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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의 안전한 임신과 분만을 위하여
  • 김현영 전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 승인 2019.09.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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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 동안에 부안의 모 병원 응급실에서 매우 안타까운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분만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삭의 결혼이주여성과 그녀의 시어머니로 보이는 할머니가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응급실의 triage (응급환자분류)를 담당하는 간호사는 임신 여성을 보자 난감을 표정을 지으며 ‘지금 우리 병원에는 임신한 환자를 볼 의사가 없어요. 다른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라고 말하였고, 이 말은 들은 결혼이주여성은 아주 서툰 한국어로 ‘그 배가 아니고요. 다른 배 아파요.’라는 의미의 말을 반복하였다. 허리가 거의 90도로 굽은 그녀의 시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지 못한 채, 배를 움켜쥔 며느리와 함께 병원 밖으로 나갔다. 야간과 휴일에는 산부인과 무의촌이 되는 부안에서, 한국말이 매우 서툰 결혼이주여성이, 임신과 관련된 또는 임신 중에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에, (남편이 병원에 같이 오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다른 지역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야하는 현상을 직접 목격하니 무언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답답함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최근에 필자가 소속된 학교에서 지역사회에 있는 어려움을 찾아보고 교수와 학생들이 전공을 토대로 해결의 방안을 탐색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응급실의 경험에 근거하여 의료취약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의 임신과 분만의 경험을 알아보고자, 최근 출산 경험이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하게 되었다.

결혼이주여성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결혼과 함께 우리나라로 이주하는 여성의 경우, 국내 입국 후 평균 6.6개월 만에 임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필자의 팀에서 인터뷰한 여성들도 전원 1년 이내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였다. 결혼 연령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고, 임신과 출산 또한 20대 초반에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면담에 참여한 여성 중에 75%가 첫 아이 또는 둘째 아이의 유산을 경험하였다는 것이다. 모국에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상태로 결혼을 하였고, 한국에 온 이후로 아직 한국어 및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임신을 하게 되면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임신 증상을 알지 못하여 감기 증상이 있거나 몸이 아플 때에 약을 복용하여 유산이 되기도 하였지만, 가족과 의료시스템으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여 유산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밭에서 일하다가 배가 아파와도 눈치가 보여 말하지 못하고 참다가 유산이 되기도 하고,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도움을 어렵게 요청하였으나 괜찮다는 말과 함께 농사일이 바빠 방치하다가 유산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휴일이나 야간에는 복부 통증, 질 출혈 등의 유산 증상이 있었지만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어려워 다음날 부안에 있는 병원에 가보려고 기다리다가 유산을 하기도 하였다. 부안은 주중에는 산과 진찰이 가능하지만 휴일과 야간에는 김제나 전주 등 주변 도시로 가야하므로, 임산부의 산전 진찰을 위해 다른 지역의 의료기관의 방문할 경우에 최대 8회, 분만 이송의 경우에 이송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말 긴급한 상황에서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여 도움을 받지 못하기도 하였다. 

필자의 팀에서는 이러한 면담 내용을 토대로 결혼이주여성이 아직 한국어에 미숙하고 임신과 분만에 대한 지식이 없을 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임신 증상 및 임신 확인 방법, 임신 시기에 따른 건강관리를 포함하여 임신 중 즉시 병원에 가야하는 증상에 관한 책자를 만들었다. 결혼이주여성이 한국말이 서툴러서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긴급한 증상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여,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도록 한국말과 이주여성의 모국어(필리핀어와 베트남어)로 증상을 표현해 놓았다. 이주여성이 자신의 증상이 있는 부분을 손으로 짚으면, 한국말로 ‘큰 병원으로 가세요’라고 써놓아 가족이 긴급함을 인지하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또한 결혼이주여성 입장에서 산전진찰을 받는다고 해도 한국말로 설명해주는 결과를 알아들을 수 없고, 불편한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싶어도 의료진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여 매우 답답하다는 호소를 하였다. 이러한 어려움에 도움이 되고자 위급상황 시에 119 구급대원에게 긴급함을 전달하고, 진찰을 받을 때에 증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국말에 이주여성의 모국어로 발음기호를 적어놓아서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책자를 구성하였다.

이러한 도움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명확하다. 결혼이주여성 뿐만 아니라 부안에 거주하는 모든 임신 여성의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은 야간과 주말에도 응급상황에 대한 진찰이 가능하고, 분만이 가능한 의료시설을 확보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산부인과 및 소아과 등 의료취약지역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부안에는 주중에 산전 진찰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있기 때문에 의료취약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안읍과 멀리 떨어진 면에서 부안읍까지 이동하는 것조차도 어려울 수 있는데, 정말 응급할 때에 그리고 분만이 코앞으로 다가올 때에 정작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도 취약지역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하여 임시방편의 해결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수립하기를 기대해본다.

김현영 전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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