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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고정 궁사들, ‘부상투혼’으로 신기록 쐈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카메라 앞에 선 선수들. 뒷줄 가운데 황정자 씨와 앞줄 오른쪽 한주원 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목에 깁스를 하고 있다.

화살 하나가 과녁 중앙에 꽂혀 있는데, 그 위로 또 하나의 화살이 날아들더니 반을 정확히 쪼개며 명중한다. 과거 무인들의 무용담으로 가끔 듣던 그런 ‘명궁(名弓)’의 꿈을 꾸는 사람들, 심고정 궁사들이다.
이들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전북도민체전에 참가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번이 내리 다섯 번째 연속 우승이다. 그것도 시합 당일 아침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목에 깁스까지 한 상태로 역대 최고 신기록을 일궜다.
심고정 회장 격인 사두(射頭) 권준완 씨와 이사인 임기태 전 부안군의회 의장을 만났다.
- 다섯 번이나 연속으로 우승을 하셨다고요?
= 임기태 이사 : 2014년 52회부터 올해 56회까지 연속 5회 우승했어요. 작년에 원래 56회 대회가 열려야 하는데 전국체전 때문에 도민체전이 열리지 않아서 그렇게 됐지.
- 비결이 뭐예요? 혹시 우리가 특별히 여건이 좋은가요?
= 임기태 이사 : 여건이 특별히 좋을 건 없어요. 궁도장도 우리는 심고정 하난데, 고창은 4개나 되고, 정읍이나 임실, 남원도 2개씩이고, 무주하고 완주만 궁도장이 없고 다른 데는 우리보다 여건이 좋은 곳도 많아. 또 다른 데는 사두를 뽑을 때 투표로 하다보니까 선거가 끝나면 갈등이 생기는데, 우리는 입회 순서대로 하는 게 원칙이거든. 그 중에 총무나 재무 같은 집행부 일이나 임원을 역임한 사람이 주로 선출돼요. 활이나 편하게 쏘겠다면 안 해도 되지만 그 사람들은 보수도 없이 봉사하고 있고, 제초작업 같은 게 있으면 농사일이 바쁜 가운데도 먼저 와서 일을 하니까 인정을 받는 거지.
= 권준완 사두 : 비결이라면 우리 정(회원들은 주로 심고정을 줄여 ‘정’이라고 칭했다)은 니 꺼 내 꺼 따지지 않고 공동체적 생활을 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단합도 잘 되고 응집력이 되게 좋아요. 한마디로 사원(射員)들 간에 정이 있어요.
= 임기태 이사 : 시합 나가보면 다른 팀 선수들이 우리 심고정으로 음식을 얻으러 오기도 해. 달랑 김밥만 싸 가지고 와서는. (웃음) 우리는 선후배가 찬조도 많이 하고 해서 그런 부분이 풍족해요. 동기 부여도 되고. 고문이나 이런 분들도 스스럼없이 선수들에게 식사 대접도 하고 다 제 일처럼 나서거든. 이번에 도민체전 경비가 한 100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절반 이상이 사원들이 찬조한고 후원한 거예요.
- 시합 날 아침에 교통사고가 났었다면서요?
= 임기태 이사 : 사범인 김정 씨가 자기 SUV를 운전하고 뒷자리에 황정자, 한주원 둘이 타고 시합장으로 가는데, 회전형 로타리를 막 지나고 신호대기 할 때 승용차가 쌩 하고 오더니 들이박더라는 거야. 뭔 일이 있었는지 엄청 급하게 달려오더라는 거지. 그래서 우선 가까운 병원에서 응급처치하고 진통제 맞고 첫날 시합에 나갔어요. 첫날 3순(順. 한 순에 5발) 15발을 쏘고, 그날 밤에 부안으로 와서 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다음 날 다시 고창 시합장으로 가 둘째 날 경기를 치렀어요. 둘째 날은 2순 10발을 쐈는데, 그날도 진통제를 맞은 상태로 시합에 나갔어. 김정 사범은 목이 아파도 통원치료만 하고 입원도 못했어요. 감독 책임을 맡다보니.

2019년 전북도민체전 선수단


= 권준완 사두 : 그런데 부상당한 황정자 씨가 그날 평소 실력보다 더 잘 쐈어요. 모두 25발 중에 무려 19중(명중)을 했거든요. 보통 25발 쏘면 17~18중을 하는데, 아주 이를 악 물었나봐요. 한주원 씨는 결국 부상 후유증 때문에 본시합에 못나갔어요. 경기 방식이 원래 7명의 선수가 출전해서 본시합에는 5명만 나가요. 2명은 일종의 조커 같은 건데 본시합 직전 컨디션 같은 걸 체크해서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방식이예요.
= 임기태 이사 : 보통 93~95발을 맞추면 우승인데 우린 이번에 101발을 과녁에 넣었어요. 부안군 궁도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지. 우리도 여태까지 우승 하면서 95발을 넘긴 적은 없거든. 이번에 장수도 96발을 쐈어요. 딴 때 같으면 우승했을 성적인데 우리가 워낙 잘해서 2등으로 밀렸지. 장수는 사실 해마다 우리하고 우승을 놓고 붙는 라이벌인데, 이번에는 아주 작정을 하고 전라북도 체육회 선수, 그러니까 전국체전에 나갔던 실업팀 선순데, 그런 선수 두 사람까지 가세해서 우승을 목표로 나왔는데 우리가 이겨 버렸지. (웃음)
= 권준완 사두 : 교통사고 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친 사람도 있었어요. 이현호 씨 얘긴데, 펌프카 사업을 하는 분인데, 펌프카가 시합 전날 전복돼서 2000여만 원이나 손해를 보게 생겼어요. 얼마나 심적으로 스트레가 많았겠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출전해서 무려 20중을 쐈어요. 또 한 친구는 정명호 씨라고 생선 도매업을 하는 분인데, 같이 일을 하던 아버지가 허리협착증으로 갑자기 수술을 받아 일을 못하시는 바람에 혼자 장사하느라고 하루 2~3시간 밖에 못 자는 상황에서 출전 했어요. 지금도 이 분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요.
= 임기태 이사 : 신경남 씨는 개인전 2위를 했어요. 백년옥 사장인데, 평소에도 청소란 청소는 다 하고 활도 열심히 쏘더니 결국 입상을 했어.

평상시 심고정에서 활을 쏘고 있는 사원들

- 사원이 몇 분이나 되나요? 여사원도 많은가요?
= 권준완 사두 : 현재 모두 164명이구요, 그 중에 여성은 15명이예요. 다른 데는 여사원들이 우리보다 더 많다고 해요. 이번 도민체전에는 여사원이 모두 4명 출전했어요.
- 명궁의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 권준완 사두 : 초단 따고 7년 지난 사람 중에 5단 이상이 명궁이 될 수 있어요. 대한궁도협회가 1년에 4번 여는 승단대회에서 9순 45발을 쏴서 39중 이상 맞춰야 돼요. 앞으로는 40중 이상으로 바뀐답니다. 그리고 5단부터는 개량궁이 아닌 각궁(角弓)을 써야 돼요. 옛날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든 활을 각궁이라고 하는데,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온도가 유지되는 장소에 보관해야 하고 아주 까다로와요. 4단까지는 카본 재질로 만든 개량궁을 써요.
= 임기태 이사 : 명궁이라는 건 활만 잘 쏴서 되는 건 아니예요. 활에 대해서도 모범적이어야지, 사원들과의 관계도 좋아야지, 징계도 한 번 없어야지, 명궁패를 받는 게 활 쏘는 사람들한테는 최고 벼슬이야.
- 궁도를 하면 뭐가 좋은가요?
= 임기태 이사 : 그냥 가만히 서서 활을 쏘는 것 같지만 사대(射臺)에서 활을 당길 때 엉덩이에 힘을 주지 않으면 화살이 나가질 않아요. 괄약근을 꽉 죄야 한다 이 말이야. 그러다보니 심장이 나빠서 입술이 파랗던 사람이 좋아진 경우도 있고, 허리 아픈 사람이 치료된 적도 있고, 실제 그런 사례들이 많아요. 정에 오면 보통 하루에 30~40발 쏘는데, 근디 다섯 개 쏴서 다섯 개 다 맞히는 사람이 불과 두세 명 밖에 안 돼. 궁도가 그렇게 어려워. 그래도 궁도에 일단 취미를 붙이면 날매동 오고 싶어. 과녁에 맞히는 재미로. 쾌감이 있거든.
- 임 전 의장님도 사두를 지내셨나요?
= 권준완 사두 : 임 의장님은 입사한지가 얼마 안 돼서……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입사 순으로 사두를 하거든요. 사실 연세로나 경력으로나 진즉에 회장을 하고도 남을 분인데. (웃음) 저는 입사한지 20여년 되다보니까 순서가 돼서 지금 사두를 하고 있고요.
= 임기태 이사 : 나는 주무도 하고 명예감독도 세 번이나 했어.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 권준완 사두 : 우리는 단체전 우승하면 상금 절반은 심고정에 내놔요. 또 사원들이 수시로 떡 한 박스, 과일 한 박스 들고 와서 함께 먹곤 해요. 심고정에 먹을 게 떨어질 날이 없어요. 사원들 간에 그만큼 정이 있다는 얘기죠. 궁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환영이니 오셔서 함께 정을 나누셨으면 합니다.
                                                      
● 도민체전 선수단 명단
△사두 권준완 △사범 김정 △코치 남궁 정, 한태섭 △주무 이춘근
△선수 김 정, 한주원, 장원종, 황정자, 이현호, 정명호, 신경남(개인전 2위)

우병길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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