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말 설치, HD급 고화질 아닌 저화질 전광판
눈부시고 어지럽고 아른거려 무엇인지 구별도 안 가
업체 관계자, 처음부터 잘못 설치해 보수해도 효과 미미
1년 후, 군청 담당자는 바뀌고 시설물은 그대로 방치

 

부안상설시장 수산전길 지붕 밑에는 10평 크기의 1억5천만 원짜리 LED 햇빛가리개가 있다.
어떻게 생긴 가리개이기에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 것일까?
이 시설은 부안군이 부안상설시장을 현대화 하겠다며 작년 4월말 경 설치한 것으로 햇빛가리개가 아닌 동영상이 나오는 경관조명이다.
부안상설시장 내 생선전 사거리에서 서문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길이 약 7미터가량의 검정색 철 구조물이 천정에 길게 매달려 햇빛을 가리고 있다. 바로 대형전광판이나 광고물이 홍보되는 LED 패널이다.
이런 고가의 경관조명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본지가 작년 5월 18일자 ‘상설시장에 설치된 경관조명, 애물단지 전락 우려’라는 기사에서 다뤘던 바와 같이 당초 설계와 달리 고화질, 고선명의 HD급 동영상 송출용이 아닌 저화질의 단순 광고용 패널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화면을 만들어 내는 점과 점이 넓고 발현하는 색의 수가 많지 않은 저화질 패널은 급하게 색깔이 변하는 등 명암차가 커서 눈부심과 어지러움이 생긴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는 고스란히 주변상가의 민원으로 나타났다.
당시 주변상가들은 “아른아른 거려서 뭐가 뭔지도 구분도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번쩍번쩍하면 놀라기도 하고 눈이 부시다”, “위를 안쳐다 보려고 해도 깜빡깜빡 켜지니 신경 쓰이고 정신이 사나워져 피곤하다”, “손님들도 어지럽다고 한다” 등의 민원을 쏟아 냈다.
멀리서나 보는 전광판을 머리 위 2~3미터 거리에 달아놓았으니 불만이 안 나올 리 없다.
결국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두 시간 동안만 경관조명을 작동하기로 했으나 이마져도 “2시간 쓸려고 돈 들였느냐” 등의 비난에 현재는 운영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시장 상인회 또한 “HD급 동영상이 나오는 시설이라고 해서 승인을 해줬는데 저렇게 해놨다”며 “일반 전광판이지 무슨 경관조명이냐”고 불만을 제기했고 부안군은 “동영상이 나오는 것은 20억 원 정도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HD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며 “(설계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민원 제조기, 착오의 값으로 혈세 1억 5천만 원인 들어간 셈이다.
이뿐만 아니고 시장과 어울리지 않은 동영상이 재생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부안관광자원이나 시장 홍보가 아닌 ‘상어가족’이라는 유아들에게나 인기 있는 영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이 아무개씨는 “애들이나 좋아할지 몰라도 장보러 오는 어른들 눈에는 쓰잘 떼기 없는 곳에 돈만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후 본지는 작년 7월 13일자 ‘뉴스A/S)상설시장 경관조명, 결국 혈세 들여 새 업체에 다시 맡겨’라는 기사를 통해 부안군의 계획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부안군은 경관조명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LED 숫자를 늘리거나 빛 가림막 설치, 콘텐츠 개발 등 추가예산을 들여서라도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관련업체 관계자는 “LED를 추가해도 1.5배정도의 화질개선이 있을 수는 있지만 HD급은 불가능하다”며 “처음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전부 뜯어내고 새로 설치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해 개선한답시고 추가로 돈 쓰지 말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안군은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설계 중으로서 어느 정도 비용이 들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곧 설계가 끝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변했다.
이후로 1년이 지났다. 경관조명은 1년 전과 비해 달라진 모습을 찾을 수 없으며 여전히 가동되지 않는 체 거대한 철 구조물 햇빛가리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취재에 나서자 생선을 팔고 있는 A씨는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저게 뭐 허는 짓인가 모르것어, 비싼 월급 받고 앉아서 한다는 것이 고작 저런 것이냐”며 “남는 돈 있으면 나나 줄 것이지 뭔 지랄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거침없이 내놨다.
B씨는 “깝깝혀 죽것어, 저것이 형광등이랑 햇빛을 다 가려버렸잖아”라며 “뭣 헌다고 돈 써가면서 만들어놓고 저렇게 놔두고 있는지 도통 이해가 안가”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부안군 담당자는 “하반기 인사로 며칠 전에 업무를 받은 탓에 자세한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며 “전임자에게 물어봐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하루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
이튿날 담당자는 "어떤 상황인지 알겠다"며 "서류도 검토하고 자세히 살펴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1년 전과 똑같은 답변을 내놨다.
업체 관계자의 말대로 ‘처음부터 잘못된 것에 돈을 들여 봤자 나아질게 없다’는 판단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냥 방치해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실성 없는 계획에 묻지마 식 사업이 반복되지 않도록 일벌백계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군청을 향하고 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