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끝나자 관광객 발길 ‘뚝’...기존 세트장 활용방안 모색해야

불멸의 이순신 촬영에 사용된 군함이 지난해 말 격포항에서 침몰한 모습. 독자제공.

2005년 12월30일. 판옥선 한척이 격포항에서 가라앉았다. 전쟁터에서 포탄을 맞은 듯 한 쪽이 부서져 배에 물이 차올랐다. 크레인이 가까스로 배 끝자락을 잡아 완벽한 침몰을 막았다.

이제 남은 배는 다섯 척. 올해 초에 네 척은 모항으로 옮겼고 2월1일까지 남은 한척도 그곳으로 옮길 요량이라고 한다. “위험해서 관광객을 태우고 가지는 못하겠지만 올라가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그렇게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던 부안군 담당 공무원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렇다면 그 찬란하던 ‘불멸의 이순신’은 어디로 갔을까. 혹시 격상마을 앞 도로가에 다 쓰러져가는 천막 머리에 쓰인 대로 ‘이순신 주막’에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환영처럼.

이순신 무엇을 남겼나

사실 한국방송(KBS) 역사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부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단순히 거북선 가로등을 만들고 군의 홍보물에 어김없이 이순신을 새겨서 그런 것이 아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막대한 돈을 들여 조선시대 궁궐을 재현한 영상테마파크가 완공됐고 또 “반영구적으로” 좌수영 세트를 만들었다.

둘 다 각각 50억원 내외의 돈이 들어갔다. 관광이 아니라 영상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이 영상단지 계획에는 석불산에 조성된 왜관거리도, 줄포 저류지의 생태공원도 들어갔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254억원의 주민소득이 창출됐다고 부안군은 자랑한다.

특히 요새 영화 ‘왕의 남자’가 6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하자 영상테마파크는 상기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최근에는 ‘여인비사’라는 영화를 찍기 위한 협약을 구두로 체결한 상태. 시네마서비스 등 기획사들이 답사를 왔다가고 TV쪽 반응도 좋다는 게 테마파크 쪽의 설명이다.

부안군도 지난해 2월에 ‘부안군영상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만드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영상위원회는 영상시설물의 관리운영이나 드라마·영화를 유치하는 작업을 할 전망이다. 올해 4월이나 5월에는 구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영상도시 저변확대를 위한 영화, TV 작가와 세미나’에 1천500만원, 영상안내 등에 4천93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있는 곳부터 제대로

하지만 환상은 깨져나가고 있다. 한 때 40만명이 넘게 찾았다는 좌수영 세트장 관광객은 ‘불멸의 이순신’ 종영 뒤 급격하게 떨어져 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12만명, 11월에는 9만명, 12월에는 1만2천명이 찾았다.

또 당초 계획도 삐걱거리고 있다. 좌수영 세트가 들어선 해안가 땅은 여전히 전북개발공사의 소유다. 지금까지 전북개발공사가 이 땅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버리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을 지불하기 어렵게 된 이유도 있다.

이런 사정은 영상테마파크도 마찬가지. 애초에 2005년 말까지 120억원 규모로 민자를 유치하겠다는 계약은 이미 물 건너갔다. 테마파크 관계자는 수차례에 걸쳐 거의 성사단계였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투자효과가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안군은 부안 나들목에서 석불산~전라좌수영~영상테마파크~모항~줄포로 이어지는 순환코스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전망을 세웠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지 않고 이쪽저쪽으로 널뛰기를 하는 모양이다.

기존 시설을 관리하면서 지게 되는 비용도 만만찮다. 부안군이 올해 세운 예산에서 보면 좌수영세트와 선박 관리에만 1억원 이상이 든다. 세트장에 영상홍보물을 전시하고 만약을 대비해 드는 화재보험료 등에만 7천100만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거기에 프라하의 연인 별장세트를 리모델링 하겠다며 5천만원 넘는 돈을 투입할 계획이다.

결국 포부는 원대하지만 실속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상테마파크 관계자는 “한 곳에서 다양한 배경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촬영지로는 적격”이라며 “작은 영상부터 유치해서 조금씩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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