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대답 부안군의회의 '군정에 관한 보고' 회의 모습. / 생중계 화면 캡쳐

회의시간 대폭 늘어…오전 10시~오후 6시 30분까지 ‘신기록’
군민들 ‘옥석 가리기’로 의원들이 공부하는 환경 조성될 전망
낮 시간에 생중계 보는 군민 많지 않아 “녹화영상 올리겠다”
군민의 관심과 참여 시급해…피드백으로 의회에 힘 실어줘야

부안군의회가 완전히 달라졌다. ‘환골탈태’라는 말 외에는 적당한 말이 없을 정도로 180도 면모를 일신했다. 의회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준비해 온 ‘생중계’를 시행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부안군의회는 지난 9일 개회한 302회 임시회 일정 가운데, ‘2019년도 군정에 관한 보고’를 10일부터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부안군민 뿐만 아니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누구든 부안군의원들의 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생중계가 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의원들의 질의 태도였다. 의원들은 공무원들을 상대로 부안군이 당면하고 있는 모든 현안을 테이블에 올리고 조목조목 질의에 나섰다. 모든 의원들이 골고루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질문 내용도 핵심을 건드리고 있어 사전에 자료를 숙지한 티가 역력했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변화다.
회의 시간도 대폭 늘었다. 전에는 주로 10시에 시작하면 점심시간인 12시경 끝이 났으나, 이번 회기 들어 이런 관례를 깨고 매번 하루 종일 회의를 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의원들은 민원과, 농업정책과, 축산유통과, 해양수산과 등 4개과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회의를 진행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다음날인 16일도 오후 6시를 넘겼다.
의원들의 책상에 놓여있던 핸드폰도 사라졌다. 전에는 간혹 낮은 소리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됐었는데 생중계 이후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의회의 변화는 공무원들 답변 태도까지 바꿔 놨다. 공무원들 역시 의원들의 질의에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상하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혹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과장이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면 배석한 팀장들이 황급히 쪽지를 건네는 모습도 빈번하게 포착됐다. 예전 같으면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거나 ‘최선을 다 하겠다’는 대답으로 얼버무릴 수 있었겠지만 ‘실시간으로 군민이 보고 있다’는 압박감에 그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의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처음에는 생중계라는 점에서 스트레스도 받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할 만하다”면서 “방송을 본 몇몇 군민들이 ‘의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줄 몰랐다’고 격려 전화를 할 때면 생중계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의원들이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공무원들의 답변 태도가 전에 비해 성실해져 만족스럽다”고 전하기도 했다.
군민들 반응도 환영 일색이다. 아직은 생중계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생중계를 하느냐”고 되묻는 군민들이 다수였지만, 일부 방송을 시청한 군민들은 부안군의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족의 발전”이라고 표현하는 군민도 있었고 “지금까지 부안군의회가 가장 잘한 일”이라거나 “이제야 제대로 밥값을 하고 있다”고 흡족해 하는 군민도 있었다. 한 군민은 “기초의회가 마침내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전주에도 일부 알려져 “부안군의회가 앞서 가고 있다. 앞으로 도내 다른 기초의회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언론인도 있었다.
이처럼 의회가 환골탈태한 이유는 단 하나, 유권자인 군민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군민의 참여가 의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이는 또 행정의 변화로 이어지면서 풀뿌리민주주의의 정착을 앞당기는 선순환 작용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회 생중계는 사실 2014년 7대 의회부터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던 사안이었다. 당시 의장이었던 임기태 의원은 <부안독립신문>의 거듭된 동영상 서비스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보도에 답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예산을 확보해 늦어도 내년(2015년) 봄부터 의회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리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본지 2014년 8월 8일자 ‘부안군의회 “군민 곁에 더 가까이 가겠다”’참고) 하지만 의회가 보유한 아날로그 녹화장비를 디지털방식으로 교체하는 문제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올해 상반기에야 마침내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이다. 물론 <부안독립신문>은 그 동안에도 수차례 생중계 요구에 대한 보도를 했고, 지난해 부안군의회는 본지와의 간담회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에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생중계 시작과 함께 개선해야 할 문제들도 드러나고 있다. 생중계다 보니 회의가 열리는 낮 시간 외에는 동영상을 시청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됐다. 사실 직장을 다니거나 생업에 종사하느라 생중계를 볼 수 있는 군민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녹화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시간이 날 때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군민들의 요구다. 부안군의회는 이 역시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의 질의 남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생중계를 의식한 탓에 장황한 당부성 질문을 늘어놓거나 자료를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언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일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회 주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말하자면 군민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의원들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배길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외에도 군민의 관심과 참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의회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생중계를 해도 군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별무효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는 생중계를 시작한지 고작 1주일 밖에 안 됐기 때문에 홍보가 덜 된 탓이 크다. 따라서 의회사무과를 중심으로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고, 또 군민들도 의원들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을 보내는 등 의회에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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