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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포에 5억짜리 정자…반복되는 랜드마크 타령에 군민은 ‘한숨’
당초 안내소로 계획됐던 정자의 설계도.

방파제 초입에 청자 이용한 전통 한옥 정자 설치
군비만 2억 6500만 원, 관내 고등학교 1년 석식비
정자인지 안내소인지 모호, 조형물이 형태만 바뀐 꼴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식의 사업추진에 제동 필요해

격포 방파제 인근에 5억원이 넘는 정자 건립이 추진되면서, 부안군이 말하는 랜드마크 형태가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몰고 왔던 조형물에서 관광시설로 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안군은 청자를 이용한 전통한옥 정자를 랜드마크로 삼아 부안을 홍보하고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며 민선6기 때인 지난 2017년에 변산면 격포리 794-6번지 일원에 ‘청자한옥정자 안내소’ 신축을 추진했다. 18년 4월에 실시설계용역을 마무리하고 18년 6월에 해양수산청과 업무협의를 마쳤으며 12월에 기와 제작을 위한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해 기와제작에 들어갔다. 현재 청자기와가 제작 중에 있으며 오는 12월에 건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시설물의 총 사업비는 5억 3000만원이며 이중 부안군이 50%인 2억 6500만원을 부담한다. 군비만을 따져보면 부안 관내 전체 고등학생 1년분 석식비 지원금에 맞먹는 금액이고 소형어선 수리비로 100대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정자의 크기는 23㎡로 불과 7여 평 남짓해 계산하면 평당 7100여만 원짜리다.
돈이 들어가더라도 제대로 된 랜드마크 구실을 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본격적인 설치를 앞두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또 다른 혈세 낭비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모호한 정체성이 도마에 오른다. 정자로서의 구실도, 안내소로서의 역할도 못한다는 지적이다. 정자는 경치가 좋은 곳에서 놀거나 쉬기 위해 지은 일종의 쉼터다. 하지만 정자가 들어서는 곳은 격포 방파제 초입이자 채석강이 끝나는 곳으로서 보이는 것은 콘크리트 덩어리와 어선, 횟집단지일 뿐 변산반도에 널린 멋진 자연경관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유람선을 타고자하는 관광객이 오가는 격포 유람선 선착장을 앞에 두고 있어 조용히 쉬어가는 기능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닭이봉 정상에 있는 팔각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내소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방팔방이 다 트여있는 정자에서 바람불고 비오는 날 관광지도를 펴고 어떻게 안내한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관광객을 기다려야 하는 직원이 있을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기를 끌어다 컴퓨터를 설치하거나 사무용 집기를 놓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돈 들여 지은 정자에 벽체를 세워 실내 안내소를 만드는 것도 구상할 수 있지만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따로 안내소를 지었어야 한다는 비난이 불 보듯 뻔하다.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자 옆에 콘테이너 형태의 관광안내소를 별도로 설치하는 식의 대안이 요구되면서 또다시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안군 담당자는 “정자 안에 안내소를 설치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다른 대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답변해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기능적인 문제와 함께 줄기차게 요구되는 스토리텔링이나 선택과 집중이라는 관점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낸다.
채석강과 해산물, 노을로 유명한 격포에 청자를 부각시킨 한옥정자가 과연 어떤 연결고리를 갖는가가 의문으로 제기된다. 오히려 청자는 청자박물관이 위치한 보안이나 진서와 맥을 같이 하고 있어 이 곳에 관련 사업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같은 사업방식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비를 보조 받으니 일단 신청하고 선정되면 그때 가서 조치하자는 사후약방문식 사업추진이 원인”이라며 “이는 중구난방 식 사업결과를 만들어내게 되고 결과적으로 혈세만 축내는 꼴이 된다”고 지적한다.
즉흥적인 추진보다는 장기적인 개발 계획 아래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한 “‘청자한옥정자 안내소’, 발음도 어려운 안내소이자 정자가 사업이 진행된 지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심고정이나 삼락정 같은 제대로 된 이름조차 갖지 못한 것은 군민의 혈세로 지어지는 시설물을 대하는 행정의 크기를 보여준다”며 자세 변화를 주문했다.

김종철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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