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해피데이 체공

영광 핵발전소, 30여 년간 사고 39건…조기폐쇄 요구도
고창·영광 시민단체, 시위·행진 등 강하게 정부 압박해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도 도마 위에…지역 주민 배제돼

영광 핵발전소 1호기의 ‘열출력 급증’ 사고가 체르노빌 참사에 비견된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핵발전소와 불과 30㎞ 떨어진 부안은 마치 남의 일 보듯 하고 있어 경각심이 요구된다.
영광 핵발전소 1호기는 지난 10일 9개월 간의 정기검사를 마친 뒤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이상 징후가 발견돼 수동 정지했다. 1호기는 이미 30년이 훌쩍 지난 노후 원전으로 2025년 수명이 종료된다.
영광 핵발전소는 이번 1호기 사고 외에도 지난 1월과 3월 두 차례 사고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198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30여 년간 39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영광과 고창의 시민사회에서는 조기 폐쇄해야 한다는 요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상업운전 30년이 넘은 1호기 사고가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2호기(상업운전 1987년)는 10건, 3호기(1995년) 6건, 4호기(1996년) 7건, 5호기(2002년) 5건, 6호기(2002년) 0건이었다.
1호기의 경우 지난 1월 스위치기어건물 공기 공급 팬벨트 손상으로 불이 나면서 생긴 전기 결함 사고가, 3월에는 격납건물 내 증기발생기와 원자로 냉각재펌프 사이에 설치된 배관 보온재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작업자 실수 등 인적 원인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계적 원인 12건, 계측적 원인 6건, 전기적 원인 5건이었다. 상당수 사고가 작업자 실수나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고창 시민들의 자발적 결사체인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은 사고 때마다 1인 시위와 거리행진을 하며 정부와 발전소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 단체에는 일반 시민 외에도 고창농민회와 전교조가 단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윤중호 운영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원안위(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찰까지 투입해 조사한다지만 우리는 한수원도 원안위도 신뢰할 수 없다. 셀프 조사와 셀프 처방을 중단하고 민간 쪽에서 추천하는 전문가나 전문기관과 함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요구”라면서 “그런 내용을 이틀 전 원안위 측에 통보했는데 5월 중에 답을 주지 않으면 핵발전소와 관련된 모든 협의나 행사에 불참하고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을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영광 시민들도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타 시민단체와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등 핵발전소 안전 대책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단체는 천주교영광성당과, 원불교, 불교(불갑사), 농민회, 여성농민회, 여성의 전화, 여민동락공동체, 원전수협대책위, 생명평화결사, 전교조, 법성청년회 등 영광 지역 11개 단체가 힘을 보탰다.

한빛원전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도

반면, 부안은 핵발전소로부터 30㎞의 거리가 있는 탓인지 군이나 시민사회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접 지역인 고창이나 영광과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부안읍에 거주하는 ㄱ씨는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30킬로미터 거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 전북 지역 전체, 나아가 충청 이남이 쑥대밭이 될 수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시민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안전 확보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도 수면 위로 급부상 하고 있다.
이 문제는 2년 전 박근혜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의 일환으로 영광 핵발전소 부지에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소를 건립하면서 불거졌다. (본지 2016년 8월 5일자 ‘영광에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소…부안도 영향권’ 기사 참고) 당시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이름만 ‘임시’일 뿐 영구저장시설로 탈바꿈 시키려는 꼼수라며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재검토준비단’을 구성하고 7개월 간 검토 끝에 지난 29일 마침내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박근혜 정부 때 졸속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기본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지만, 출발부터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위원회가 정작 핵심 이해관계자인 지역주민을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이다.
고창과 영광의 시민단체를 비롯해 전국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이날 재검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조차 보장했던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참여가 이번 위원회에서 배제됐다”고 성토했다.
전국회의는 “정부는 중립적 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을 외쳤으나 핵발전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로 위원을 구성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핵발전이 시작된 지 40여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갈등과 불신이 쌓여왔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기계적 중립만을 앞세워 수십 년째 반복돼 온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고착화하는 잘못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어 “오늘 출범하는 재검토위원회를 인정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계획을 수립하기보다 대책 없는 임시저장고 증설을 통해 핵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공론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공론화 기본취지와 재검토 추진의미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앞서, 전북도의회는 28일 “영광의 한빛원전에 대한 사고 재발 방지와 도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광 핵발전소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부안·고창 지역 도의원 중심으로 구성된 ‘한빛원전대책특별위원회’는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점검 관련자 즉각 처벌 △조사내용 모두 공개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 지역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 △한국수력원자력 감시권한을 지자체와 민간감시센터에 부여 △전라북도에 지역자원시설세 지원 및 방재예산 지원 등 5개항을 요구하며 정부의 즉각적인 이행을 촉구했다.
참고로 지역자원시설세란 지자체가 원자력 등 발전사로부터 징수하는 세원으로, 주로 지역자원 보호와 개발과 특수 재난 예방 등에 사용된다. 하지만 발전소가 위치한 시·군으로 한정하고 있어 영광군이 410억원을 받는데 비해 부안과 고창은 일체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면적은 총 1,360㎢로 전라북도가 50.4%인 686㎢, 전남도가 49.6%인 674㎢로 면적은 오히려 전북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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