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정치/행정 자치행정
주민과 마찰 빚는 국도23호 확장공사, 주민들 “이럴 거면 하지 마라”
지난 27일 줄포면사무소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모습 사진 / 김종철 기자

줄포주민설명회, 주민 안은 단점만, 국토청 안은 장점만
주민들, “지금껏 잘 살아왔다. 이럴 거면 줄포 빼고 해라”
부안경찰서에서 스포츠파크4거리, 기존도로 폭만 확장해
상서면 통과구간, 외곽 도로 신설하지만 당분간 2차선

부안 고창 간 23번국도 확장공사가 사업비가 없다는 핑계로 주민들 의견은 무시된 채 행정의 일방적인 설득과 추진으로 두고두고 후회만을 남길 도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주민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할 부안군이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식의 기회 타령만을 하고 있어 익산국토관리청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이 더해진다.
이러한 비난과 지적은 지난 27일 줄포면사무소에서 열린 줄포지역 도로개설 관련 3차 주민설명회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줄포 통과 노선도

주민설명회가 시작되고 책임기술자가 2개의 주민요구안과 1개의 제시노선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하자 “왜 3개냐, 설명을 들어야 할 것은 2개뿐이다”며 “용역사에서 제시한 3안은 설명도 하지 말라”는 요구가 나오는 등 난항이 예고 됐다.
줄포주민들 대다수는 기존도로에서 줄포자동차고등학교 방면으로 다리를 지나 줄포식물원 앞에서 합류하는 길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청은 줄포 IC 진입도로에서 소재지 뒤편 천배산을 지나 신리삼거리에서 합류하는 도로를 제시하고 있다.
본격적인 설명이 진행될수록 설명회장 곳곳에서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민요구안에 대해서는 온갖 구실을 붙여 단점만을 부각시킨 반면 익산국토관리청의 제시노선은 단점을 보완한 장점만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마치 제시안을 선택 하지 않으면 줄포만 피해본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국토청이 단점으로 제시한 것들 중 일부는 의견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눈이 오면 다리에 쌓인 눈이 잘 녹지 않고 가을에는 안개가 껴 사고의 위험이 있음을 단점으로 제시했다. 전국의 수백 수천 개 교량이 가진 문제점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 없는 주장이다.
기상청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라며 서풍이 자주 불기 때문에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와 미세먼지가 소재지로 들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의견을 냈다. 차량으로 넘쳐나는 서울을 놔두고 시골에서 환경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우스운 꼴이다.
거기에 학생들이 4차선 도로를 횡단하기 때문에 위험하고 줄포자동차고등학교 옆을 지나는 탓에 소음과 진동으로 민원이 발생한다는 상식적인 것들을 세심하게 챙겨 단점으로 꼬집었다. 자신들이 제시한 도로가 정작 줄포초등학교 뒤를 지나간다는 것은 설명에서 쏙 뺐다.
수십 년간 거주하면서 고민해 결정한 주민들 제시 도로는 지나가는 도로가 돼 지역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하고 몇 달 고민한 자신들의 도로는 지역발전을 부추긴다는 어이없는 장점들을 내놨다. 제시도로가 개통돼야 땅값이 올라간다는 투기를 조장하는 말도 장점으로 내놨다. 주민설명회가 아니라 자신들 도로 안을 홍보하는 주민 ‘설득회’였다는 지적이다.
줄포 주민들 반응은 뜨거웠다. “주민들이 만장일치로 다 정했는데 왜 또다시 같은 말만 반복하게 하느냐”, “이럴 거면 바쁜 사람 오라 가라 하지 말라”, “주민들 의견 어디하나 반영된 게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심지어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이렇게 할 거면 줄포는 빼고 다른 데만 공사해라”고 강수를 두기도 했다.
정준기 줄포이장협의회장은 “줄포의 미래를 위해 신중을 기하자는 뜻으로 어제 이장단 긴급회의를 갖고 토론을 한차례 더 가졌다”며 “30명이 참여해 3명을 뺀 모든 분이 의견을 하나로 모았는데 국토청이 원하는 데로 할 거면 그간 주민들은 도대체 뭘 한거냐”고 우롱당한 심정을 드러냈다.
결국 이날 설명회는 익산국토청 담당자의 “주민들 의견을 잘 알겠다”, “착수단계 자문에 반영토록 하겠다”는 답변과 부안군 건설교통과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건의하겠다”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답변들로 마무리 됐다.
줄포 구간만이 미정으로 남은 채 부안 고창 간 23호 국도는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당초 문제가 됐던 부안경찰서에서 상서 가는 스포츠파크 회전교차로까지의 도로는 기존 도로를 확장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부주민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국토청의 설계대로 호남장례식장 앞, 행안초등학교 앞, 제일자동차공업사 앞, 스포츠파크 4거리까지 모두 4개의 회전교차로가 있는 4차선 도로가 개설될 예정이다.
기존 도로를 확장하겠다는 상서면 도로는 교차로가 많아 도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농경지 통과 등 안전문제가 있다는 주민요구가 받아 들여져 고잔 마을 입구에서 주상천을 따라 사산저수지를 거쳐 유정삼거리에서 합류하는 도로가 신설된다. 하지만 사업비 부족을 이유로 장래 4차선을 개설을 위한 도로부지만 확보하고 2차선으로 개통될 계획이다.
한 주민은 “국토청은 23번국도 중 고창 부안간만 4차선 확장이 되지 않았다며 사업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수년전에 정해져 있던 사업비로는 공사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추가로 확보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돈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평생을 이용해야 할 주민들의 의견은 최대한 조금 반영시키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돈에 꿰어 맞춘 도로가 될 것이다”고 일갈했다.
더불어 “돈에 맞춰 조각조각 만들어진 도로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며 “늦더라도 사업비를 확보한 후 진행하라”고 당부했다.

김종철 기자  ibuan@ibuan.com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종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