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부안군청소년영어캠프 열려

큰 건물 두 동의 여러 곳에서 아이들과 외국인, 한국인 교사들이 방방마다 들썩인다.
자세히 둘러보니 10여 곳의 방과 공간에서 각각 다른 활동으로 분주하다. 종이에 세계나라 지도를 그리고 있는 방,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방, 요리를 하고 있는 방, 게임을 하고 있는 방, 종이접시를 오리고 있는 방, 실을 꼬고 있는 방 등 각자 다른 활동이지만 같은 점은 있다. 모두 다른 피부색의 외국인 교사들이 영어로 진행하고, 아이들은 즐겁지만 조금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활동을 함께 한다. 그 사이에서 활동을 도와주는 한국인 도움교사들도 즐겁지만 조금은 긴장된 표정이다.
잠시 후 갑자기 180여명의 아이들과 교사들이 우루루 마당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곤 12~15명으로 이뤄진 10여개 모둠들이 따로 모여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연습한다. 먼저 도착한 그룹부터 마르고 검은 선그라스를 낀 교사로 보이는 남자 앞으로 반원을 그리고 서더니 한목소리로 영어속담을 외쳐댄다. 그 남자로부터 “넌패스(Nonpass)” 평가를 받은 그룹은 실망어린 표정으로 대기그룹 맨 뒤로 가고 “패스” 혹은 “퍼팩트” 평가를 받은 그룹은 환호성을 지르며 천막 아래 밥과 반찬이 차려진 배식대로 뛰어간다. 이색적인 밥 먹는 방식이다.

이 장면들은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3박4일 동안 옛 도청지역아동센터의 보금자리였던 변산면 도청리 소재 성산교회 본관과 교육관에서 열린 열두 번째 부안군청소년영어캠프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부안군청소년영어캠프는 운호지역아동센터(센터장 최은숙)가 주최하고 부안군지역아동센터연합회(회장 이해범)가 함께하는 우리 부안군 지역 최대 아동·청소년 행사이다. 올해는 140여명의 지역 내 아동·청소년이 참가했고 40여명의 원어민·한국인 스탭들이 운영했다. 부안군영어캠프는 운호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내 지역아동센터들의 연합행사로 2007년에 시작돼 올해로 12해째를 맞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안군영어캠프는 부안군 행정의 기본운영지원과 자부담 및 후원금으로 운호지역아동센터 주관 하에 연합회와 5개 지역아동센터가 참여하여 운영된다. 참여하는 아동·청소년은 센터 소속 아이들뿐 아니라 부안군 지역 내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참여한 140명의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 아동들 절반, 부안군내 아이들 절반으로 구성됐다. 영어캠프는 10여명의 각 나라 영어원어민(대전 건신대학원대학교 대학원생)들이 각각의 프로그램을 맡고, 각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들과 소속 사회복무요원들, 운호센터 출신 자원봉사자들, 6년째 참여한 연세대 국제학부 학생들로 이뤄진 한국인 스탭들이 진행을 도맡는다. 특히 올해는 부안군과 한양대 국제학부와의 MOU 체결에 따라 한양대 국제학부 학생 10여명이 프로그램 일부를 맡고 진행을 함께 했다.

부안군영어캠프는 단순한 영어교육 숙박프로그램으로 보기는 어렵다. 3박4일 동안 나눠서 이뤄지는 1시간의 10개 정규프로그램은 앞서 본대로 아이들이 재미와 흥미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영어로 진행하면서 “영어는 어렵고, 공부하는 것”에서 “그냥 할 수 있는 것”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지 영어의 학습능력 수준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이를 위해 운영진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외국인 원어민과 각각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것이다. 정규프로그램 뿐만 아이라 휴식시간 조별 활동시간, 심지어 밥 먹는 시간 또한 중요한 이유다.

영어캠프의 또 다른 목적은 사람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친숙하게 경험하고 더 나아가 받아들일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정규 프로그램에 녹아들게 하고, 저녁에는 각 나라 원어민들이 자기 인생 경험을 이야기하거나 자기나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처럼 영어캠프의 4일 일정은 빡빡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오전과 오후의 프로그램 이후에도 밤마다 다른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는 현악 4중주와 성악공연, 집단놀이 레크레이션, 가야금 병창 국악공연을 가졌다.

영어캠프 주최 책임자인 운호지역아동센터 최은숙 센터장은 “12년 전 400만원 군청지원으로 처음 시작할 때는 참 어려웠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아동센터 연합캠프로 정착하고 지역사회 자원과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현재의 영어캠프로 안정된 게 한 5~6년 된 것 같아요. 올해는 한양대 국제학부가 참여하면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1년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라며 밝게 웃는다.
부안군지역아동센터연합회 이해범 회장은 “아이들의 영어와 세계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부안군이 재정지원을 하고, 운호를 중심으로 지역아동센터들이 책임지고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과 지역사회와 연세대 학생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운영참여와 12년을 한해도 놓치지 않고 프로그램 운영을 지속한 외국인들의 열정으로 이루어 진 것이 현재의 영어캠프입니다. 올해는 한양대 국제학부의 공식참여가 추가되었죠. 한마디로 지역사회에서 만들어 질 수 있는 아동·청소년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캠프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운영자들의 열성만으로도 부안군영어캠프가 우리 부안군지역사회의 소중한 공동체 자산이라 평가하게 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내년 2020년 부안군청소년영어캠프가 지역사회 속에서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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