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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핵발전소 또 157cm ‘구멍’…“즉각 폐쇄하라”
한빛핵발전소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한빛핵발전소 호남권공동행동' 회원들

발생원인 “건설당시 콘크리트 다져 넣지 않아서” 추정
“현대건설이 시공한 원전에서 유독 많이 발견돼” 의혹도
시민단체 “호남지역 주민 가슴에도 불안과 공포의 구멍”

불과 두 달 전 영광핵발전소 1호기에서 열출력 급증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이번 달에는 3호기와 4호기의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에서 대형 공극(구멍)이 발견돼 소재지인 영광은 물론 인접한 부안과 고창군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지난 24일 한빛원자력본부(본부장 석기영)는 “4호기의 격납건물에서 157cm의 콘크리트의 공극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격납건물은 원자로 내에서 노심이 용융되는 사고 발생됐을 때 방사능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마지막 콘크리트 방벽으로, 시공 두께가 167.6㎝인 점을 감안하면 약 10㎝정도를 제외하고 내부가 비어있었던 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조사결과 핵발전소 건설당시 콘크리트 다져 넣지 않은 점이 공극 발생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광 핵발전소 3·4호기에서는 이번에 논란이 된 초대형 공극을 포함해 지난 수년 동안 200개가 넘는 공극이 발견된 바 있다.
사고가 거듭되자 ‘한빛핵발전소 호남권공동행동’은 25일 성명을 내고 “호남지역 주민들은 한수원을 믿을 수 없다. 지금 당장 한빛핵발전소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증기발생기 속의 망치, 격납건물의 수십 개의 구멍과 철판 부식으로 2년 가까이 진행된 ‘한빛원전 민관합동조사’에서 14cm를 초과하는 공극 96개소, 14cm 이하 공극 23개소 등 총 120개의 공극 발견됐다”면서 “안전의 최고봉이어야 할 핵발전소에서 찢어진 그물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건물을 보고 있는 호남지역 주민의 가슴에도 불안과 공포의 구멍이 나버린 상황이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산자부는 찢어진 그물 같은 핵발전소로 ‘발전사업자 이익’이라는 물고기를 잡지 말고, 한빛 핵발전소 폐쇄를 통해 국민들의 우려를 종식시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전북녹색당도 25일 논평을 내고 “콘크리트 벽면에 폭 3.3m, 깊이 157cm의 구멍이라면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큰 동굴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꼬집으며 “더욱 경악할 만한 내용은 24년간 겨우 10cm남짓의 벽면으로 한빛 4호기 핵발전소를 가동시켜왔다는 사실이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한빛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전북 도민들과 지역민들의 가슴에도 핵발전소가 언제든지 터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라는 커다란 동굴을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어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과 전북도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우리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뒷짐지고 있을 심산인가?”라고 되물으며 “동굴이 발생해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거짓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무책임의 끝판왕 한수원과 한빛원자력본부의 추가 정비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 산자부는 즉각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사고투성인데다 사후대응도 엉터리인 한빛 핵발전소를 폐쇄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도 25일 성명을 내고 “한국수력원자력이 밝혔듯이 건설당시 콘크리트 다짐불량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시공사인 현대건설을 비롯한 책임자들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이 필요하다”면서 “개인 집을 지어도 이렇게는 안 짓는다. 한 번의 사고로 한반도 전체가 위험해지는 핵발전소 방호벽에 그동안 고작 벽돌 한 장도 안 되는 두께의 원전건물에 시민 안전을 맡겼다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올 뿐”이라며 핵발전소 폐쇄를 촉구했다.
원안위의 조사결과와 탈핵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당시 시공을 맡았던 현대건설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광핵발전소 3·4호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장으로 재직하던 1989~1995년 현대건설이 공사를 맡았다. 이미 공사과정에서 불량자재 사용, 부실공사로 많은 제보와 문제 제기가 있어 당시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었다.
특히 공극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원전에서 유독 많이 발견됐다. 원안위는 2017년 6월 한빛 원전 4호기에서 처음 공극을 발견한 이후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25기)에 대해 특별점검에 나선 바 있는데, 그 결과 총 240개의 공극 중 83%(200개)가 한빛 3·4호기에 나왔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올해까지 예정됐던 원전 구조물 특별 점검 기간을 구조물 특별점검 기간을 1년 연장해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점검 대상을 전 원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또 다음 달 중 구조물에 대한 건전성 평가를 한 뒤 결과에 따라 그라우트(시멘트, 점토 등을 섞은 건축재)로 공극을 막거나 콘크리트 타설을 추진하는 등 보수방안을 정할 예정이다.

우병길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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