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1안-현재의 교통상황 유지, 가운데) 2안-일방통행을 적용한 거리, 오른쪽) 3안-차없는 거리의 부분적 적용

재정비 요구에 작년 8월 설문조사 거쳐 용역 의뢰
현행유지, 일방통행, 부분통제 3안 두고 의견 수렴
8월 중 2차 공청회 갖고 1개 안 확정해 업체 선정

물의 거리가 오는 9월부터 재정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부안군은 지난 18일 행복한웨딩홀에서 ‘물의 거리 (경관)정비사업 주민공청회’를 갖고 3개의 재정비 계획안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주민의견을 수렴했다.
2006년도에 완공된 물의 거리는 차 없는 문화예술 거리를 목적으로 조성됐다. 당시만 해도 맑은 물이 흐르고 차량의 위험 없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으며 공연을 즐기는 휴식처 같은 거리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차량통행이 빈번해지면서 보행자의 안전은 뒷전으로 내몰렸고 물길은 중앙선이 됐으며 불법주차로 인해 주차장인지, 도로인지, 인도인지 모를 그냥 어정쩡한 거리가 됐다. 당시 행정의 강력한 계획추진도 아쉬웠지만 통행량이 많은 거리를 굳이 막아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와 함께 목적지 코앞까지 차를 가져가 세우려는 잘못된 주차의식 등이 맞물리면서 흐지부지 됐다.
이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난 2016년에 주변 상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갖기도 했지만 ‘차 없는 거리’라는 행정의 의도와 달리 80% 이상이 차량 통행을 선택하면서 재정비는 수포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처럼 차량 통행 여부를 두고 주변상인과 읍민, 행정 간 해묵은 논쟁이 지속되자 부안군은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작년 8월 군민을 대상으로 총 7개 문항으로 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올해 4월 용역에 착수, 6월에 현황 및 사례조사를 거쳐 기본설계를 마무리 하고 이번 1차 주민공청회를 갖게 됐다.
부안군이 제시한 3개 계획안은 ▲현재의 교통현황 유지 ▲일방통행을 적용한 거리조성 ▲차 없는 거리의 부분적 적용 등이다.
모두 교통상황을 감안한 계획으로 차량 통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1안은 기존에 해오던 방식에 시설만 보완하는 것으로. 골칫거리인 불법주차를 막기 위해 인도를 조성하고 조경수 또는 시설물을 설치해 보행자 안전도 지키고 차량통행도 원활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폭이 좁은 구간에서는 보행로를 확보하기 어렵고 차량 통행 시 공연장 이용에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특화거리라는 당초 목표와는 거리가 있어 유명무실해 질 것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2안은 한쪽을 일방통행로로 조성해 전 구간에서 안전한 보행로를 확보하고 편의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방통행이 또 다른 불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가 어느 쪽을 보행로로 할 것인가를 두고 상인 간 득실 논쟁이 예상된다.
3안은 하나로마트 4거리에서 공연장까지 약 100여 미터 구간만을 차 없는 특화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구간 상인들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당초 목표인  차 없는 거리가 일부라도 적용된다. 물론 각종 조경 및 편의시설을 설치해 상권을 돋보이게 한다는 대안이 따른다. 하지만 특화 치고는 거리가 너무 짧아 또다시 이도저도 아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이 같은 계획안을 두고 공청회 당시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일부 상인들은 여전히 재정비 보다는 일반도로로 완전한 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상인 A씨는 “물도 위생적이지 않고 저 정도 물 흐른다고 특색을 갖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관리비만 들어간다”며 “일반 도로같이 아스팔트 깔아 깨끗한 도로를 만들어 놓은 것이 두 번, 세 번 돈 들어가지 않는 길이다”고 말했다.
상인 B씨 또한 “현대아파트, 동영아파트, 주공 4차 후문 이용자 등 이곳을 지나는 차량이 많아 도로 기능을 올려야 한다”며 “특화보다 주변에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 거리가 군민이 쉽게 찾고 유명해진 다음에야 물의 거리든 무슨 거리든 만들어 지는 것이지 돈 들여 만들어 놓은 후에 무엇을 특화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생각”이라며 “처음부터 틀린 계획이다”고 환원을 주장했다.
반면 인근에 거주하는 주부 K씨는 “물의 거리가 외지에 꾸준히 홍보돼 온 점을 살려야 한다”며 부활에 찬성의견을 내놨다. 또한 “차량이 다니긴 해도 보행자 위주의 거리라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청소년센터도 건립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차 없는 거리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부안군 담당자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가감해 3개안 중 1개안을 선정하고 오는 8월 중으로 예산 검토 및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해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린 후 주민공청회를 한 번 더 가질 계획”이라며 “8월말까지는 재정비 안을 확정해 업체선정에 들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물의 거리에서 만난 김 아무개 씨(49. 부안읍)는 “차도 못 다니고 사람도 위험한 거리”라며 “무엇을 선택하든 다 장단점이 있고 불만이 나오기 마련인 만큼 눈치 보지 말고 하루 빨리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