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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사람-우정노동조합 부안우체국 이정은 노조지부장

"과로사 주범은 겸배, 증원이 해답"

“기자님은 집배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오는 9일 파업을 예고한 전국우정노동조합의 부안우체국지부 이정은 노조지부장이 대뜸 묻는다.
비바람을 뚫고 외딴 섬에 편지를 전달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산골 노부부집에 장을 봐오기도 하고 때론 건강이 안 좋은 독거노인을 이웃이나 자식같이 살피는 모습들, 정의롭고 친절하며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기억하는 집배원의 이미지다.
“그 이미지 속, 우리가 말하는 우편이라는 공공성 속에서 숨겨있는 상처가 곪고 곪아서 터진 것입니다” 그는 우체국 파업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정은 지부장은 27세에 서울시 노원우체국에서 집배원을 시작했다. 반듯한 직장에 집배원이라 좋았지만 언젠가부터 자는 게 두려웠다고 소회한다. 자고 일어나면 몇 백 세대를 자랑하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고 없는 인력에 배달 물량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5년간의 도시 생활을 거쳐 고향인 부안에서 집배를 이어갔지만 당시 경험은 도시 집배원의 고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집배원, 그거 쉽지 않습니다. 작년에만 25명이 사망했고 올해는 9명이나 과로사로 사망했지요”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집배일이 과로로 사망할 만큼 가혹한 노동인 것을 몰랐다. 단순히 온갖 우편물에 늘어나는 택배로 인해 힘든 직업일 것이라고 막연히 예상 했을 뿐이다.
백발이 다 된 짧은 머리에 ‘단결투쟁’이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은 그는 “우체국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파업에 무려 92.87%가 찬성을 결의했다”며 “더 이상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이번 파업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한다.
파업이라는 카드를 들고 서야 국민들 시선이 집배원의 현실과 고통이라는 속살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그는 과로사의 주범으로 겸배(兼配)라는 독특한 일 처리 방식을 지적한다.
겸배는 집배원이 아프거나 집안의 대소사,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그 공백을 동료 집배원들이 나눠서 부담(배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문화는 내가 쉬면 동료가 고생한다는 심리적 부채의식을 만들어내 과로로 이어지는 역할을 한다. 명절이나 선거철이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어쩔 수 없는 이유라 하더라도 공백이 잦아지면 동료들 사이에서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것도 한 몫 한다.
그는 “힘들고 아파서 쓰러질 지경이 돼도 출근을 해야만 하는 집배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만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17년도 2건의 집배원 자살이라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집배원 근로개선 추진단’이 구성됐고 다음해 추진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2000명의 정규 집배원을 증원하기로 노사간 협의를 마쳤다. 이를 이행하기만 하면 지금의 파업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증원인력은 1000명으로 축소됐다. 이마져도 국회 예산결산심사 과정에서 통과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사실상 정부가 집배원을 파업으로 내몬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 지부장은 우편과 금융보험이 각기 다른 회계로 처리되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바지에 두 개의 호주머니가 있습니다. 한 곳은 돈으로 가득 차 있는데 반대편 호주머니는 빈털터리입니다. 그 짝짝이 바지가 바로 우체국입니다. 우체국 금융보험 분야는 매년 수천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편은 적자입니다. 우표 값이 몇 만원씩 하는 것도 아니고 수익보다는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중시하고 있어 수익이 날수 없는 구조지요. 그럼에도 부족한 인력에는 수익을 못 낸다는 자본논리를 적용해 증원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금융 보험 분야의 이익금 일부만이라도 우편분야로 대체 한다면 돈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 될 텐데도 우정사업분야를 기업화 하려는 의도 때문인지 제도 개선을 미루고 있습니다”라고 질타했다.
파업이라는 강공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오히려 호의적이다. ‘우편대란이다’, ‘택배대란이다’ 라는 파업의 악영향만을 강조한 뉴스에도 ‘오죽하면 파업 하겠냐, 그럴 줄 알았다’ 등의 댓글이 우세하고 ‘집배원 아저씨 힘내세요’ 등 응원의 글도 볼 수 있다.
파업을 하게 돼서 죄송하다는 그는 “한 가족의 가장이고 생존을 위해 나설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또한 “급한 우편은 파업일인 9일 이전에 미리 보내서 피해가 없도록 하시라”며 집배원로서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 유지 인력이 집배의 경우 75%에 달해 우편 배달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지만 우편을 모의는 집중국의 필수유지 인력이 36.2% 밖에 되지 않아 배급 정체로 인한 배송지연은 불가피 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1일 열린 3차 쟁의조정회의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되면서 중앙노동위 공익위원 권고에 따라 조정기간이 5일까지로 연장됐다. 이날까지 우정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는 6일 토요 배달을 중단하고 9일 전면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종철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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