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말   초록이 깊어지는 7월, 부안독서회가 지면을 통해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부안독서회는 2016년 태동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회원들이 모여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제 이 여행을 통해 경험한 세계(서평)를 매월 첫 주 발행되는 부안독립신문에 게재 하고자 합니다. 지혜와 사고의 지평을 넓혀 줄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부안독서회장 라환희

 

질주하는 현대에서 자칫 변방으로 오독되기 쉬운 세계가 내면의 영역이다. 번잡한 생활에 얽매이다 보면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만나기 힘든 것이 내면세계, 즉 본성이 아닌가 싶다. 여름의 중심을 향해가는 이즈음 운무를 두른 산수 진경을 걸어놓고 독서삼매경에 빠져보는 것 또한 더위를 이기는 방법의 하나일 터, 내면의 자신과 만나기에 좋은 계절이지 싶다.
이번 달 소개할 책은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박이문의 『노장사상』이다. 이 책은 동양사상의 핵심을 이룬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펼쳐 보인 책이다. 노장은 동양뿐 아니라 서양철학에도 영향을 끼친바 시중에 관련된 책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그 가운데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서양철학에 편재된 논리와 설명을 배제하고 철학과 종교, 이념을 분절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노자와 장자를 이야기할 때 인위성이 가미되지 않은 상태는 빠질 수 없는 세계다. ‘道法自然’라 하여 자연을 곧 道로 본 노자나 ‘無爲自然’을 최고의 덕으로 친 장자의 ‘함’이 없는 상태의 자연이다. 이는 곧 자연스러움이며, 無이고 空이다.
노장사상을 철학의 관점으로 접근한 ‘도’와 진리에서 저자는 언어, 존재, 자연론 등의 개념을 들어 동서양의 철학을 비교 분석한다. 먼저 노장이 말하는 도란 일상적 개별적 대상이 아니라 궁극적 실체의 존재 양식을 가리킨다고 서두를 시작한다. 이는 노장사상에서 추구하는 도라는 것이 언어로 정리할 수 없는 ‘침묵’의 세계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논리성을 추구하는 서양철학과 충돌한다. 이 충돌을 토대로 박이문은 철학적 분석을 도출해낸다.
오래전부터 언어 하나로 대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존재를 그대로 나타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왜곡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근거로 노장적 언어에 대한 비판이나 베르그송, 하이데거적 언어에 대한 비판은 언어가 언어로서 성립할 수 있는 논리적 조건, 즉 한 대상과 그것을 서술하는 언어는 달라야 한다는 논리적 사실을 보지 못한대서 비롯되었다고 정리하고 있다.
또한 ‘무위’와 실천에서는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와 같은 여러 종교비평가의 예를 들어 종교적 세계는 인간의 소원이 만들어낸 상상적 세계이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을 타당하다고 제시한다. 결론으로 인간의 근본 없는 우환에 대한 굴복적 치료법으로 무위를 언급한다.
‘소요’와 가치에서는 이데올로기를 들어 이념의 무가치를 제시한다. 이념이 다를 때 똑같은 행동이나 사실을 두고도 그것의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저자는 인생을 하나의 놀음으로 본 노장사상의 백미를 든다. 소요란 산책이다. 삶을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보는 태도다.
고대 아테네 철학에서부터 20세기 하이데거까지 서양 철학은 수없이 많은 담론을 이어왔다. ‘지혜를 잘 짜내게 해주는 사람’이란 뜻으로 불린 소피스트들에서 존재와 시간을 응축한 하이데거로 이어진 서양 철학이 끊임없는 의문을 통해 실존에서 답을 구하고자 했다면, 동양철학은 ‘침묵’에서 답을 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로 볼 때 ‘道可道非常道’을 첫머리에 둔 노장사상은 나를 잊고 사는 현세에 인간다움을 회복시켜주는 큰 물줄기라 하겠다.
이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시공간을 넘나들게 되어 마치 여백의 미를 살린 동양화에 서양화의 황금 분할 선을 그리듯 재미있는 구도가 상상되어 흥미를 더한다. 더불어 내 그림자는 어떤 모양을 그리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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