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길부안군청/문학박사

올해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후 나라를 되찾기 위해 온 국민이 떨쳐 일어선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오늘 15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에서 나라를 되찾은 지 74주년이 되는 날이다.
해방 후 74년이 되는 금년, 현재는 물론 미래의 생존권을 가름하는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경제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식민지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우리와 약육강식(弱肉强食)과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서구 제국주의 맛에 취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등 동남아를 침략하며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을 꿈꾸던 일본 제국주의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아베 정권의 속성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만큼은 일본의 야욕을 분쇄(粉碎)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아베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극우파가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망동을 노골적으로 자행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아베 정권이 존속하는 한 끊임없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대국은 물론 점차 강국의 지위에서 멀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선택은 더욱 더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영원한 이웃나라 일본에게 더 이상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고,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국민운동 차원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일본강점기에 만들어진 친일 잔재의 청산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도 주변에 있는 친일 잔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일본의 한반도 침탈과 그 피해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쁜 기억은 잊는 게 좋겠지만, 영원히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은 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잊지는 말 되,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와 그에 따른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취향정

 

2005년 8월 9일, 「친일잔재청산을 위한 전북시민연대」가 세운 안내문

지워버리지 않고 잊지 않는 방법을 우리는 아주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다. 전북대학교 학생회관 근처에 가면 「덕진공원지비(德津公園之碑)」가 있고, 바로 인근에 있는 덕진공원에는 「취향정(醉香亭)」이라는 쉼터가 있다. 덕진공원지비와 취향정 모두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는 친일파 박기순(朴基順)과 밀접하다. 취향정은 박기순이 만든 정자이고, 덕진공원지비의 핵심 인물은 사실상 박기순이다.
한 때 없애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취향정과 덕진공원지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대신 박기순의 행적을 적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취향정과 덕진공원지비가 문화재는 아니지만, 일본강점기 식민지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따라서 헐어버리거나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대신, 박기순의 행적을 사실 그대로 알려 후인들이 참고할 귀감(龜鑑)으로 삼았다. 바로 덕진공원지비와 취향정을 찾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다.

덕진공원지비(빨간색), 덕진운동장건설비(파란색), 덕진공원기념비와 역사 바로 알기│박기순(파란색)

 

2005년 3월 1일, 전북대학교 박물관이 세운 안내문

김영삼 정부 시절, 일제잔재를 청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였다. 따라서 일점강점기 치욕의 상징이었던 조선총독부 건물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꼭 철거해야만 했다면, 이전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요즘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을 용서[진정으로 우러나는 사죄가 전제되어야 하지만]하더라도 잊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74주년 되는 광복절을 앞두고, 혹 우리 주변에 친일파를 비롯하여 일제의 잔재가 있다면, 있는 사실 그대로 두고, 후인들이 귀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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