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설/칼럼 삶 그리고 쉼표
동학과 부안에 관한 시 14-최경선, 강의 얼굴이 되다

최경선, 강의 얼굴이 되다

당신이 계신 하늘에서도
지금 비가 내리고 있는지요
당신이 없는
태인과 칠보 황토언덕에도
먹구름 안고 추적이며 비가 내립니다
누런 황토빛 물줄기
언덕을 지나 강으로 흘려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말씀 하셨습니다
강바닥의 기울기가 없으면
강은 연못이 되고
제자리에 주저앉은 저수지가 되고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호수가 되어버린다고요
그렇습니다. 동학은 한 시대의 흐름이었습니다
기우러진 강바닥을 내달리는 물살이었습니다
오늘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강의 물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그날 당신은 스스럼없이
낮게 엎드린 강의 기울기가 되어
동학의 낙차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내리는
푸른 물길이 되어 주었지요.
봉건과 탐관의 부패를 끌어내리는
거대한 흐름이 되어 주었지요
당신의 발걸음을 따라
동학의 농민들은 세찬 물살이 되어
마침내 역사의 얼굴이 되어
하늘을 마주하고 두 팔 벌려 드러누운 채
흘러가고 있습니다

목마른 남도의 산과 들을 적시며.

 

강민숙 전북 부안 백산에서 태어나 백산초등학교와 졸업하고, 숭의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를 했고, 이어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박사 공부를 했다. 1991년 등단해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가 34만부 정도 팔려 스터디셀러가 되었고, 이어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와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외에 10여권의 저서가 있으며, 몽골의 울란바터르대학교에서 현대시를 강의했고, 현재는 문예창작과, 극작과, 영화과, 연출과, 방송영상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각 대학 문창과 입학을 위한 아이클라(icla) 문예창작원을 운영하고 있다(010-4213-2556)

강민숙  ibuan@ibuan.com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