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옥, 우리 다시 기억합니다

우리 님의
도포자락 붙잡고 매달려 볼 것을
젖먹이 안고 목울음 삼킬 때
애원이나 해 볼 것을
백성을 적이라 부르는 나라에서
살 수 없다고 일어 설 때
따라 나설 것을

그 해 갑오년 섬진강 전투
농민군 수 백 명이 죽었다는 소문에
젖먹이 업고 달려가 보았지요
피투성이에 흙 범벅이 된 시신들
장마철 수박덩이처럼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지요.

얼굴로는 도저히 알 수 없어
찢어진 옷고름 꿰맨 바느질 자국으로
알아보았던 우리 님
수습하러 다음 날 가 보았더니
그 사이, 구덩이 파
석유 뿌려 불 질러 버렸어요

유골조차 거두지 못하고
숨죽이며 살아 온
이 남녘의 광양 땅에서
우리 님
다시 기억합니다.

손상옥(孫相玉) 1851 ~1894. 전남 광양군 옥룡면 계현리 출생. 1893년 12월 22일 집을 나간 뒤 동학농민군으로 활동하다 섬진강변에서 44세에 전사함.

 

강민숙 전북 부안 백산에서 태어나 백산초등학교와 졸업하고, 숭의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를 했고, 이어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박사 공부를 했다. 1991년 등단해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가 34만부 정도 팔려 스터디셀러가 되었고, 이어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와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외에 10여권의 저서가 있으며, 몽골의 울란바터르대학교에서 현대시를 강의했고, 현재는 문예창작과, 극작과, 영화과, 연출과, 방송영상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각 대학 문창과 입학을 위한 아이클라(icla) 문예창작원을 운영하고 있다(010-4213-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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