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타워가 들어설 옛 농협부안군지부 터

회전반경 부족 버스주차장 불가…상식적인 확인도 안 해
3층짜리 소형차 주차타워에 70억원 “과해도 너무 과하다”
책임지는 사람 아무도 없어…“구상권 청구 하자” 주장도

기획 단계부터 말썽 많던 상설시장 관광버스 주차장이 또 ‘예산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작년 초에 거액을 들여 농협군지부 건물과 터를 사들인 부안군이 버스주차장 설계까지 마친 상태에서 최근 소형차 주차타워 조성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본지 8월2일자 ‘불법주차 방치한 채 주차장 조성에만 ‘42억원’’ 기사 참고)
부안군이 애초 상설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한 버스전용 주차장 조성에 투입한 예산은 국비 28억9200만원과 군비 19억2800만원 등 모두 48억2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농협군지부를 매입하는데 41억 원 남짓 사용하고 현재는 버스주차장 조성비 7억2000만 원이 남아 있는 상태다. 부안군은 여기에 국비 12억6000만원과 군비 8억4000만원 등 21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3층짜리 소형차 주차타워를 짓겠다는 방침이다. 모두 70억 가까운 혈세가 들어가는 셈이다.
지난 20일 열린 부안군의회 의원간담에서 이 같은 계획을 보고한 부안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업의 공모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측은 사업 초기 버스주차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나 도로교통안전공단에 의뢰한 결과 18m에 이르는 회전반경을 확보할 수 없어 최종적으로 불가하다는 판정이 내려져 부득이 하게 소형주차장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문찬기 의원은 “이 사업은 7대 의회에서도 고비용저효율 문제로 논란이 됐던 사업으로 국비 지원을 조건으로 가까스로 승인을 했는데 다시 일반 소형 주차장으로 변경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회전반경이 문제라면 처음부터 공무원들이 정확하게 판단 못 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강세 의원도 “이 사업은 처음부터 잘못됐고 정말 창피한 일이다. 농협 매입비용만 41억원이 들었는데 이런 큰돈을 가지고 군민을 우롱하는 것 밖에 안 된다”면서 “예산 낭비에 대해 누가 책임지나? 이는 행정뿐만 아니라 군의원 등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군민들에게 사과문이라도 내야 한다”고 질책했다.
사실 이 사업은 계획단계부터 말썽의 소지가 다분했다. 48억2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이고도 관광버스 18대 주차면과 화장실 1개 조성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하면 버스 1대 주차면 조성에 2억700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셈이었다. 더구나 당시 상설시장 방문을 위해 유입되는 버스는 주말 15대, 평일 5대 가량에 불과했고, 지금은 그나마도 숫자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전언이다.
특히 사업을 추진하면서 회전반경 등 설계에 필수적인 요소조차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행정의 안이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통상 12~13m에 달하는 관광버스가 진출입을 할 경우 그 이상의 회전반경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실제로 이 계획을 입안할 당시 일부에서 새로이 예산을 들일 것이 아니라 상설시장 서편 주차장 일부를 버스주차장으로 활용하자는 안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그때 담당 공무원들은 회전반경이 안 나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었다. 그럼에도 농협군지부 자리에 버스주차장을 조성할 때는 왜 회전반경에 대한 고려를 안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부안읍내 중심거리인 번영로 중앙에 제1금융기관 대신 휑한 주차타워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도 군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당초 버스주차장은 상설시장 인근에 위치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로 불가피하게 농협군지부 자리가 낙점이 된 건데, 소형주차장으로 변경한다면 굳이 읍내 노른자위 땅이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버스주차장이 물 건너 간 이상 도심 활성화를 위한 사업으로 전면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물론 국비가 상설시장 활성화를 전제로 지원됐기 때문에 군청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는 특수성은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 부안이 강남 같은 부자동네도 아닌데 3층짜리 주차타워에 70억 원을 쏟아 붓는다는 것은 과해도 너무 과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행정이 난맥상을 보이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세금 수십억 쯤 낭비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제 돈이면 그렇게 쓰겠느냐”는 비아냥과 함께 예산낭비 부분을 철저히 따져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다소 무리한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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