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포영상테마파크 주변 군유지 37만여 평 개발 추진
2016년 용역 결과, 민자 유치 대안으로 골프장 제시
주민들, 자연친화적 개발은 찬성, 골프장은 절대 반대

민선 3기부터 시작해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불어오던 골프장 바람이 민선 7기에도 어김없이 일고 있다.
특히나 권익현 부안군수가 골프장과 리조트, 워터파크가 갖춰진 복합휴양타운을 유치해 전북최대 휴양도시 관광부안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 걸은 바 있어 이번 바람은 미풍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더해지고 있다.
개발 예정부지는 군유지로서 변산면 마포리 산 59-4 일원에 분포되어 있다. 격포영상테마파크를 감싸고 있는 임야와 전·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격포리와 도청리, 마포리 3개 리가 걸쳐 있을 만큼 큰 면적으로 총 338필지에 37만 3678평에 달한다.
대부분이 계획관리지역으로 되어 있어 개발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국도 30호선이 접해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격포 바다가 조망되며 영상테마파크와 금구원 조각공원 등 주변에 관광자원이 혼재해 지리적으로 우수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골프장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개발계획이 행정에서 또는 주민들 사이에서 회자되어 왔다. 하지만 개발과 보전, 손실과 이득을 두고 끊임없는 반목이 있어왔고 투자자를 이끌 가장 매력적인 골프장만은 안 된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히며 현재까지 유지되어 왔다.
다시금 이 곳에 골프장 바람이 분 것은 지난 16일 부안군이 변산면 도청리 마을회관에서 ‘격포지구 집단군유지 개발 관련 주민설명회’가 열리면서부터다.
기존의 설명회가 개발에 대한 용역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가감 의견을 반영해 왔다면 이번 설명회는 개발을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 라는 기본 방향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해진 게 없다보니 뜬 구름 잡기식 설명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부안군은 2016년도에 해놓은 용역결과가 있다며 보고에 나섰다.
한국도시재생기술연구원이 실시했다는 용역의 결과는 군유지를 활용한 민자 유치의 대안으로 골프장 건설이 제시되어 있다. 사업비는 약 1120억 원이며 연간 4만 5000명이 찾을 것이라는 수요예측도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마을 주민들

의견발표에 앞서 도청마을 이재천 이장은 “이번 설명회가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구색 맞추기식 절차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으며 “얼마 전에 면에서 횟집사장 등 몇몇 사람들이 모여 개발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골프장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어 실제 거주하고 있는 소격이나 도청 등 주민들 의견을 듣기 위해 따로 자리를 만들었다”고 모인 이유를 참석한 50여명의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첫 발언에 나선 이백연 개발위원장은 “앞뒤 다 빼고 핵심은 골프장 아니냐, 그것을 하기 위한 준비고 설명회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새만금에 대단위 관광지구가 있다. 잼버리 끝나고 뭐할 것이냐, 새만금에 돌 넣는다고 캐낸 곳에는 뭘 할 것이냐, 숲이 우거지고 대대로 아름답게 가꿔온 자연을 이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다 캐내고 까 부시고해서 무언가를 하려고만 하느냐”며 왜 하필 이곳인지를 따져 물었다. 또한 함평군 지역신문을 들어 보이며 “함평 골프장에서 들어오는 세수가 2억 5천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따지면 지방세의 1%도 안 된다. 가보면 알겠지만 골프장 근처로 식당이 쭉 있는데 하나도 안 먹고 간다고 하소연 한다. 골프장 안에 식당이고 뭐고 다 있어서 실제로는 지역경제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며 열변을 토했다. 이어 “청소년 수련시설과 같이 자연과 잘 어울리는 개발이 되어야지 몇몇 업자만 배불리는 골프장만큼은 죽어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 곳 주변이 상시적으로 농업용수가 부족한 곳이다. 골프장은 풀씨하나 없는 물로 잔디를 키우기 때문에 지하수를 파게 되고 이는 지하수 고갈의 한 원인이다. 뿐만 아니고 개미 한 마리도 살수 없는 고도의 농약이 살포되고 있어 그 약물이 결국 어디로 갈 것인가”라고 따졌다. 회관 곳곳에서 “예, 맞습니다”, “백번 옳은 말씀입니다”등의 외침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실제 골프장 개발은 흙을 일정 깊이만큼 파내고 인공 흙을 덮어 잔디를 길러낸다. 동식물뿐만 아니라 곤충도 모두 제거 되는 것이다. 또한 잔디는 숲에 비해 물 보유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결국 지하수 고갈의 원인돼 인근지역의 농업용수 부족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밖에도 “행정의 속내가 무엇이냐”, “골프장은 할 사람이 있고 다른 것은 할 사람이 없느냐”, “투자처 없으면 개발하지 마라” 등 격양된 질문이 오갔지만 정작 군 담당자는 “확정된 것이 없다” 또는 “인사발령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업무파악이나 공부가 덜 됐다”, “의견만을 듣기 위한 자리다”라고 답변해 “이럴 거면 뭐 하러 바쁜 사람들 불러다 놨는지 모르겠다”는 투정도 새어 나왔다.
종암마을 이장은 개발에 대한 대안을 비롯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기구로 인근 마을주민으로 이뤄진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구난망식 의견보다는 협의체에서 의견을 모아 한 목소리로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결국 환경을 고려한 개발은 찬성하지만 골프장만은 안 된다는 주민들 의견을 확인한 자리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여기서 농사짓고 사는 사람은 반대하지만 격포 상인들이나 이 주변에 땅 가진 사람들은 찬성하는 분위기다”며 “고창으로 골프 치러 넘어가는 사람이 많아서 잡아만 둔다면 경제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기에 무작정 반대만 할 것은 아니다”고 골프장 개발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고창, 김제, 군산 할 것 없이 주변 지자체에서 앞다퉈 골프장을 늘려나가고 있고 골프가 부자 스포츠가 아닌 대중 스포츠라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관광지인 부안군도 골프장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반면 친환경시대에 지속가능한 부안을 만들어 가야할 지금, 관광객이 늘 것이라는 기대와 고용창출과 경제적 이득이라는 일순간의 성과에 가려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들이 훼손되는 것이 아닌지 살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권익현호가 보전과 개발 사이에서 어떤 상생의 해법을 찾을 것인지, 골프장 바람이 순풍이 될지 역풍이 될지 관심이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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