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이 모여 있어 당뇨병에 좋고 오장에 이로우며, 오래 먹으면 귀와 눈을 밝게 하며 백발이 검게 변하고 노화를 방지한다”(동의보감 탕액편) “달고 차고 독이 없고 소갈을 치료한다. 오장과 관절을 이롭게 하고 혈기를 통하게 한다. 오래 먹으면 허기지지 않는다. 햇볕에 말려 빻아 가루를 꿀로 환을 지어 매일 60개 씩 먹으면 백발이 검게 변하지 않는 노인이 없다”(중국의 명의 진장기)
이 설명만 듣고 있자면 산삼이나 녹용 같은 값 비싸고 영험한 약재를 떠올리게 된다. ‘백발이 검게 변하지 않는 노인이 없다’는 대목에서는 미용에 유별나게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 쯤 그 마술 같은 효과를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슬몃 고개를 든다.
이리도 신통방통하니 전국 팔도를 뒤져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는 귀한 약재는 아닐까. 걱정 접으셔도 된다. 바로 부안에서 가장 흔하게, 또 가장 실하게 자라고 있는 오디와 뽕나무에 대한 설명이니까.

참뽕샴푸와 트리트먼트, 핸드크림

미용제품 패키지화 시도

부안 참뽕은 그 동안 생과나 즙을 비롯해 뽕주, 뽕막걸리, 뽕잎절임 고등어, 뽕잎차, 오디쨈, 뽕잎환, 누에환 등으로 생산·가공·판매돼 왔다. 모두 식품이다. 그러던 것을 2016년부터 부안농업기술센터가 앞장 서 미용제품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첫 작품은 젤리마스크팩이었다. 2016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 간 3800여만 원을 들여 연구한 끝에 뽕잎과 오디를 함유한 2가지 마스크팩을 개발한 것이다. 주원료인 뽕잎엽록소에 염증치료 및 노화방지 효과는 물론 카드늄과 납 등 중금속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결과였다. 이 제품은 현재 남부안농협에서 구매할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내친 김에 미용제품을 패키지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뽕잎핸드크림이다. 이듬해 7월부터 11월까지 2000만원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했다.
이어 2018년 4월부터 9월까지 각각 2000만원을 투입해 ‘뽕잎 자연 담은 그린 샴푸’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뽕잎 자연 담은 그린 트리트먼트’를 개발했다. 이로써 참뽕을 이용한 미용제품 4종 세트가 완성됐다.
이미 오래 전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 “뽕잎은 눈을 밝게 하고 머리카락을 잘 자라게 해 준다”라고 했으니, 참뽕이 샴푸나 트리트먼트로 변신하는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다.
이들 제품은 모두 화장품 전문기업인 ㈜나우코스와 함께 개발했다. 시제품 단계에서 주름 개선과 미백테스트를 마치고 시용회와 마실축제 때 소비자 기호도 조사까지 마쳤다.

첫 번째 미용제품인 젤리마스크팩

지역은 작아도 제품은 ‘프리미어’

부안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개발했다고 이들 제품을 시시하게 여겨선 안 된다. 애초 개발 때부터 ‘프리미어’ 제품으로 목표를 삼고 시작한 일이었다. 참뽕 외에도 주름 개선과 미백 효과가 있는 기능성 원료를 풍부하게 첨가했고, 자극이 없는 친환경 원료를 사용했다.
샴푸에는 아예 계면활성제가 들어가지 않고 트리트먼트는 천연 유래 계면활성제를 소량 첨가해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민감성 피부와 아토피를 가진 고객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EWG 등급도 ‘그린’이다. EWG 등급이란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가 화장품 성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1~10까지 구분한 성분 안전도를 말하는데, 0~2등급은 가장 좋은 등급인 ‘그린’, 3~6등급은 보통인 ‘옐로’, 7~10등급은 위험 수준인 ‘레드’로 분류한다.
참뽕 미용제품은 모두 그린 등급의 원료만을 사용했으니 이른바 하이-엔드급 제품이다. 참고로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최근 EWG 그린 등급의 원료만을 사용해 고가의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들의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눈 여겨 보고 배울 것은 배우되 붙을 때는 ‘쎄게’ 한판 붙어 보는 것도 좋겠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선봉에

이들 미용 제품은 현재 남부안농협이 ㈜나우코스를 통해 OEM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참뽕을 재배하는 영농조합법인이나 마을기업이 직접 유통한다면 우리 농민들을 위해서는 금상첨화겠지만, 화장품을 판매하려면 까다로운 생산시설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자금이나 인력 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부안농업기술센터의 설명이다. 특히 화장품은 식약처 소관이라 허가 과정이 까다로운 데다, 한번 생산 라인을 돌리려면 몇 만개씩 주문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게 수요도 많지 않다.
다만 남부안농협은 화장품 제조·판매 허가를 일찌감치 받아놓아 공장에서 출하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바로 직판하고 있다. 따라서 중간 마진 없이 공급할 수 있다.
개발 과정을 알고 나니 부안농업기술센터 담당자들의 마인드가 당차다. 작은 농촌지역이라고 해서 주눅 들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글로컬라이제이션(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상)이고 4차산업 시대에 지방이 살아남는 길이다.

참뽕연구소의 역할도 커

여기까지 온 데에는 변산에 위치한 참뽕연구소의 역할이 컸다. 특히 오디쨈이나 오디즙, 뽕잎환 등 식품은 개발에서부터 생산까지 도맡고 있다. 참뽕 재배 농가들이 원료를 가져오면 OEM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뽕나무 재배 관련 기술 지도부터 가공식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이 이 곳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농민들은 재배는 각자 하지만 동일한 브랜드와 용기를 사용하고, 판매는 온라인이나 도·소매 등 개별적인 유통망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자니 제조원은 농업기술센터, 판매원은 남부안농협, 영농조합법인, 마을기업 등으로는 제각각 표기된다. 아직은 남부안농협을 통해 유통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게 농업기술센터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농가들은 모두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GAP인증(농산물우수관리제도)을 획득했다. 오디나 뽕잎 등 원료 입고 시에 GAP인증 증명서를 첨부하지 않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참뽕연구소는 식품 가공에 필수인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 생산·제조·유통의 전 과정에서 식품의 위생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해요소를 분석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식품의 안전을 관리하는 제도) 인증을 받았다.
2011년 4월 문을 연 참뽕연구소는 농업기술센터 뽕산업육성팀(팀장 최형자) 산하 기관으로 현재 재배파트 연구사 1명, 가공파트 연구사 1명을 비롯해 공무직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참뽕연구소에서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연구원
참뽕가공센터에서 식품류를 생산하고 있는 직원들

이제부터 진짜 승부, 마케팅

지금까지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았다면, 이제부터 진짜 승부처인 마케팅에 올인 할 때다. 네이밍(이름 짓기), 브랜드 디자인, 용기 디자인, 시장조사, 홍보 전략 등 할 일이 태산이다. 더구나 개발과정에만 우리 군민 세금이 1억 가까이 들었고, 참뽕연구소까지 포함하면 100억 가까운 혈세가 참뽕을 위해 투자됐다. 기어이 성공해야 한다.
농업기술센터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참뽕 제품 개발을 진두지휘 해 온 뽕산업육성팀 최형자 팀장과 박연실 주무관은 “부안을 대표하는 상품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개발하게 됐는데 용기나 브랜드 이미지 같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4개 미용 제품을 패키지 디자인도 해야 하고, 이제는 그런 부분에 집중할 생각이다”라고 말한다.
마케팅 과정에는 ‘창의성’이 필수다. 속칭 날고 기는 전문가들의 무대에서 공무원들 힘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네이밍이나 브랜드 디자인 과정에서 공모 등의 방식으로 군민의 의견을 들어도 좋고, 특히 미용에 관심이 많고 트렌드에 민감한 중·고·대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모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나아가 마케팅 전문업체의 시장 조사와 소비자 소구전략도 필요할 테다. 그렇더라도 부안 군민의 힘이 실리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소비자는 현명하고 시장은 녹록치 않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접근했다간 시작도 전에 퇴출이다. 오로지 군민의 관심과 애정이 이를 돌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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