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관람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영화를 관통하는 ‘냄새’라는 단어가 귀를 사로잡는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구분하는 전선(戰線)이 냄새인데, 반 지하에 사는 주인공의 몸에서는 특이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가진 자들은 이 냄새를 무시하고 혐오한다. 우리사회는 계층을 대표하는 냄새가 있고 이 냄새를 바꾸기 위해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지상으로의 상승을 꿈꾼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피한 곳은 햇빛이 비추고 따뜻함이 있는 지상이 아니라 냄새로 덧칠된 지하실이다.
바다에서는 갯냄새가 나고, 고기에서도 비릿한 냄새가 난다. 생선 비린내의 원인은 트라이메틸아민(Trimethylamine)이라는 물질 때문이라고 한다. 이 물질은 생선 몸속에서 삼투압을 조절하는 TMAO[2]가 미생물이나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생성된다. 따라서 삼투압 관리가 중요한 바다 생선에서는 비린내가 심하고, 죽은 생선에서는 냄새가 더 난다. 맛이 아니라 냄새로 감지되는 이유는 트라이메틸아민은 휘발성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생선이 기피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기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한 방법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경험상 비린내가 많이 나는 생선은 고등어·갈치·조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비린내는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맛이 있다. “비린내 맡은 강아지 매 맞아 허리 부러져도 뜨물통 앞에 가서 죽는다.”라는 속담이 전한다. 비린내 맛을 한번 알면 동물조차도 죽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돌진한다는 비유다.
생선 요리를 좋아하지만 고기의 생태에는 관심을 갖지 못하고 살았다. 그저 맛이 ‘어쩠네 저 쪘네’ 할 뿐 고기에 대해서는 몰랐다.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은 알지만 여기서 도루묵이 물고기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올 봄에 친구가 강원도의 도루묵을 택배로 시켰다고 해서 말로만 듣던 도루묵을 처음 맛봤다. ‘물고기는 어떻게 나이를 알 수 있지?’ 라는 의문도 가졌지만, 그저 물음으로만 그쳤다. 최근에야 이것저것 뒤적이다 보니, 물고기 몸의 비늘이나 귓돌의 나이테를 통해 물고기 나이를 추정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홉구미 광주집에서 셋이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드르륵 식당 문을 열고 성큼 성큼 들어오는 이가 있었는데, 모항 사는 유영춘씨다. 반갑게 만나고 안부를 나누었는데 곧 바로 나갔다가 한참 후에 다시 영춘씨가 식당으로 들어왔는데, 은빛 나는 고기를 한 박 쩍 가지고 왔다. 모항 앞 장불(갯벌)에서 그물로 방금 잡았다고 한다. 시장에서 가끔 봤던 꼬록(꼴뚜기)이다. 아! 이 큰 감동이라니, 이 작고 신선한 고기, 비릿한 꼬록을 묵은 김치에 싸서 먹는 맛이라니. 셋이서 한 바가지를 한순간에 먹어 치웠다.
꼬록은 화살오징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오징어와 비슷하나 몸이 좁으며 등판에 껍질이 없고 종이처럼 얇은 뼈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선비들은 바다에서 나는 귀중한 고기라 하여 '고록어(高祿魚)'라 불렀다고 한다. 꼬록의 수명은 1년이며, 연안에 서식하고 이동을 많이 하지 않아 유영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근육이 덜 발달되었고 오징어보다 훨씬 연하고 부드럽다. 물살이 빠른 곳에서 물살에 흘러가지 않도록 그물을 고정해놓고 고기가 들어가게 하는 안강망(鮟鱇網)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잡으며, 잡힌 꼬록은 주로 젓갈로 만들어 먹는다.
바다에서 만나는 고기는 비릿한 냄새가 난다. 비린내가 나는 고기가 맛이 있는데, 필자만의 생각인가? 고기의 비린내를 없애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 글도 많다. 그런데 생선에서는 비린내가 날 수밖에 없다. 어부와 갯벌에서도 비린내가 나듯 말이다.
사람의 옷에 배어 있는 감출 수 없는 냄새를 어찌할 것인가. 그것은 영화 ‘기생충’처럼 혐오의 대상이거나 부끄러움이 아니다. 그것은 땀과 생산과 노동의 블랙박스이고 자존심이다. 그리고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비린내와 친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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