 왔다 갔다 해요. 그래서 제가 군에 가서 4, 5개 어촌계를 대상으로 젊은 귀어인들을 파악해서 이들이 같이 살 수 있는 15평짜리 공동주택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도 했어요. 아무튼 마을연금제도가 계속 되려면 젊은 귀어인들이 마을로 들어올 수 있도록 주민들이 노력을 했으면 해요.

양식장 정화사업을 알리는 현수막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다리 교각이 세워진 곳으로 가서 주변을 돌아본 다음 어촌계장님이 마을양식장이라고 말한 마을 앞 갯벌로 들어갔다. 십여 명의 어머니들이 벌써 갯벌에 들어와 바지락을 열심히 캐고 있었고, 남자 두 명이 배를 주변에 정박을 하고 바지락을 담은 자루를 배에 싣고 계셨다. 두 분과 대화를 해 보니, 마을연금제도 시행을 동의하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바지락이 서식하는 갯벌에 펄이 많아져서 발이 깊이 빠지는데다가 바지락 서식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하신다. 어떤 아주머니는 1980년대에 현대건설(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이 천수만 방조제를 막고, 김 양식을 많이 할 때 지주식 김발들이 많아져 물살이 약해지면서 펄이 또 쌓였으며, 최근 교각이 건설되면서 펄이 더 쌓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이 갯벌과 가까운 곳에 대형 교각이 건설되어 마을 앞 갯벌에 펄이 쌓이게 됨에 따라 마을 주민들의 주소득원인 바지락 생산량이 감소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이런 외부적인 악조건과 주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을연금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갯벌을 살리고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더 많은 어촌마을들이 만수동마을의 사례를 모범삼아 마을연금제도를 시행해 옮겨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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