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에 장벽이라니 변산반도국립공원관리공단이 고사포 해수욕장에 느닷없이 돌담을 세우는 바람에 한 관광객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담을 넘고 있다.  사진 / 김종철 기자

솔밭 입구에서 해안가 방향, 1미터 높이로 쌓아져
경계 기능보다 야영장 및 화장실 이용 제재가 목적
주민 “수십 년 봐왔지만 솔밭에 담치는 경우는 처음”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고사포 해수욕장 송림 한가운데 콘크리트로 된 돌담을 쌓으면서 자연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공단이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이 돌담의 설치 배경을 두고 야영장 경계의 기능보다 공단이 새롭게 신축한 화장실과 샤워장 이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신들 재산보호를 위해 자연보호를 등한시 했다는 지적이다.
공단은 송림을 보호하고 관광지의 기능을 살린다는 계획 하에 고사포해수욕장 입구에서 남쪽으로 약 22,715㎡의 부지를 매입하고 자동차야영장을 조성해 지난 16일 개장했다.
문제의 돌담은 이 야영장의 서쪽 경계를 따라 설치되어 있으며 야영장 입구에서 송림 내 별장횟집 뒤로 이어진다. 돌담의 길이는 100여 미터 남짓이고 고저의 차이는 있지만 1미터 높이에 폭은 30~40cm로 되어 있다. 겉보기에는 황토 돌담이지만 돌과 돌 사이에 콘크리트가 채워져 있고 그 위에 황토 흙을 덧발랐다.
개장 시에도 없었던 이 돌담이 최근에 세워진 것은 고사포 해수욕장이 개장하면서 화장실 등 편의 시설 이용이 증가한 것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공단의 입장에서 보면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신축한 화장실과 샤워장이 일정비용을 내고 야영장을 찾은 야영객이나 그렇지 않은 해수욕객과 같이 사용하게 되면 형평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야영객으로부터 민원이 제기 될 소지가 있다.
야영장 경계기능도 하고 해변에서 들어오는 해수욕객도 일정부분 막을 수 있는 돌담이 해결책으로 모색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돌담이 공단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켰을지 모르지만 이곳을 찾은 해수욕객이나 주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쌓아진 돌감 길이만큼 돌아가거나 담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사포마을 한 주민은 “송림을 수십 년간 지켜봐 왔지만 이처럼 소나무 사이에 담이 쌓아진 경우는 처음”이라며 “국립공원에서는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마라고 하면서 자기들 야영장에 못 들어오게 하려고 저런 식으로 담을 쌓는 것이 과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할 짓이냐,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돌담 경계를 넘어서 설치된 평상해서 쉬고 있는 한 관광객은 “해마다 여길 오지만 돈 들여 지어놓은 화장실이며 샤워장 못 가게 하려고 막아놓은 것 밖에 더 되냐”며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저렇게 해도 되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여름철 계곡에서 맘대로 평상 펴 놓고 소유권 주장하는 한철 장사꾼들이 하는 것 같이 금 그어놓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그어진 금은 지우기라도 하지만 저건 치우지도 못하는 흉물이다”고 관광객의 시선으로 말했다.
관리공단 담당자는 “일부 관광객이 자동차야영장에 들어와 돗자리를 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이용요금을 내고 야영장을 이용하는 고객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 부득이 담을 설치 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조금 돌아오더라도 해변가를 거쳐서 충분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으며 담을 설치하면 별장횟집 인근을 비롯해 근처 관광객이 화장실 사용이 불편할 것 같아 간이 화장실도 별도로 설치했다”고 답변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십 년간 개발의 손에서 보호되어 왔던 고사포 송림에 각종 시설물이 들어오고 급기야 땅 경계에 따라 콘크리트 담을 치는 것이 과연 적정한가라는 의문이 따른다.
일각에서는 “공단이 무엇을 하든 지지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며 “해수욕장이 딸린 솔밭 야영장이라는 특별한 효과를 다 누리고 있는 공단이 자신들 손해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면 지역민과 신뢰의 담을 쌓을 수 없다”고 공단의 열린 자세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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