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대회에 맞추어 개최된 제1회 갑오동학혁명기념문화제 [1968. 4. 26/현황토현동학농민혁명기념제]

지난 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그때 필자는 ‘백산대회’가 기념일로 적합하다는 발표를 하면서 식민지 잔재 청산을 제기하였다. 즉 식민지 잔재로 인해 1894년에 일어난 개별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따라서 전문연구자들의 공동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념일로 적합한 날의 기준과 원칙을 정한 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기념일 제정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1910년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만든 일본은 한반도를 영원한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하였다. 주된 목적 중의 하나는 지역 간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여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이때 동학농민혁명의 진원지였던 고부군과 무장현을 해체하여 면단위로 격하시켜 지역민의 무관심과 분열을 유도하였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백산대회가 열렸던 고부의 백산을 부안의 백산으로 편입시켰는데, 이것은 훗날 동학농민혁명의 초기 전개과정이 뒤틀리는 원인이 되었다.
19세기 후반 정국의 불안정, 탐관오리의 탐학과 수탈,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백성은 견디기 힘든 극한 상황에 처했다. 이때 동학이 창도되어 민중의 아픔을 보듬으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이 되었다. 이를 조직으로 연결하여 제폭구민과 보국안민, 척왜양을 내세우며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고, 그 중심지는 오늘날 정읍과 고창과 부안지역이었다. 이를 정확히 파악한 일본은 고부와 무장과 인근 지역의 공동체를 파괴해 버린 것이다.    
그것은 동학농민혁명이 좌절된 이후 가장 큰 대규모 행사로 진행된 제1회 갑오동학혁명기념문화제가[1968년, 정읍] 백산대회에 맞추어 개최되었으나 1971년부터 황토현전승일로 바뀌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날짜를 바꾼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데, 일부에서는 기념식 때마다 날씨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지역이기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정읍에서 개최하는 기념식을, 왜 부안군에 있는 백산대회에 맞추어 하느냐는 발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백산대회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정읍 동학농민혁명사의 토대를 닦은 故최현식 前정읍문화원장에 의해서였다. 최현식은 1980년 발간된 『갑오동학혁명사』에서 동학농민혁명의 본격적인 시작은 백산대회라 했으며, 1990년대 후반에는 백산대회를 기점으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범위를 정해야 하며, 2004년 이후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 제정이 수면이 떠올랐을 때에는 백산대회가 기념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백산대회를 기념하는 행사가 개최된 것은 2000년부터였고, 그것도 백산면을 중심으로 한 면단위 기념행사였다. 더욱이 2004년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 제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때에는 아예 실체를 부정당하면서 후보에서 제외되었고, 2012년 교육방송에서 제작한 기념일 제정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필자가 이처럼 백산대회와 관련된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잘못된 흐름의 근저(根底)에는 식민지 잔재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본 때문이다. 1894년 당시는 물론이고 1980년대까지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은 고부군수 조병갑과 만석보, 녹두장군 전봉준과 말목장터로 상징되는 고부봉기였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에는 “앉으면 죽산, 서면 백산”이라는, 동학농민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상징하는 백산대회가 있었다. 1894년 당시 백산은 고부에 속하였고, 동학농민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징적 공간과 사건이 바로 백산에서 이루어진 백산대회였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은 백산이 포함된 고부였던 것이다.
일본제국주의에 의해서 고부 백산이 부안 백산이 되면서 그 의미와 의의가 약화되거나 잊어진 것처럼 부안의 동학과 동학농민혁명도 시나브로 잊어진 것은 바로 일본제국주의가 심어 논 식민지 잔재였다. 부안의 동학농민혁명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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