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위원 선정 관 위주… 운영은 주먹구구

주민과 밀착된 행정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각 읍면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전환, 운영되고 있으나 부안군의 경우 주민들이 접근하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안지역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자율성·전문성 부족과 프로그램 미흡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안군에서는 지난 2002년 줄포면이 시범지역으로 설치돼 운영되고 있고, 보안면을 비롯한 다섯 개 읍면이 지난해와 올해 추가로 전환됐다. 지난 2002년 5월 설치된 줄포 주민자치센터는 면사무소 1,2층을 리모델링해 만든 다목적실과 취미영상실, 여성문화방, 인터넷실, 물리치료실, 면민대화방 등이 있다. 복지회관에는 다용도체련실과 바둑교실 등이 구비되어 있고, 하반기에는 헬스클럽이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자치위원 구성 관 위주

주민자치센터의 가장 난맥상으로 드러난 것은 주민자치위원 구성 문제다. 특히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가장 중요한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이 기존의 동정자문위원회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주민자치규정에는 각급 기관단체장이나 교육계 등 명망 인물들에 의해 추천을 받아야 자치위원으로 선정될 수 있고, 당연직 고문들로는 지방군의원들로 규정되거나 운영되고 있어 실제로 관 위주, 행정 편의대로 선정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설물 대부분 구색맞추기

자치위원 구성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시설들이 마련되지 않고, 생색내기용이 대부분이다. 줄포면 1층에 마련된 물리치료실의 경우 구비된 의료기는 온열치료기 3대가 있지만, 독립된 공간이 아니다보니 점점 이용률이 떨어져 현재는 방치된 상태다.

또한 도서코너는 한 단체에서 기증한 도서들로 채워져 있는데, 중학생 최아무개양에 따르면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 부안읍내에 있는 군립도서관까지 가서 빌려보고 있다”고 밝혔다. 5대의 컴퓨터가 구비된 인터넷실은 공익요원들이 거의 점유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 주민들이 여러 차례 시정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치센터에 구비된 시설물들이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들이라기 보다는 타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본딴 구색맞추기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행정이 주도하고 위원장 한 사람의 결재를 통해 갖춰지고 있고, 사실상 주민자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전무한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이용시간 및 운영상의 문제

비디오프로젝트가 설치된 취미영상실에는 주민들이 영화나 다큐 등의 영상프로그램을 관람한 사례는 전무한 실정. 한 주민에 따르면 ”보고싶은 영상프로그램을 가져가도 사용법이 나와있지 않거나, 안내하는 사람이 없어 되돌아와야 했다”고 한탄했다. 또한 이들 시설 운영시간은 대부분이 면사무소 직원들의 근무시간에 맞춰져 있어, 일부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주말이나 야간시간 운영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배정에서도 주민자치센터는 사실상 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투자만 해놓고 실제로 운영 예산이 배정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군청 주민지원과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4천5백만원이 배정되어 있는데, 그 중에 헬스센터 설치에 전액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혀 실제로 자치센터 운영 경비가 따로 책정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이로 인해 강사료가 실제로 참여객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바둑교실과 같은 프로그램은 어른반과 아이들반으로 나눠 운영중인데, 한 주민의 경우 “아이들반의 경우 수강생 모집에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학원을 운영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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