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자, “핵심은 학업 성적의 우열성, 따지기 쉽지 않아”
찬성 측 “아이들은 남녀 구분 없는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
반대 측 “학생수 감소 촉발, 통폐합 문제에 봉착할 수도”

부안중, 삼남중, 부안여중 등 부안읍지역 3개 중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지 여부를 묻는 공청회가 24일 부안교육지원청 시청각실에서 열려 찬성과 반대 측이 열띤 공방을 벌였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 등 150여 명이 참여한 이번 공청회는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연구결과에 대한 전문가 발제와 남녀공학 전환 찬·반 발표에 이어 80분 동안 토론자 토의 및 참석자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등 예정시간을 넘겨 총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찬성 측 발표자로는 부안남초 학부모인 김태연 씨가, 토론자로는 이길남 부안초 교장이 나섰고, 반대 측 발표자로는 황의장 부안여중 교장, 토론자로는 부안여중 학부모인 차희경 씨가 각각 마이크를 잡았다. 앞서 발제는 조무현 전북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맡았으며 박승배 전주교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조무현 연구위원은 남녀공학 전환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로 “학교의 전통성, 남녀공학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 남녀공학 추진 시 학교 통폐합 우려” 등을 꼽으면서도, “최근 비공학학교만 있는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학교선택권 제한, 통학여건의 개선 요구 등의 이유로 남녀공학 요구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기준 전국의 남녀공학 비율은 77.1%에 이른다.
조 위원은 또 남녀공학의 경우 옷을 갈아입거나 이성을 의식한 부자연스런 행동 등 ‘불편함’이 대표적인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결국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어느 쪽 성적이 더 나은가’라는 점에 귀착된다며, 이 부분은 우열을 따지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회는 수많은 인격체가 모여 살아가고 있지만 남녀공학 문제에서는 남녀 분리라는 단순한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면서 “이런 갈등은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반대 측 발표자로 나선 황의장 부안여중 교장은 ‘남녀공학만이 부안교육의 미래를 보장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남녀공학 전환 논의는 분열과 경제적 낭비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 부안의 비공학학교는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토론 자체가 생산성 없는 소모적 논쟁이며, 사실 가장 큰 우려는 (부안의) 학생수 감소에 있다”면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경우) 향후 모든 학교가 학생을 확보하지 못해 통폐합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황 교장은 부안여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반대 296명, 찬성 32명으로 90% 이상의 학생이 남녀공학을 반대했다는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설문에는 전교생 356명 중 328명이 참여했다.
찬성 측 발표자로 나선 남초등학교 학부모인 김태연 씨는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어서 읍내 여중과 남녀공학인 백산중, 대안학교 등 진학을 두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초등학교까지 남녀가 함께 살아오다가 중학생이 됐다고 갑자기 분리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실제로 아이들은 이성을 남녀 구분 없는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면 학교가 소규모화 된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교육의 질을 높이면 해결할 수 있다”며 “요즘은 아이들끼리 자율적으로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시대이다. 남녀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고 남녀공학을 적극 옹호했다.
반대 측 토론자로 나선 부안여중 학부모인 차희경 씨는 “부안여중 학생들로서는 선택권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지만 남녀공학 전환을 위해서는 학생을 포함해 폭 넓은 의견 수렴을 했어야 한다”고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남녀공학이 될 경우) 여러 명의 이성 친구를 사귀다 보면 올바르지 못한 이성교제 문화에 젖을 수 있고 성폭력 문제로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선 이길남 부안초 교장은 남녀공학에 진학한 한 남학생의 사례를 들며 “씻지 않던 아이가 매일 머리 감고 몸에서 냄새도 나지 않아 학부모가 너무 좋아 하는 걸 봤다”면서 “이성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기 관리라든가 주변 정리 등 자연스러운 교육효과를 낼 수 있고,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심리도 차츰 여러 사람을 겪으면서 희석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남녀공학을 장점을 강조했다.
이어 객석으로 마이크가 넘어가면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반대 측 참석자들은 주로 이성교제 문제와 학교 폭력 등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례를 열거하며 남녀공학의 단점을 부각시키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에 대해 찬성 측 패널들은 성폭력·학교폭력은 단지 남녀공학이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학생 자신의 성향과 가정교육의 영향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일어나는 것이라며 예봉을 피해갔다.
발제를 했던 조무현 연구위원도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데 마침 남녀공학었던 것”이라면서 “사실 폭력 빈도가 가장 높은 곳은 가정이다. 60% 이상이 가정에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가족제도를 부정하진 않지 않느냐”라며 “이는 공학 비공학을 떠나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찬성도 반대도 아니라고 소개한 한 학부모는 “교육청이 왜 읍내 모든 중학교를 한꺼번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하는 학교만 전환하면 될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찬성 측 패널들은 동의 의사를 표했으나, 부안여중 황의장 교장은 “여중으로 남아 있을 경우 학생 배정을 현재의 학급 수에 맞도록 해줄 수 있는가?”라고 되물어 여중이 안고 있는 고민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남녀공학 대상인 읍내 3개 중학교 가운데 부안중과 삼남중의 학생을 합친 수가 부안여중 학생 수와 엇비슷하다.
부안교육지원청은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설문조사를 9월 중 실시할 예정이며,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어 도교육청은 올 하반기부터 희망학교를 대상으로 교육환경 개선과 2020년 ‘전라북도 도립학교 설치 조례’ 개정 및 ‘중학교 학교군·중학구 고시’를 개정하여 2021년에 남녀공학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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